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국경장벽 일부 건설 제동...메모리얼데이, 오토바이 행진 내년부터 중단

지난 4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테레사에서 새로운 국경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연방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하는 국경장벽 일부 구간 건설을 중단시켰습니다.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의회 권한을 무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지난 30여 년 동안 수도 워싱턴 D.C.에서 오토바이로 행진을 벌였던 단체가 올해가 마지막 행사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이 늘어난 가운데 이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은 지금 전몰 군인들을 추념하는 메모리얼데이 휴일을 지내고 있는데, 메모리얼데이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24일 국경장벽 건설과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네. 이날 캘리포니아주 북부 오클랜드시 소재 연방 지법에서 나온 판결입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환경보호 단체 시에라클럽과 캘리포니아 남부공동체연맹을 대표해 낸 소송, 그리고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20개 주 정부가 낸 소송에 대한 판결이었습니다. 이 법원 헤이우드 길리엄 주니어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부 돈으로 짓는 국경장벽 일부 구간 건설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판사가 공사를 중단하라고 명령한 구간이 구체적으로 어디 구간입니까?

기자) 네. 뉴멕시코주 쪽 74km 구간하고요. 애리조나주 유마 지역 8km 구간입니다.

진행자) 길리엄 판사가 이 구간 공사를 중단하라고 판결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길리엄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을 짓는데 필요한 돈을 다른 항목 예산에서 끌어옴으로써 연방 의회 권한을 무시했다는 원고 쪽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장벽 건설 항목으로 확보한 자금 가운데 일부는 연방 의회가 만들어준 예산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의회가 장벽 건설 예산을 원하는 대로 주지 않으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방부와 재무부 예산 일부를 장벽 건설 예산으로 전용했는데, 이 액수가 67억 달러에 달합니다. 거기에 이번 회계연도 연방 의회가 책정해준 예산이 약 14억 달러니까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까지 국경장벽 건설 예산으로 확보한 돈이 약 81억 달러입니다.

진행자) 국방부와 재무부 예산 어디에서 국경장벽 예산을 가져오는 겁니까?

기자) 네. 국방부 대마약 예산에서 25억 달러, 그리고 건설 예산에서 36억 달러고요. 재무부가 보유한 몰수자산에서 6억 달러를 전용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원래 예산 책정은 연방 의회 고유 권한이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이 트럼프 대통령 조처에 논란이 많았죠? 연방 의회가 허락하지 않은 예산을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대로 만들어서 쓰려고 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24일 길리엄 판사도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어떤 정책이 중요하다고 간주할지라도 연방 정부 지출에 대한 연방 의회의 절대적인 권위는 미국 헌정 체제에 있어 ‘문제(bug)’가 아닌 특징이자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아무리 국경장벽 건설이 중요하다고 해도 관련 예산 편성 권한은 연방 의회에만 있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판결문은 의회가 행정부가 요청한 예산을 주지 않을 때 행정부가 의회 없이 다른 방법으로 원하는 예산을 찾을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은 건국 초기에 연원을 둔 권력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권력분립 원칙이란 뭘 뜻합니까?

기자) 행정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의 권력을 나누어서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원칙입니다.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의회에 예산 편성 권한을 줘서 이걸로 행정부를 견제하게 만드는 거죠.

진행자)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분야에서 전용한 예산이 모두 집행이 정지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국방부에서 전용되는 예산 약 61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에 해당하는 예산만 집행이 중단됩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판결에서 재무부에서 전용된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캘리포니아주와 나머지 19개 주 정부가 소송을 내서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장벽 건설에 따른 환경 영향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재무부에서 전용된 예산 집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었는데, 길리엄 판사는 이 요청은 거부했습니다. 참고로 재무부에서 전용한 예산은 리오그란데 강 유역 장벽 건설에 쓰일 예정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상태 선포를 겨냥한 소송이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맞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국경장벽 건설을 중단해달라며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낸 소송이 이곳 워싱턴 연방 지법에 계류돼 있는데요. 최근에 심리가 진행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소송을 낸 주체 가운데 하나인 ACLU는 이번 판결이 견제와 균형, 법치, 국경 공동체에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연방 정부 소송 대리인인 법무부는 이 판결에 논평하지 않았는데요. 연방 정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 법원에 항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나요?

기자) 지금 일본에 가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활동가 판사가 다시 국경장벽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며 이 판결이 국경보안을 무시했고, 인신매매와 마약, 범죄에 우호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메모리얼 데이를 하루 앞둔 26일 민간 단체 ‘롤링썬더(Rolling Thunder)’ 참가자들이 버지니아 주 알링턴 메모리얼 다리 위를 지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메모리얼데이가 되면 이곳 워싱턴 D.C.에서는 수많은 오토바이가 거리에서 행진하는데, 이 모습을 내년부터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민간 단체 ‘롤링썬더(Rolling Thunder)’ 회원들이 매년 메모리얼데이에 오토바이를 타고 워싱턴에서 행진했는데, 올해 행진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롤링썬더 측은 지난해 12월, 올해 행사가 마지막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롤링썬더는 어떤 조직입니까?

기자) 지난 1987년에 퇴역 군인들이 중심이 돼서 설립됐는데요. 군 작전 도중 전사하거나 행방불명된 병사들을 기리고 이들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뜻에서 지난 1988년부터 매년 메모리얼데이에 국방부 주차장에서 워싱턴 D.C. 내셔널몰 인근까지 오토바이 행진해 왔습니다.

