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 방송에 다양한 북한 음식 소개 늘어

지난 2017년 탈북자 홍은혜 씨가 서울에 위치한 북한 식료품점에서 옥수수 가루를 이용해 떡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방송매체들이 최근 설 연휴를 맞아 북한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자세히 소개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편견을 없애는 긍정적 측면이 많지만, 북한의 체제 특성상 균형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는 이번 주 설 연휴 기간에 북한의 음식을 소개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두 차례에 걸쳐 방영했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탈북 여성 요리 전문가들이 출연해 한국인들에게 낯선 많은 북한 요리들을 직접 만들어 소개해 관심을 끈 겁니다.

[녹취: KBS 예고 방송 중 탈북 요리 전문가] “북한 사람들은 도대체 뭐 먹고 살아? 북한 사람들은 요리를 해 먹긴 하나 이런 식?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이 프로그램은 북한의 가난과 압제 때문에 음식에 대해서도 부정적 편견이 많은 한국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탈북 요리 전문가] “남쪽에서는 확실히 북한 음식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합니다. 서로 기회가 돼서 이런 다름이 있구나! 비교해 볼 수 있는…”

한국의 전통음식을 다룬 인기 TV 드라마 ‘대장금’의 주연 배우였던 양미경 씨가 일반 탈북 여성들, 북한 초대소와 국영식당에 근무했던 전문 요리사들과 소개하는 북한 음식은 아주 다채로웠습니다.

북한의 집밥을 소개한 1부에서는 인조고기로 만든 음식들과 콩나물 물김치, 언감자떡, 도투 고기로 불리는 돼지고기 국밥, 두부밥 등 여러 음식이 `고난의 행군' 시절의 애환과 함께 소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어 2부에서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합조개 순대와 잉어전골, 홍당무 닭고기 죽, 삼색나물, 잉어찜 등 고급요리, 술안주로 인기 있는 닭껍질 삼색쌈, 두부 김말이, 메추리 씨앗튀김, 가리비 냉채, 숭어국 등 개인 식당(합의제 식당)에서 파는 음식도 자세히 소개됐습니다.

방송은 또 지방 주민들이 평양에 가서 음식을 맛 보기 힘든 이유, 신분과 지위에 따른 음식 접근 차별, 고난의 행군 등 대기근 때문에 인조고기와 개인 식당 등이 등장한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남부 지역에서 한국인 남편과 사는 탈북민 수연 씨는 ‘VOA’에 이런 프로그램이 북한 주민들의 삶을 한국인들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연 씨] “괜찮은 것 같아요. 정치적이 아닌 그냥 문화로 서로 다르잖아요. 그러면서도 비슷한 공통점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음식에서. 저희 (한국인) 시부모님 세대 분들은 그런 게 많죠. 북한에 대해 좋은 인식보다 안 좋은 인식을 많이 갖고 계시고 선입견도. 저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런 선입견이 많이 바뀌시는 것 같더라고요”

북한의 원산과 한국의 속초 음식과 풍광을 다룬 ‘JTBC’ 방송의 ‘두 도시 이야기’도 설 연휴 기간에 방영돼 관심을 끌었습니다.

[녹취: ‘두 도시 이야기’ 예고편] “우린 지금 아름다운 해안도시 원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남북 합작으로 제작된 이 다큐 프로그램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두 항구도시의 자연과 역사, 음식 등을 소개하며 시민들의 삶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강산과 설악산의 아름다운 경치, 동해에서 바라본 두 도시의 야경, 원산을 고향으로 둔 속초의 실향민들 얘기를 통해 과거의 아픔과 동질감을 은은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원산의 송도원 돌불고기와 명태 순대, 속초의 아바이 순대 등 다양한 남북한 음식을 자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등장한 평양냉면 등 북한 연회 음식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설 연휴 마지막 날 참모진과 평양식 온반으로 오찬을 함께했다고 청와대가 밝히면서 북한 음식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 더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원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영희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음식을 통해 남북 주민들이 서로의 삶을 더 가깝게 이해하는 것은 평화의 시대에 잘 부합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팀장]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남한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에는 이런 게 좋은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정치적인 것보다 앞으로 평화 분위기 속에 같이 살아갈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틀린 게 아니라 다르구나 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북한 인권교육 전문가인 이영석 전 ‘NAUH’ 실장은 함경도 출신 아내가 종종 해주는 북한의 서민 음식을 먹으며 북한 문화를 더 이해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영석 전 실장] “첫 번째는 조미료가 많이 안 들어간다는 것에 좀 당황했어요. 근데 되게 담백해요. 우리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잖아요. 또 우리는 고기라든지 이런저런 게 많이 들어가는 데 북한은 아주 간단한 옥수수, 야채, 시금치 하나만으로도 맛을 풍부하게 내니까. 되게 서민적 음식인데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이 실장은 한국인들이 매체를 통해 주로 일반 북한 주민의 삶보다는 북한 지도자나 엘리트, 평양의 고급음식을 접해온 게 북한에 대해 이질감이 더 커진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두부밥이나 언감자떡 같은 일반 주민들이 먹는 음식과 문화를 정부와 매체 등이 더 자주 국민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현지 취재를 통해 제작한 프로그램은 부정적인 것을 취재할 수 없는 북한 내 특수 환경 때문에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탈북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식품영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애란 북한전통문화음식연구원장은 어복쟁반이나 ‘돌불고기’ 등 북한의 엘리트들이 먹는 음식을 마치 일반 주민이 먹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 전에는 평양에도 굉장히 다양한 음식문화가 있었지만, 공산주의 배급문화와 성분차별 제도가 토착화되면서 일반 주민이 모르는 북한 음식이 많다는 겁니다.

[녹취: 이애란 원장] “어복쟁반 같은 음식은 일반인들이 먹어볼 수 없어요. 그것은. 일반인들이 소고기가 있어야 먹지요. 북한에서 (불법으로) 소 잡으면 살인범인데. 일반인들은 이름도 모르는 음식들도 많을 거예요. 그것은 간부들도 아주 높은 간부나 돼야 그런 음식들을 먹죠.”

북한에 장마당이 커지면서 다시 음식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주민이 요리할 수 있거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제한적이란 겁니다.

김영희 팀장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더 많은 북한 관련 프로그램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부연 설명을 통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팀장] “너무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 북한 사람들이 저렇게 행복하게 살고 독재자 김정은이 잘해주고 있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해설로 이런 좋은 측면도 있지만, 이런 것은 뭔가 잘못된 부분도 있다 KBS처럼 하면 좋겠죠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으니까."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