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스포츠 이야기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스위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가 개인 프로 통산 100번째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40세 가까운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데요. 페더러의 기록,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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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테니스 경기 현장음]
페더러는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프로테니스협회(ATP) 투어 ‘두바이 듀티프리 챔피언십’ 남자 단식 결승에서, 그리스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를 2대 0으로 제압했습니다.
몇 달 뒤 38살이 되는 페더러와 만 21살 치치파스의 대결은, 두 배 가까운 나이 차만큼이나 큰 관심을 모았는데요.
페더러는 "내가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치치파스가 태어났었는지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승리 소감을 밝혔습니다.
실제로는 페더러의 첫 우승이 2001년, 치치파스가 태어난 해는 1998년으로 약간의 시차가 있는데요. 페더러가 처음 직업선수가 된 때가 바로 1998년입니다. 치치파스 출생 당시, 페더러는 이미 코트를 누비고 있었던 건데요.
데뷔 후 21년, 첫 우승 후 18년 동안 차곡차곡 우승 횟수를 쌓아온 페더러는 이번에 개인 통산 100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테니스 역사상, 이전까지 단 한 번밖에 없던 대기록인데요.
[녹취: 테니스 경기 현장음]
앞서 유일한 100승의 주인공은 미국의 지미 코너스였습니다. 109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려, 독보적인 기록을 지키고 있는데요.
페더러가 두바이 대회에서 우승을 확정한 직후, 코너스가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세 자릿수 우승클럽에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그 동안 혼자서 조금 외로웠다”고 페더러를 향해 적었는데요.
ATP투어 100승은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업적이란 말입니다.
페더러에게도 100승을 이루기까지 순탄한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2001년 이후 2015년까지 1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가, 2016년 무릎을 다친 뒤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는데요.
그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도 포기하고, 은퇴설이 돌았습니다. 페더러가 한동안 대회에 나서지 않자, 나이가 들어 기량이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이듬해인 2017년, 보란 듯이 4대 주요(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승했습니다. 그해 여름 윔블던과, 작년 호주오픈까지 1년 새 메이저 대회 3개를 제패하면서 경쟁자들을 압도했는데요.
특히 지난해 호주오픈 우승은 메이저대회 20승이라는, 사상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로저 페더러의 이름을 세계 테니스 역사에 크게 새긴 사건이었는데요. 이번에 통산 100승까지 이루면서, 페더러는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남자 프로테니스는 ‘4강 체제’입니다.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 그리고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가 공식 순위 1위부터 4위까지 자리 잡았는데요.
부상 이후 순위가 크게 떨어졌던 페더러가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페더러는 여세를 몰아, 곧장 101승 도전에 나섰는데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지금 진행중인 ‘인디언웰스 마스터스’ 대회에 출장했습니다.
조코비치와 나달, 즈베레프를 비롯한 상위권 선수들이 총출동했는데요.
페더러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테니스 애호가들은 저마다 다른 기대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지미 코너스가 세운 109승 기록을 깰 것인가에 대해, 온라인과 스포츠 매체들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의견은 딱 반씩 갈립니다.
우선 부정적으로 보는 쪽은, 아무래도 페더러의 나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인데요. 앞으로 9승을 추가하려면, 40세가 될 때까지 매년 여러 번 우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할 수 있다’는 쪽은, 나이가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페더러가 최근 영리하게 체력관리를 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몇 년은 충분히 기량을 유지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페더러는 ‘클레이코트’ 대회는 건너뛰고, ‘그래스코트’와 ‘하드코트’ 대회에 주로 나가고 있는데요. 그래스코트와 하드코트에서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으로 착실히 승수를 챙길 것으로 팬들은 기대합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조금 전에 ‘클레이코트(clay court)’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흙 바닥을 다진 테니스 경기장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스코트(grass court)’는 잔디 경기장이고, ‘하드코트(hard court)’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된 딱딱한 경기장인데요.
경기장 특성에 따라, 선수들의 대결 양상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흙 바닥에서는 습기 때문에 공의 속도가 약해져서, 강한 공격이 효과를 못 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비가 탄탄한 선수가 유리한데요.
라파엘 나달이 특히 이런 환경에 강해서, ‘클레이의 왕(The King of Clay)’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세계 1위였다가 은퇴한, 스페인 출신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도 클레이 코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요.
잔디에서는 공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빠른 공을 구석구석에 보낼 수 있는 공격형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바크 조코비치가 그래스코트에서 강한데요. 영국의 앤디 머리와, 1990년대 세계 최강자였던 독일의 보리스 베커도 잔디에서 승리를 많이 챙긴 선수들입니다.
대회가 시작될 때마다, 경기장 종류를 보고 ‘이번엔 이 선수가 유리하겠다’, ‘저 선수는 조금 고전하겠네’하는 전망이 나오게 되는데요.
이런 전망이 들어맞는지 결과를 살피는 것도, 프로 테니스를 보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스위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의 통산 100승 소식, 살펴봤고요. 테니스 경기장 종류도 알아봤습니다. 끝으로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잔디밭이 파랗게 보인다는, 우울한 감정에 관한 노래인데요. ‘The Grass Is Blue’, 노라 존스가 부릅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