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탈북민들은 문화적 소통 방식의 차이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공적인 정착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정착지원 기관의 당국자가 말했습니다. 탈북민의 경제 활동 참가율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경기도 안산시는 한국에서 공장이 가장 많은 도시 가운데 한 곳입니다.
이 곳의 반월공단에는 한때 많은 탈북민이 일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감소했다고 지역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북한 출신으로 안산에서 탈북민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는 허은성 목사는 문화적 충돌 때문에 탈북민들이 직장에서 어려움을 자주 겪는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허은성 목사] “선의로 (탈북민을) 받았는데 충돌이 일어난 거죠. 북한과 남한의 문화적·언어적 충돌이 일어난 거죠. 북한의 언어는 명시적 언어입니다. 생산성을 위하거나 필요한 것만 얘기하는 편입니다. 얘기하기 위한 얘기를 하는 거죠. 그러나 한국은 예절 중심으로 얘기를 많이 합니다. 존중하고 배려하고 리더십의 중심에 맞춰진 언어. ”
가령 열심히 일하는 탈북민을 본 사장이 격려 차원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한 번 찾아오라고 인사처럼 건넨 말을 탈북민은 특별한 관계로 여겨 다음날 찾아갔다가 황당한 상황에 봉착한다는 겁니다.
[녹취: 허은성 목사] “그럼 사장은 굉장히 당황스러워합니다. 왜냐하면 절차가 있거든요. 언제 한 번 밥 먹자는 얘기였는데 진짜 찾아온 겁니다. 그래서 아니 왜 갑자기 찾아왔냐고 자기가 부를 때 와야지 왜 예의없이 갑자기 찾아왔냐고 이런 식으로 대답하죠. 그럼 북한 분이 화를 냅니다. 찾아오라고 해서 왔더니 딴소리 한다고 하는 거죠. 명시적 언어와 예절적 차이를 서로가 모르는 거죠.”
“이런 상황을 겪은 탈북민은 대개 사장이 이중적이고 자기가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 무시한다고 생각해 분노하고 일터에서의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탈북민 정착 관련 보고서들을 보면 차별과 무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탈북민들 중60~70%는 말투와 생활방식, 태도 등 문화적 소통방식을 이유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정착 지원에 오랫동안 관여해 온 민간단체 나우(NAUH)의 이영석 자문위원은 취업보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이영석 자문위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것을 심도있게 상담하고 해결해 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그런 게 잘 없는 것 같습니다. 또 취업하는 방법뿐 아니라 사표를 쓰고 퇴사하는 방법도 설명해 달라. 마무리하는 방법도 아주 약합니다. 사표 쓰고 던지고 나오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를 잘하면 서로 좋은 인간관계가 될텐데 마무리가 약해서 인간관계까지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회사 측과 얼굴을 붉히며 퇴사하면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고용시장의 탈북민 채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실제로 통일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의 전연숙 기획관리부장은 과거 고용주 200명에게 탈북민 채용설명회를 열었다가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전연숙 부장] “덩치 큰 사장님이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나는 거예요. 내가 (탈북민을) 써 봤더니 막 대들고, 전화도 안 받고, 시키면 안 한다고 하고 그러면서 앞으로 절대 북한이탈주민 고용 안 하겠다고. 그러니까 제가 한 시간 정도 강의했는데, 2백명의 고용주들이 저의 홍보와 강의보다 마지막에 말씀하신 고용주의 말에 더 관심을 가져요. 결국 채용 의사를 밝히는 고용주가 얼마 안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 부장은 이런 게 탈북민의 문제보다는 남북한 국민 사이의 표현력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전연숙 부장] “여기 일반 국민들은 싫은 내색을 되게 우회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우리 북한이탈주민은 그 자리에서 즉각 반응해 폭발하니까 십년지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은성 목사는 탈북민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서로 이해하고 맞추는 노력이 필요한데 다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너무 낮다고 지적합니다.
다문화 축제를 하면 한국인들은 거의 없고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타문화에 여전히 관심이 적다는 겁니다.
