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방역과 예방이 최선이란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어떤 병인가요?
기자)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전염병”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병률이 높고 고병원성에, 감염되면 폐사율이 거의 100%이기 때문에 양돈 산업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전염됩니까?
기자) 사람과 다른 동물은 다행히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전염되지 않습니다. 사육 돼지와 야생 멧돼지만 감염되는 전염병입니다. 감염 경로는 다양합니다. 감염된 돼지를 다른 건강한 돼지가 접촉할 때, 또 바이러스가 든 돼지고기 가공품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건강한 돼지가 먹어도 감염됩니다. 물렁 진드기(soft tick)가 바이러스를 보균하다 돼지를 물어 전염시키기도 합니다.
진행자) 사람이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어도 전염되지 않는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으면 다른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피하거나 완전히 익혀 먹을 것을 전문가들은 권고합니다.
진행자) 감염된 돼지들은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기자) 고열과 무기력, 식욕부진, 피부 출혈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또 구토와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이며, 급성인 경우 증상이 시작한 후 대개 6~13일 사이에 죽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치명적인데 백신이 없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양돈산업에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1년 현재 돼지 232만 마리를 사육하고, 돼지고기를 연간 11만 5천t 생산합니다. 1천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한국에 비하면 5분의 1 정도 수준이죠. 하지만 최근 식량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면 식량 수급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아직 건강한 돼지들을 보호하는 게 관건일 텐데, 어떻게 예방해야 합니까?
기자) 양돈 시설을 모두 소독하고 농장 출입을 통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바이러스의 환경저항력이 강해서 방문자들의 신발과 옷, 차량, 도구 등을 통해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발병국을 방문할 때는 축산 농가 출입을 삼가야 합니다. 또 남은 음식물은 반드시 열처리를 통해 먹이로 줘야 합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북한은 지난달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중국 접경 지역인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25일 확진이 나와 77마리가 폐사하고 22마리는 살처분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들은 발병 사실을 3일까지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돼지열병의 역사와 주변국 상황, 죽은 돼지 처리 방법 등 방역 조치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들과 사뭇 다른 반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47개 나라,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에서 처음 발생한 뒤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퍼졌는데, 정부와 관영매체 모두 대대적으로 국민에게 발병을 알리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발병 소식이 알려지자 이낙연 총리가 지난 1일 차단 방역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최고 수준의 방역 태세를 갖추고, 전 국민에게 협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또 포상금을 올려 발병 신고자에게 100만원, 미화 850불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발생했다면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닐 것 같은데요?
기자) 그 때문에 공동 방역과 대처를 위한 남북 협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에 추가로 발병이 됐는지, 어느 지역까지 확산됐는지 정확한 자료와 통계가 필요하고 멧돼지 등의 이동경로도 파악해 남북한이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이런 입장을 전달했지만 북한 정부는 아직 답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