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이 약 3개월에 걸쳐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조례’ 개정안(일명 송환법)를 공식 철회했습니다.
홍콩 정부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오늘(4일) 텔레비전 담화를 통해 “대중의 우려를 완전히 진정시키기 위해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한다”고 밝히고 “입법회 회의가 재개되면 규칙에 따라 조례 개정안 폐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람 장관은 또한 시위대를 향해 “폭력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며 “가장 시급한 과제는 폭력을 멈추는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오늘 홍콩 주식시장의 항셍지수는 어제보다 3.90% 오른 26,523.23으로 마감했습니다.
‘범죄인 인도조례’ 개정안은 홍콩 당국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곳에도 형사피의자 등의 신병을 넘겨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지난 봄 홍콩 당국이 입법회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추진하는 것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반체제 인사들을 중국에 압송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야당과 사회단체, 학생기구 등은 지난 6월 9일 홍콩 도심에 1백만 명(주최 측 추산) 이상이 모인 집회 이후 13주 넘도록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람 행정장관은 6월 15일과 7월 9일 두 차례, 더 이상 입법회에서 논의하지 않겠다며 “송환법은 죽었다”고 말했으나 시위대는 개정안 완전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고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면서 강경 대응 입장을 지켜왔습니다.
이에 맞서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회, 람 장관 사퇴와 직선제 실시, 시위대 ‘폭도’ 규정 취소, 체포된 시위대 석방과 불기소, 시위 강경진압 진상 조사 등 ‘5대 사항’으로 요구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후 중국 중앙정부가 군대 투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정부는 ‘제2의 톈안먼 사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람 장관은 오늘 담화에서 시위대의 나머지 4가지 요구에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