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스포츠 이야기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프로 스포츠 리그에 수많은 팀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가졌는데요. 그 이름마다 사연이 담겨있습니다. 이 시간에 하나씩 설명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 CF)’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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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축구 경기 현장음]
레알 마드리드는 전 세계 축구단 가운데 열성 팬이 가장 많은 팀 중 하나입니다. 구단 가치를 따져도,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언제나 상위권에 드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전통과 실력에서 다른 팀들을 압도하기 때문인데요.
유럽 각 지역 프로축구 리그 상위 팀들이 겨루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이 바로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2018년까지 총 13차례 우승 기록으로, 2위인 이탈리아의 ‘AC 밀란’의 7차례 기록을 압도하고 있는데요.
[녹취: 축구 경기 현장음]
레알 마드리드의 이런 위세는,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현재 이 팀에서 뛰고 있거나, 앞서 거쳐 간 결과입니다.
그 중에 몇 명만 추려봐도, 내로라하는 이름들이 나오는데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을 지낸 데이비드 베컴도 레알 마드리드에 몸담았었고요. 현대 프랑스 축구의 상징이랄 수 있는 지네딘 지단도 레알 마드리드 선수를 거쳐, 지금은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현역 최고 선수로 꼽히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한때 레알 마드리드의 ‘얼굴’로 활약했는데요. 앞서 또 다른 포르투갈 출신 유명 선수, 루이스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유럽 선수들만이 아닙니다. 브라질 ‘삼바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호나우두와 카카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공을 찼는데요.
이렇게 빛나는 별 같은 선수들이 한 팀에서 활약하는 것, 컴퓨터 게임에서나 가능할 법하지만, 실제 그런 적이 있습니다.
2004~2005년 무렵, 호나우두와 베컴, 지단, 피구, 그리고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웬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뛰었는데요.
‘국가대표’가 아니라 ‘지구대표’팀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조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절 레알 마드리드는 ‘우주 최강(Galaxy of football stars)’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현재 레알 마드리드 소속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매년 가장 뛰어난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Ballon d'Or)’ 2018년 수상자,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가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지휘하고 있는데요.
모드리치는 10년 동안 계속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발롱도르 양분 체제를 깨면서, 새로운 특급 선수로 떠오른 인물입니다.
모드리치와 함께 공격을 이끄는 가레스 베일(웨일스)과 카림 벤제마(프랑스), 그리고 수비를 주도하는 세르히오 라모스(스페인)까지, 여러 축구 강국의 대표팀 주력 선수들이 2019년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 모여있습니다.
그럼 이 팀의 이름은 왜 ‘레알 마드리드’일까요? 프로축구팀 작명 원리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연고 지역명에 FC, SC 같은 로마자 약어를 붙이는 게 기본인데요.
FC는 풋볼클럽(Football Club)이라는 뜻입니다. 스페인에서는 CF(Club de Fútbol)로 쓰기도 하는데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고 있는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FC’가 대표적이고요. 잉글랜드의 ‘리버풀 FC’,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 FC’,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 같은 유명 팀들이, 이런 작명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SC는 스포츠클럽(Sport Club· Sporting Club)이라는 말인데요. 네덜란드 명문 ‘SC 헤렌펜’이 대표적입니다. 축구클럽이 아니라 스포츠클럽이라고 부르는 건, 한 팀 이름 아래 농구, 럭비 같은 다양한 종목을 함께 수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에선 AC나 AS를 붙인 팀들이 많은데요. 여기서 A는 현지 언어로 ‘연합(Associazione)’이고요. C는 ‘축구(Calcio)’, 그리고 S는 ‘스포츠(Sportiva)’라는 뜻입니다.
AC 하면 연합 축구단, AS 하면 연합 스포츠단이 되는 거죠. ‘AC 밀란’, ‘AS 로마’ 같은 팀들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작명 법을 기본으로, 특별한 단어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유나이티드(United)’, ‘시티(City)’, 그리고 ‘레알(Real)’ 같은 말들을 연고지 이름 앞뒤로 붙이는데요.
유나이티드는 영어로 ‘연합’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지역의 여러 팀을 합쳐 하나로 만든 경우인데요.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가 대표적입니다.
시티는 ‘도시’라는 뜻인데요. 오래전 산업화가 한창일 때, 도회지 연고를 자랑 삼아 부각시킨 겁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지역 경쟁팀 ‘맨체스터 시티 FC’가 그런 경우고요. 같은 잉글랜드 리그의 ‘레스터 시티 FC’나 ‘스완지 시티 AFC’도 마찬가지입니다.
‘헐 시티 AFC’의 경우, 2013년에 이름을 놓고 홍역을 치렀습니다. 새 구단주가 공식 명칭이 너무 길다며 ‘시티’를 빼고, 상징 동물 호랑이를 넣어 ‘헐 타이거스’로 바꾸려고 했는데요.
팬들은 ‘죽어도 시티(City Till We Die)’라는 펼침막을 경기장에 걸어놓고 반대 시위를 벌었습니다. 결국 ‘시티’가 들어간 이름을 지켰는데요.
그럼, ‘레알 마드리드’ 명칭의 유래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마드리드가 연고지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902년, 창단 당시 이름은 ‘마드리드 CF’였는데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는 사람과 물자가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축구팀들이 많았습니다. 마드리드 CF가 이 팀들을 흡수해 전력이 크게 향상됐는데요.
창단 3년 만인 1905년, 스페인 국왕컵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4연패를 이어갔는데요. 짧은 시간에 최고 명문 팀으로 자리 잡은 겁니다. 이를 높이 평가한 국왕 알폰소 13세가 1920년 ‘레알’이라는 호칭을 하사했습니다.
스페인어 ‘레알(real)’은 왕이나 왕실이 지정했다는 뜻입니다. 영어의 ‘로얄(royal)’에 해당하는데요.
왕이 붙이는 이름이기 때문에, 아무 팀이나 ‘레알’을 쓸 수 없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CF’ 외에, ‘레알 소시에다드’와 ‘레알 베티스’가 있는데요. 이 팀들의 엠블럼에는 모두 왕관이 그려져 있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조금 전에 ‘엠블럼(emblem)’이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상징 표식을 가리킵니다. 간략한 그림으로 팀이 추구하는 바를 표현하는 건데요. 과거 서양에서는 지역을 통치하는 귀족 가문마다 고유 엠블럼을 만들어 물건에 새기고, 깃발에 그리기도 했습니다.
축구팀 엠블럼은 유럽 전통을 따라, 방패나 무기, 성벽을 소재로 고풍스러운 모양이 많은데요. 미국에서 발달한 농구나 야구팀들의 엠블럼은 조금 다릅니다. 공이나 경기 도구, 양말, 동물, 그리고 선수 모습 윤곽을 표현한 가볍고 경쾌한 그림이 대부분인데요.
스포츠 외 산업 각 분야에서 다양한 엠블럼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앞 뒤에 붙는 각 제조사 특유의 장식들이 대표적인데요. 메르세데스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이 유명하죠.
‘주간 스포츠 세상’, 레알 마드리드라는 축구팀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봤고요. ‘엠블럼’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끝으로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인기 가수죠,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부르는 ‘헤이(Hey)’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