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인물 아메리카'. 오늘은 미국인 최초의 세계 정상급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세계 고전음악 무대에서 미국의 자존심을 살려놓은 천재적인 지휘자였습니다. 번스타인은 지휘뿐 아니라 작곡가, 피아니스트, 교육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진지한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뮤지컬, 가벼운 팝 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악 세계를 누빈 인물이었습니다.
번스타인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ew York Philharmonic Orchestra)를 10년 이상 지휘했고, 일반인들의 음악에 대한 지식과 교양을 넓혀주기 위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책도 냈습니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1918년 미국 동북부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러시아에서 건너온 유대인 가정이었습니다.
번스타인은 어려서부터 음악적인 재능을 나타냈지만, 그의 아버지는 번스타인이 음악가가 되는 걸 반대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번스타인은 아버지와는 진로 문제에서 뜻이 안 맞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음악가를 떠돌아다니는 거지와 다를 바 없이 먹고 살기가 어렵다며 반대했다는 것입니다.
번스타인은 하버드대학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커티스음악원(Curtis Institute of Music)에서 공부했습니다. 여름이면 매사추세츠주 탱글우드(Tanglewood) 음악제에서 기량을 닦았습니다. 번스타인은 이곳에서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로부터 지휘를 배웠습니다. 그런 번스타인은 나중에는 자신도 그곳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게 됩니다.
번스타인은 1943년, 뉴욕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임명됐습니다. 임명된 지 약 두 달이 지난 어느 일요일, 번스타인은 주 지휘자인 브루노 월터(Bruno Walter)가 독감으로 지휘를 못하게 되는 바람에 갑자기 지휘봉을 잡게 됐습니다. 번스타인은 ‘손이 떨리는 가운데’ 정신 없이 지휘를 했는데, 기억나는 건 끝나자마자 우레 같은 청중의 기립박수와 환호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연주 다음 날 번스타인을 칭송하는 특집 기사를 1면에 실었습니다. 그 후 번스타인은 일약 유명 지휘자로 떠올랐고 미국 내 거의 모든 유명 교향악단은 번스타인을 초청해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음악 평론가들은 번스타인이 악단을 이끌면서 뉴욕필하모닉은 토스카니니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번스타인은 1969년 종신 명예 지휘자로 뉴욕필하모닉에서 은퇴한 뒤, 세계 여러 나라의 초청을 받아 다양한 교향악단을 지휘했습니다. 음악 평론가들은 번스타인이 초기에 뛰어난 곡들을 작곡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30세 전후에 작곡한 심포니 제2번 ‘열망의 시대(Age of Anxiety)’는 “아메리카의 소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라며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번스타인은 자신의 유대교 사상을 담고 있는 심포니, 대형 합창단과 심포니를 위한 클래식, 오페라와 발레 음악도 작곡했습니다.
평론가들은 그러나 뉴욕의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공연된 뮤지컬들이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뮤지컬로는 ‘온더타운(On the Town)’, ‘원더풀타운(Wonderful Town)’,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가 있습니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뉴욕 시 브로드웨이에서 막이 올랐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주 공연이 되고 있습니다. 이 뮤지컬은 뉴욕시에서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인종 집단의 남녀가 어렵게 사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번스타인은 사회적인 문제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인권 증진, 월남전 반대, 에이즈 퇴치 등과 관련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기금 마련을 위한 음악회에서도 지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작곡, 지휘, 감독, 강의 등을 계속했습니다.
번스타인은 에미상, 토니상, 그래미상 등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말년에 이르러 번스타인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작품을 만들기 원했습니다. 그러나 건강이 받쳐주질 못했습니다.
번스타인이 마지막으로 지휘를 한 것은 1990년 8월 탱글우드 음악제에서였습니다. 그 음악제가 열린 지 두 달 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첫 미국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뉴욕 자택에서 숨졌습니다.
줄담배와 마약, 과음, 동성애 등 사생활 문제로 늘 화제를 뿌렸던 인물이었지만, 번스타인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음악가로서 미국을 유럽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해준 아메리카의 자존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