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스포츠 세상] 여자스키 82승 린지 본 은퇴

미국의 린지 본 선수가 스웨덴 오레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활강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후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세계 곳곳의 스포츠 이야기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여자 알파인 스키 최강자, 미국의 린지 본이 지난주 공식 은퇴했습니다. 82차례 세계대회 우승으로,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기록을 남겼는데요. 본이 어떤 선수였는지, 스키를 비롯한 스포츠계에 어떤 발자국을 남겼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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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스포츠 세상 오디오] 여자스키 82승 린지 본 은퇴

[녹취: 스키 경기장 함성]

본은 알파인 스키 세계대회 여자부 최다 우승자입니다. 18년 선수 경력 동안 82차례 정상에 올랐는데요. 기존 기록은 오스트리아의 아네마리 모저프뢸(Annemarie Moser-Pröll)이 1970년대 세운 63승이었습니다.

본이 스무 번 가까이 더 우승한 건데요. 이렇게 압도적인 기록을 통해, 미국과 전 세계에서 독보적 존재가 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디 보렌 기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신디 보렌 워싱턴포스트 기자] “Lindsey Vonn is one of the pre-eminent woman skiers of all time. She has more victories than any other skiers.”

알파인 스키 역사를 통틀어, 여자 선수 중에 본의 우승 횟수보다 많은 사람은 없는데요. 남자를 포함해도, 기록이 처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신디 보렌 워싱턴포스트 기자] “She’s second only to Ingemar Stenmark.”

본보다 우승 경험이 많은 사람은 스웨덴의 잉에마르 스텐마르크(63세) 단 한 명뿐인데요. 1970년대와 80년대 활동하면서, 본보다 4승 많은 86승을 거뒀습니다.

본이 아직 34세로 체력도 충분하고, 기량도 줄지 않았기 때문에 5승만 더하면 남녀 통틀어 세계기록 보유자가 될 수 있었는데요.

그럴 의지도 충분했습니다.

본은 자기 이름 앞에 붙는 ‘여자(female) 스키선수’라는 딱지가 싫다고, 작년 이맘때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말했는데요. 스텐마르크의 86승 기록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위대한 여자 선수’가 아니라, 순수하게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량도 뒷받침했습니다. 본의 경기력이 여전히 정상급이란 사실은, 지난 10일 은퇴 경기에서도 드러났는데요.

스웨덴 오레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 여자 활강에서 1분 02초 23으로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우승자 일카 스투헤치(슬로베니아ㆍ1분 01초 74)와는 0.49초 차였고요. 은메달 코린 수터(스위스ㆍ1분 01초 97)와는 0.26초 차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한 주 앞서 열린 슈퍼대회전 종목에서 늑골을 다쳤지만,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서 메달을 차지한 건데요.

그런데, 왜 여기서 멈추기로 한 걸까요?

[인터뷰: 신디 보렌 워싱턴포스트 기자] “Maybe she could last another year and win five more titles and pass Ingemar. But she's had a number of injuries because her reckless style of skiing. She crashes quite frequently, and consequently has broken bones….”

1년 정도는 더 뛸 수 있었지만, 잦은 부상이 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금까지 워낙 공격적이고 겁 없이 경기에 임했기 때문인데요. 급경사에서 넘어지고 부딪히는 일이 많아서, 항상 골절 문제를 안고 지냈다고 보렌 기자가 설명합니다.

[인터뷰: 신디 보렌 워싱턴포스트 기자] “She is an Olympian. She has won gold for the United States in the downhill. She’s an extraordinary skier, fearless, fearless skier.”

미국에선 올림픽 출전 선수를 ‘올림피언(Olympian)’이라고 부르면서, 일반 운동선수(athlete)와 구별하는데요.

본은 올림픽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습니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활강 금메달, 슈퍼대회전 동메달을 미국에 안겼는데요.

지난해 이맘때 한국의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겨울철 올림픽에도 나갔습니다. 활강에서 동메달을 땄는데요. 한국에서 올림픽에 나선 경험이 본에게는 특별했습니다.

본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 군인입니다. 본은 "할아버지가 싸우던 곳이 정선 알파인 스키 경기장 인근이라고 들었다"면서, 메달을 영전에 바쳤습니다.

[인터뷰: 신디 보렌 워싱턴포스트 기자] “One of the things that she will leave as her legacy is inspiring many others, including a skier named of Mikaela Shiffrin who is 23 years old and a double gold medalist already for the United States.”

본의 업적은 이제 스키 역사의 유산으로 남아, 다른 선수들을 북돋을 것이라고 보렌 기자가 강조합니다.

본에게 영감을 받은 대표적인 선수가 23세 미국 선수 미케일라 시프린인데요.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래, 지난해 평창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수확하며 차세대 여자 스키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시프린은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린지 본을 존경한다고 말했는데요.

지난주 본의 은퇴 경기에는 세계적인 스포츠인들의 축하 인사가 몰렸습니다.

작년 테니스 메이저 대회 20승 금자탑을 세운,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가 영상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경이로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당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알파인 스키에서 남녀 통틀어 최다 우승한 스웨덴의 스텐마르크는 직접 경기장에 나왔습니다.

눈밭에서 본과 한동안 대화했는데요. 본은 스텐마르크가 “훌륭한 질주였다고 칭찬해줬다”면서,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한 마디였다”고 기뻐했습니다.

본은 ‘스포츠 커플’로도 유명한데요. 인기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와 한때 교제했습니다.

지금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내슈빌 프레데터스’ 소속 선수 P.K. 서반과 사귀고 있는데요. 서반은 본에게 은퇴 선물로 염소 모양 케이크를 줬습니다.

염소가 영어로 ‘고트(goat)’인데요. 스포츠계에서는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reatest Of All Time)’를 가리키는 약어로 통합니다.

미국의 린지 본 선수 스웨덴 오레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활강 경기를 펼치고 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오늘 ‘알파인’, ‘활강’, 스키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각 세부 종목을 표현하는 단어들입니다.

스키는 크게 ‘알파인’과 ‘노르딕 복합’, ‘프리스타일’ 등으로 나누는데요. ‘알파인(Alpine)’은 유럽의 알프스산맥이 어원입니다. 산속의 짧은 경사 구간에서 속도와 기술을 경쟁하는 종목인데요. 활강과 슈퍼대회전 같은 하부 종목이 있습니다.

반면에 ‘노르딕 복합(Nordic combined)’은, 마라톤처럼 긴 구간에서 지구력을 경쟁하는 ‘크로스컨트리’, 그리고 뛰어오르는 능력을 보여주는 ‘점프’를 함께 평가합니다.

‘프리스타일(Free style)’은 ‘자유 형식’이라는 뜻인데요. 말 그대로, 자유롭게 연기력을 표현하는 종목입니다. 눈밭에서 공중으로 뛰어오르면서 곡예 기술을 겨루는데요. 피겨스케이팅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여자 알파인 스키 세계대회 최다우승자, 미국의 린지 본 은퇴 소식 전해드렸고요. 스키 세부 종목에 대해서도 살펴봤습니다.

끝으로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린지 본 인터넷사회연결망(SNS)에 한 팬이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Stay with us.” 은퇴하지 말고 우리 곁에 있어 달란 말인데요. 샘 스미스가 부르는 ‘Stay With Me’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