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고문 실태 여전히 심각… 광범위하고 조직적”

한국 경기도 파주시 통일전망대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관한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

매년 6월 26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고문 피해자 지원의 날’입니다. 하지만 고문 근절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직도 온갖 형태의 고문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내 고문 실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는 올해 3월 발표한 북한인권 보고서에서, 북한에서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문이나 비인간적 대우가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탈북자들의 증언과 비정부기구들의 보고서들에 따르면, 여러 구금 시설에서 관계자들이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문과 학대의 방법은 혹독한 구타와 전기충격, 공공장소에서의 알몸 노출과 같은 수치심 유발,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있기, 물고문, 쓰러질 때까지 일어서고 앉기 반복 등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습니다.

미 중서부에 정착한 탈북민 김해성 씨는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서 직접 경험하거나 들은 고문 실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해성] “가만히 앉은 자세에서 몇 시간씩 있게 합니다. 아무리 편한 자세라도 가만히 있기가 매우 힘듭니다. 조금만 움직이면 채찍과 쇠갈고리 같은 것으로 때립니다.”

김 씨는 또 서서 팔을 들게 하고 그 위에 의자 같은 것을 올리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과, 12살 어린이에게 족쇄를 채워 매달아 놓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고문과 질병, 굶주림 등 복합적인 이유로 북한 구금 시설 내 수감자들이 사망했다는 탈북자들의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올 2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보고서에서, 북한 내 구금 시설에서 고문과 학대가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자들은 심문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자백하지 않는 수감자들을 고문하고 학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서부에 사는 탈북민 제임스 리 씨는 북한에서는 아주 사소한 죄로 잡혀가도 고문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리] “작은 법률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 무차별적인 구타라든가 감옥에 들어가서 맞고 나온 현상들을 일상적으로 목격을 해요.”

리 씨는 북한 주민들은 인권 의식이 너무 낮기 때문에 고문을 당하는 사람들이 이를 중대한 인권 침해로 여기지 않은 채 그냥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고문이나 학대의 가해자들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무감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북한이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사람들에게 고문과 성폭력 등 중대한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들도 계속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퀸타나 특별보고관] “if this people are repatriated to North Korea, they are subject to ill-treatment.”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면 최소한 학대의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탈북민 지현아 씨는 지난해 말 국무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세 차례나 북송됐다며, 그 과정에서 모진 고초를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한 번도 힘든 것을 저는 세 번을 북송을 당했고, 그리고 네 번 탈출했고요, 그 과정에서 북한의 정말 처절한 인권 박해를 경험했고요.”

북한 당국은 고문 등 학대 행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최종보고서에서,북한에서 고문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형법은 고문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