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타나 보고관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권리 존중받아야”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2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방한 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권리는 존중 받아야 한다고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VOA’에 밝혔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러시아 내 노동자 출신 탈북민들은 북한 노동자들이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25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이 권리를 존중받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노동과 생활 환경, 임금, 기본적인 자유” 측면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옛 소련이 북한에 실존하는 관리소, 즉 정치범 수용소와 비슷한 강제수용소(굴락)를 어떻게 해체했는지를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를 위해 일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노동자들은 일을 매우 열심히 하고 법을 잘 지키며 훈육된 사람들”이라며, “김 위원장과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퀸타나 보고관의 반응은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국제사회의 평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북한인권 결의안과 국제 보고서들은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착취를 당하고 있음을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 국토안보부도 ‘대북 제재 주의보’에서 40여개 나라 10여개 업종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강제노역의 피해자”로 분류하고, 이들이 받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북한 정부가 이를 대부분 갈취하는 실태, 열악한 노동환경, 이동의 자유 등입니다.

퀸타나 보고관도 북한 노동자의 임금 문제를 언급하며, “북한 정부에 타당한 기여 통제”의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합리적이지 않은 많은 금액을 착복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겁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북한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강제노역을 “비극적”이라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We see the tragic example of forced labor in North Korea as well. Untold number of North Korean citizens are subjected to forced labor oversea by the own government and many cases with tacit approval host governments.”

북한의 해외 강제노역이 많은 경우 주재국 정부의 암묵적인 승인 아래 이뤄지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최근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 결의 2397호 이행보고서에서, 3만 23명에 달하던 북한 노동자가 최근 1만 1천 390명으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는 유엔 회원국 내 소득이 있는 모든 북한 노동자를 올해 12월까지 북한으로 송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와 기업들은 값싸고 다른 외국 노동자들에 비해 성실한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해외 노동자 수출을 통해 최대 5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이 농업과 건설, 벌목, 집 수리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난민 지위를 받아 정착한 러시아 파견 노동자 출신 탈북민들도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VOA’에 말했습니다.

러시아 동부 파견 건설공 출신인 안드레 조 씨는 북한 노동자들이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드레 씨] “북한 노동자들은 준법정신이란 그 자체도 알지 못하고 아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거야 다 알잖아요. 굉장히 노예 같은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죠.”

조 씨는 열악한 노동과 생활 환경 때문에 사건과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노동자들의 탈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언론에는 북한 노동자들의 살인과 사건, 사고 소식이 줄곧 보도돼 왔습니다.

러시아 파견 북한 외화벌이 업체 간부를 지낸 미국 서부의 탈북민 박모 씨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 씨] “별짓을 다했습니다. 술도 몰래 만들어 팔고, 마약 장사, 가짜 돈 장사도 하고 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준법정신은 무슨 준법정신인가요? 법이 있으면 일한 만큼 제대로 돈을 주고 대가를 치러줘야지 법을 지키는 거죠.”

박 씨와 안드레 씨는 러시아가 북한에서의 벌이보다는 낫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돌아가야 하는 동료들의 상황이 안쓰럽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 씨] “북한에서는 1백불짜리 만지기도 힘든데 러시아에 나오면 단돈 몇백 불이라도 집어 가니까 나오지 못해서 난리죠. 북한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래서 마음이 아파요. 다 뇌물 주고 나왔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버텨서라도 몇 푼 벌어가야 하는데 그 몇 푼도 못 벌어가니 그 사람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안 됐죠.”

하지만 임금의 70~90%가 북한 정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증오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습니다.

안드레 조 씨는 장기적인 북한 변화 차원에서 노동자 송환 등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드레 씨] “노동자들이 좀 고통 당하고 러시아에서 나가더라도 북한 정권의 돈줄을 차단하는 것이 그 나라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더 하루라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