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민간 보고서 “중국 내 탈북여성 성매매 시장 1억 달러 규모”

중국 산둥성 웨이팡의 마사지 업소. (자료사진)

많은 북한 여성과 소녀들이 중국에서 성노예로 팔려가고 있으며 ‘매매’ 규모가 연간 1억 달러를 넘는다는 민간 보고서가 영국에서 나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과 중국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에 있는 민간단체 코리아미래계획(Korea Future Initative)이 20일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영국 하원에 제출했습니다.

‘성 노예; 중국 내 북한 여성과 소녀들의 매춘과 사이버 섹스, 강제 결혼’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지난 2년간 중국과 한국에 거주하는 인신매매 피해자 45명과 연구자들, 중국인, 구출 단체 관계자들을 종합적으로 면담해 작성된 겁니다.

보고서는 수만 명의 북한 여성과 소녀들이 중국에서 성매매와 관련 거래로 착취와 인권 유린을 당하는 등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하 ‘시장’ 규모가 미화로 1억 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성매매 피해자들은 적게는 30위안, 미화로 4달러에 매춘 행위를 강요당하며, 강제 결혼의 경우 1천 위안, 미화 146달러에 팔려 가는 여성도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윤희순 연구원은 피해 여성들의 나이가 12~29살까지 다양하며 많은 여성이 한 차례 이상 매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9살 소녀가 인터넷 음란 채팅에 동원되고 무산 출신의 14살 소녀가 2만 4천 위안, 미화 3천 500달러에 36살의 남성에게 팔린 충격적인 당사자의 증언도 보고서에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는 폭정과 가난, 압제로 점철된 가부장적인 북한 정권이 여성과 소녀들을 조국에서 밖으로 떠미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신매매 피해 당사자로 이 단체에서 간사로 활동하는 박지현 씨는 20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의 생존권과 인권 보장에 대한 책임을 외면했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옛날부터 집 나가면 고생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진짜 언어도 모르고 문화도 모르는 나라에 위험한 것을 알면서 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가족들까지 버리고. 저희를 탓하기 전에 북한 정부가 저희한테 저지르고 있는 만행에 대해 먼저 반성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북한 정권 자체는 본인들이 모두 정당하고 저희가 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고 반역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거죠.”

유엔과 미국 정부 등 국제사회는 이런 북한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에 우려하며 북한과 중국 정부에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 정부는 이런 실태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재판소의 박광호 참사는 지난 9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 UPR에서 인신매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박광호 참사] “인신매매는 공화국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서 공화국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있다면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공화국의 용상을 흐리게 하려는 적대세력의 음모 책동에 의한 유괴 범죄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코리아미래계획 보고서는 중국 정부도 탈북민들에 대한 정책을 바꿀 징후가 없다며 정부들이 탈북민들과 함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 국제협약 의무를 위반한 중국을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내 외국 대사관들이 탈북민들의 망명을 수용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는 규탄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국제사회가 중국의 성 거래망 해체와 북한 정권의 여성 혐오에 대응하며 성 노예 구출을 위해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