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인권이 미-북 비핵화 협상의 불쏘시개로 전락해선 안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탈북민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협상 개시 후 인권 문제에 거의 침묵하는 데 대해 미 전문가들은 인권이 협상의 불쏘시개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VOA에, “북한의 모든 근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위해 북한 정부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가 왜 계속 미-북 협상의 불쏘시개가 돼야 하는가?”

지난해 미-북 협상 재개 후 북한의 인권 문제에 사실상 침묵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 전문가들이 던지는 공개질문입니다.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점부터 인권에 관한 언급을 멈췄다며, 불행하게도 그 후로 이에 대해 거의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President Trump has stopped talking about human rights since the lead up to the Singapore summit and unfortunately we haven't heard much from him since.”

킹 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를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채찍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 해부터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 문제를 끊임없이 비판했지만, 지난해 북한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합의한 뒤부터 사실상 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is cruel dictatorship measures them, scores them, and ranks them based on the most arbitrary indications of their allegiance to the state…..”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한국 국회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잔혹한 독재자”로 부르며, 그가 “주민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여기기는커녕 주민들을 저울질하고, 점수 매기고, 국가에 대한 충성도를 너무나도 자의적으로 평가해 이들에게 등급을 매긴다”고 강하게 비판했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초에는 국정연설과 탈북민들을 백악관에 초청한 자리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부각시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시작한 뒤 김 위원장을 “영리하고 훌륭한 협상가”라고 말하는 등 비난 대신 칭찬과 격려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미국이 지난해 말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 논의를 중단하고, 지난 3월 북한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 상호대화에서 침묵한 것은 아주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과거 미 행정부에서 “인권 사안이 정치,안보, 핵·미사일 같은 군사 문제를 위해 희생됐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the North Korea human rights issue has been sacrificed on the altar of political, security, and military issues like nukes and missiles. This would be no news.”

실제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강철환 씨와 김성민 씨 등 탈북민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담하는 등 북한 정권을 악의 축으로 비난했지만, 비핵화 협상 개시부터는 이런 비난을 삼갔습니다.

이런 추세에 대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도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해 말 하원 청문회에서 “미 정부는 북한과 비핵화 외교가 없을 때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북한 정권을 혹평하는 탈북민들을 지지하며 대북 외부정보 유입 노력을 지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협상이 시작되면 인권 문제는 너무 말하기 불편한 존재가 되고 협상 관계자들은 비핵화라는 핵심 사안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인권 문제 제기를 원하지 않는 추세가 반복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전 보좌관] “But once the negotiations begin, the human rights issue becomes too uncomfortable, and too inconvenient to talk about. Negotiators do not want to raise it for fear that it will create a distraction from the main issue (denuclearization)…”

미 기업연구소(AEI)의 닉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인권을 도구화한다는 오랜 비판의 역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 “Well I think there's a long history of criticizing the instrumentalization of human rights that goes beyond U.S. policy and indeed beyond U.S. policy with North Korea.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의 인권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북한 수뇌부의 전략과 대량살상무기(WMD) 셈법 전망을 알 수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을 대북정책의 토대로 삼는 게 북한과의 협상에서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연구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협상 개시 뒤 인권을 제쳐둔 게 불행한 사실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 가치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인권 문제를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노스 연구원] “I think it's time for the administration to view human rights as a strategic part of its broader 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 one that views values as a frontline issue that ties in with a lot of the national security priorities.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인권의 가치를 많은 국가안보의 우선 사안들과 연계된 최전선의 이슈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인권을 도구화한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0일 VOA의 이메일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채, “미국은 북한의 모든 근본적인 자유와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정부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will continue to press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respect the fundamental freedoms and human rights of all in North Korea.”

이 관계자는 “우리는 계속 북한 정부의 심각한 인권 위반과 침해에 깊이 우려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서 계속되는 인권 위반과 침해를 강조하고 제기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예로 북한 정권의 심각한 인권 침해와 검열에 대한 미 정부의 독자 제재 부과, 유엔총회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탈북민들과의 회동을 언급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taken a number of steps to highlight and address the ongoing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in the DPRK, including through sanctions designations for serious human rights abuses and censorship, cosponsoring UN resolutions at the UN General Assembly, and by meeting with North Korean refugees.

국무부 관계자는 이런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하고 독립적인 정보 접근을 늘리는 등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위해 미국은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공개적 비판을 삼가고 있지만, 미 정부는 대북 인권 개선을 위한 지원사업과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지난 3월 북한의 인권과 책임 추궁, 정보 접근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 기금을 더 늘려 6백만 달러를 책정했다고 홈페이지에 발표했습니다.

국무부는 또 미 의회가 제정한 ‘대북제재와 정책 강화법’에 따라 인권 유린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30여 명과 적어도 13 단체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 역시 8일 VOA에 미국이 인권을 협상 도구로 삼는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백 대사] “I don’t think it’s valid. They have gotten people free that were persecuted for their faith. They brought them back. They stand for human rights and we stand for human rights in this administration.”

트럼프 행정부는 신앙 활동 때문에 북한에 억류돼 박해를 당한 미국인들을 석방시켜 미국으로 데려오는 등 인권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백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