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용호 “전면적 제재 해제 아닌 일부 해제 요구”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1일 새벽(현지시간) 미-북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배석했다.

북한이 트럼트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는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이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가 아닌 일부 해제였다며 이런 기회가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노이에서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발언은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나온 첫 북한 측 입장이었습니다.

리 외무상은 1일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요구한 것은 부분적 제재 해제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용호 외무상]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회담이 결렬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해 협상을 끝냈다고 말했었습니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유엔 제재의 일부를 해제하면 북한은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신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게 북한의 제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나라의 현 신뢰 수준을 볼 때 이것이 현 단계에서 북한이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군사 분야 조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분적 해제를 상응조치로 제기하고 핵·미사일 시험의 영구적 중지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리용호 외무상]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 시험과 장거리 로케트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표명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미국이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게 명백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현 단계에서 자신들의 제안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말하기 힘들다며 이런 기회가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아울러 “완전한 비핵화의 로정에 반드시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입장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용호 외무상]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 오는 경우에도 우리의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회견에서 북한은 미국이 정말로 원하는 중요한 비핵화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영변 외에 우라늄 시설, 아니면 기타 시설 해체 등 추가적 비핵화가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의 핵심은 낡고 추적이 쉬운 영변 핵 시설이 아니라 협소한 곳에서 생산이 가능하고 쉽게 숨길 수도 있는 고농축우라늄이 관건이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협상 결렬 뒤 나온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크게 다르고 진의 파악도 힘들어 향후 협상 과정은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노이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