이영석 위원은 한국 정부의 탈북민 지원제도는 전반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며, 실무자들 사이에 협력과 공조가 부족한 게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영석 자문위원] “(고용노동부 소속) 취업보호담당관들은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요. 그냥 공무원이고, 자리 배치받아 이동해서, 의무적으로 알려주는, 찾아오지 않으면 안 합니다. 전문상담사 분들은 많이 알고 있지만, 취업에 대한 전문성이 약간 떨어집니다. 담당 형사, 그러니까 신변보호 담당관들은 지역 상황과 취업 형태를 잘 알고 있지만, 취업 후에 상담이나 조언이 약합니다. 이 세개 영역의 분들이 서로 정보 교류하며 협력할 수 있는 게 필요합니다.”
또 탈북민 초기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보내는 석 달의 기간을 줄이는 대신 실질적인 정착 도시에 있는 하나센터의 교육 기간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옵니다.
전연숙 부장은 그러나 지원제도가 계속 개선되고 탈북민들의 정착 역사도 길어지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탈북민들이 많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전연숙 부장] “정착금을 잘 활용해서 자산 형성을 해서 내 집 마련을 하고 또 대학을 다녀서 전문직으로 자리 잡은 사례들도 많은데 그 분들의 이야기는 잘 안 드러납니다.”
실제로 남북하나재단이 지난 2월에 발표한 2018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를 보면 한국에서 지난 1년 동안 차별과 무시를 당한 경험이 없다는 탈북민이 79.8%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정착실태 조사에서도 탈북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6년에 57.9%, 2017년 61.2%, 지난해 64.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고용률도 60.4%로 전년보다 3% 정도 올랐습니다.
최근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표한 탈북민 여론조사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실태 보고서)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열심히 일하면 남한 주민과 같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전연숙 부장은 맞춤형 정착지원금의 진화와 탈북민 자신의 노력과 교육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탈북민들은 수용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연숙 부장] “수용성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들도 때때로 상처를 받고 무시당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에서 한 번 배워보겠다는 것과 알려주세요 이렇게 말하고 자기에 대해 좀 더 오픈하는 사람들, 나는 북에서 왔기 때문에 당신들과 다르고 내 성격적으로 이런 부분이 있으니까 모르는 부분은 알려주세요 라고 말합니다.”
한국 사회는 북한처럼 구체적으로 인민반장이나 지배인이 지시하거나 알려주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먼저 배우려 하고 알려달라며 마음을 여는 탈북민들이 훨씬 적응력이 높다는 겁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1인 세대 기준으로 주거지원금(임대료) 1천 600만원, 미화로 1만 4천 달러를 지원받습니다.
탈북민 1세대가 직접 받는 현금은 총 800만원, 미화 7천 달러로 하나원 퇴소 후 500만원, 미화 4천 400 달러를 일시불로 받고 나머지는 300 만원, 2천 600달러는 분기별로 1년 안에 받습니다.
전 부장은 여기에 소득의 30% 안에서 취업한 탈북민이 한 달에 10만원(87달러)에서 50만원(440달러)을 저축하면 정부가 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미래행복통장 등 장려금과 가산금을 통해 자립과 자활을 돕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연숙 부장] “하나원을 나와서 정착하면서 요건을 충족하면 받는 장려금과 가산금이 있습니다. 장려금은 취업지원장려금, 취업하는 사람이 받는 겁니다. 그리고 미래행복통장이라고 해서 자산 형성 장려금이 있습니다. 그래서 취업해서 월급 받고 취업장려금 받고 매칭 적금으로 미래행복통장이란 정착금으로 자산 형성을 해서 보호 기간인 5년 안에 어느 정도 정착할 수 있는 자산이 형성되도록 하는 장려금, 이것은 본인들이 요건을 충족해서 신청해야 합니다.”
전 부장과 전문가들은 한국에 오려는 북한 주민들은 이런 정착지원 제도를 잘 이해하고 최대한 활용한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영석 위원은 최근 탈북민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정책로 탈북민 지원 정책이 바뀔지 모른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며,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은 한국에 입국하면 헌법으로 보장받기 때문에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법에 따라 지원을 계속 받는다는 겁니다.
[녹취: 이영석 위원] “공짜는 없다는 것! 대부분의 분들이 한국에 오면 굉장히 많은 것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는 기회가 많은 거지 결과를 책임져주는 곳은 아닙니다. 그래서 북한에 살 때와 달리 기회가 많아지고 그 기회를 자기가 잘 활용하면 TV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좋은 차에 좋은 집에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봉사활동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노력한 것과 달리 결과를 같게 해달라고 생각하시면 힘들어 하실 수 있습니다. 결과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기회가 평등한 것이지, 결과는 자기가 노력한 만큼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