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에 관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UPR) 심사에서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촉구하며 인권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거듭 부인하며 유엔의 대북 제재 때문에 인권 개선이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9일 제네바에서 북한에 관한 세 번째 보편적 정례검토(UPR) 심사를 열었습니다.
193개 유엔 회원국 중 발언권을 행사한 90여개 나라 대표들은 북한 내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들을 지적하며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의 마크 카세이어 임시 대표는 북한에서 관리소로 불리는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녹취: 카세이어 임시 대표]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North Korea is deplorable and has no parallel in the modern world. We recommend North Korea: First, immediately dismantle all political prison camps, release all political prisoners…”
“북한의 인권 상황은 개탄스럽고 현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으며 우선 정치범수용소를 당장 해체하고 모든 정치범을 석방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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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이어 임시 대표는 8만~12만 명의 정치범들이 개탄스러운 환경 속에 수감돼 있는 상황을 미국은 깊이 우려한다며 이 중에는 순전히 종교 문서를 보유하거나 교회 신도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사람들이 수 천명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카세이어 임시 대표] “We remain deeply concerned about the 80,000 to 120,000 individuals held in deplorable conditions in political prison camps, including thousands of individuals imprisoned for merely possessing a religious text or coming in contact with members of a church.”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유엔의 특별 절차를 포함해 국제 참관단이 어떤 방해나 제한 없이 북한의 모든 구금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서 인도주의 지원 활동을 하는 관계자들이 제한없이 독립적으로 이동하며 모든 취약 인구에 직접 접근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정부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독립적인 언론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영국 대표] “Citizens are not allowed to access to independent media or information sources.”
아울러 주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와 검열, 수감자와 어린이들을 동원한 강제 노역 문제를 지적하며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밖에 여러 나라가 표현과 이동, 집회, 결사의 자유, 성분 차별, 고문, 탈북민 처벌 문제 등을 지적하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며 유엔 인권기구와 협력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뒤 처음으로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아동매매와 매춘, 아동음란물 금지에 관한 선택의정서’를 비준한 것 등은 긍정적 조치로 평가됐습니다.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를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은 그러나 많은 나라가 지적한 인권 문제들을 부인하며 적대주의와 정치적 모략, 이중 잣대의 산물이란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특히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 정부의 인권 개선 노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녹취: 한대성 대사] “Sanctions of various kinds against the DPRK hamper in every possible way the efforts of the DPRK for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human rights laying serious obstacles to the enjoyment by people of their human rights.”
유엔의 다양한 대북 제재가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북한의 모든 노력을 방해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주민들이 인권을 향유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제재가 경제발전을 위한 정상적 무역까지 막아 민생을 힘들게 하고 취약 계층을 위한 약품과 의료품의 반입을 어렵게 해 유엔 기구들의 인도적 활동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또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제기한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거듭 부인했습니다.
박광호 북한 중앙재판소 참사입니다.
[녹취: 박광호 참사] “우리나라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이른바 정치범이라거나 정치범수용소란 표현 자체도 없으며 있다면 반국가 범죄자와 형법 집행을 위한 교화소만이 있을 뿐입니다.”
박 참사는 적대세력이 북한에 보내는 소수의 간첩과 테러분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일반 교화소에 수감돼 있으며 다른 범죄자와 분리해 교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와 수십 명에 달하는 관리소 출신 탈북민들, 국제인권단체들은 위성 사진과 증언을 통해 적어도 4개의 정치범수용소가 북한에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리경훈 최고인민회의 법제부장은 북한의 모든 공민이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고 성분 차별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리경훈 부장] “우리나라 사회주의 헌법에는 공민은 국가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같은 권리를 가진다는 데 대하여 기재되어 있으며 인권 부문 법들에는 평등과 비차별의 원칙이 있습니다…어렵고 힘든 부분에서 일하는 분들을 우대하고 어머니와 어린이들을 특별히 보호하며 부모 없는 아동, 장애자, 연로자 등 취약한 부류의 사람들, 외진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깊은 관심을 돌리고 돌보아 주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 대표단은 이날 인권과 삼권 분립 보장은 물론 경영방식 혁신으로 농업생산도 향상됐고 보건과 의료도 개선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진단과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습니다.
한편 북한 정부와 대화와 접촉을 강화하는 한국, 최근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일본은 북한의 인권상황에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으며 발언 수위를 낮췄습니다.
백지아 제네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북한이 이번 UPR에 국가 보고서를 제출하고, 장애인권리협약(CRPD) 비준, 유엔아동권리협약(CRC) 등에 협력한 것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등 실질적인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을 삼간 채 뒷부분에 남북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납북자, 국군포로 사안을 제기하길 바란다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백지아 대사] “The issue of separated families is an urgent humanitarian and human rights issue. My delegation recommend that the DPRK continue to cooperate with the Republic of Korea…”
납북자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아이슬란드와 우루과이 대표가 1969년 북한 정권의 대한항공 납치 피해자 황원 씨의 송환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본 정부 역시 과거와 달리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은 납북자는 과거 시인했던 일본인 납북자 송환을 끝으로 북한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편적 정례검토, UPR은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이 5년 주기로 심사를 받는 제도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UPR 실무그룹은 북한 정부에 제시할 다른 회원국들의 권고를 오는 14일에 채택할 예정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4년에 있었던 2차 UPR에서 제시된 268개 권고안 가운데 83개를 거부하고 나머지 185개 가운데 113개만 수용했었습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이 수용하겠다고 한 권고안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