진행자) 롤링썬더는 무슨 뜻인가요?

기자) 지축을 흔드는 천둥이라는 뜻인데, 이게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북베트남에서 진행한 융단폭격 작전 이름에서 따온 겁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소리가 꼭 폭탄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와 비숫하다고 해서 단체 이름을 롤링썬더라고 했답니다.

진행자) 이 롤링썬더 오토바이 행렬이 오랜 기간 메모리얼데이를 상징하는 행사였는데, 내년부터 이 모습을 볼 수 없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롤링썬더 측은 일단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를 들었습니다. 작년 행사에 20만 달러가 들었는데, 더는 이 돈을 대기가 부담스럽다는 거죠. 그런데 주최 측 설명에 따르면 이 돈은 대개 국방부 쪽에 지급된다고 합니다.

진행자) 국방부가 행사 진행과 관련해서 그간 롤링썬더 측에 비용을 청구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행사가 국방부 주차장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오토바이 주차와 화장실 사용, 그리고 보안 명목으로 롤링썬더가 관련 비용을 국방부 쪽에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롤링썬더 측에서는 이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주장하고요. 국방부는 적절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롤링썬더 측이 비용 때문에 국방부 측에 불만이 있는 모양이군요?

기자) 그런 걸로 보입니다. 롤링썬더 측은 행사에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차라리 이 돈을 퇴역 군인들을 위해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언론에 전했습니다. 거기에 점점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이나 열의도 줄고 있어서 제반 상황을 생각해 워싱턴 D.C.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겁니다. 롤링썬더 측은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소규모 행진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롤링썬더 측 결정에 국방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당시 국방부는 롤링썬더 측 불만을 언급하지는 않고 그저 2019년 행사를 지원하겠다는 말만 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트위터에 롤링썬더의 위대한 애국자들이 내년에 워싱턴 D.C.에 되돌아올 것이라면서 오랫동안 이 행사가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적었는데요. 어떻게 행사를 계속할지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고' 상점.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상점에서 현금을 받지 않는 것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올해 들어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가 상점들이 결제수단으로 현금을 제외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도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킨 뒤 시장 서명을 기다리고 있고요. 뉴욕시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고려하고 있는데요. 최근 민주당 소속, 도널드 페인, 그리고 데이비드 시실리니 연방 하원의원이 일반 상점이 결제수단으로 현금을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해서 눈길을 끕니다.

진행자) 사실 미국에서 요즘 이렇게 현금을 받지 않는 가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죠?

기자) 네.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손님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업주 입장에서도 현금은 강도 위험 등 관리가 번거로운 점이 있어서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가게가 많아졌는데요. 업주들은 최근 규제 움직임에 대해 지나친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안에서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신용카드 결제 대행 회사인 스퀘어사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요. 지난 2015년에 20달러 이하 결제에 현금을 쓴 사람의 비율이 46%였는데, 2019년에는 이 비율이 37%로 9%P 줄었습니다. 현금은 사실 가지고 다니기가 귀찮고요. 또 잃어버릴 위험도 있어서 최근엔 지갑에 현금이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진행자) 현금이 없으면 돈을 줘야 할 때는 무엇으로 주는 겁니까?

기자) 네. ‘크레딧카드’, 즉 ‘신용카드’를 쓰거나 요즘엔 ‘지능형 손전화(스마트폰)’을 써서 결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진행자) 많은 상점이 현금을 받지 않는 건 이런 경향을 반영한 걸 텐데, 몇몇 지역 정부가 여기에 제동을 거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때 결제 수단이 현금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이런 사람들은 일부러 현금만 가지고 다니는 겁니까?

기자) 그럴 수도 있지만, 현금을 대체하는 신용카드나 스마트폰 결제 수단을 원천적으로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관련 당국 통계로는 2017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가구에서 약 6.5% 정도가 이런 부류라고 합니다.

진행자) 이 사람들은 신용카드 같은 현금 외 결제수단을 왜 가질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가난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신용카드나 스마트폰 결제 수단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은 현금만 있어서 현금을 받지 않는 가게에는 갈 수 없는 거죠. 특히 미국 내 흑인 가구 가운데 17%, 그리고 중남미계 가운데 15%는 아예 은행 계좌도 없는 실정인데, 이렇게 은행 계좌도 없는 사람들이 신용카드가 있을 리 만무하죠.

진행자) 그러니까 상점에서 현금을 받지 않는 게 이런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말이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모든 사람이 상점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수 있도록 지역 내 상점이 반드시 현금도 받도록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해당 규정이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모든 상점이 예외 없이 현금도 받아야만 하는 겁니까?

기자) 물론 예외가 있습니다. 아주 짧은 기간 장사하는 상점이나 인터넷 상점, 전화로 물건을 주문받는 상점, 차량 공유 업체, 그리고 트럭에 조리 시설을 갖춰놓고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food truck)’ 등 현금을 받기 곤란한 업종은 예외입니다.

진행자) 온라인 유통 업체인 미국 아마존이 요즘 미국 곳곳에 ‘아마존고(Amazon Go)’라는 상점을 세우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현금이 필요 없는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물건을 매대에서 담으면 전용 스마트폰 앱에서 대금이 자동 결제되도록 했는데요. 하지만, 뉴욕에서 12번째로 개점하는 아마존고 상점에서는 현금도 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