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중국, 송환법 철회 지지"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5일 송환법 철회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범죄인 인도조례’ 개정안(일명 송환법) 공식 철회에 대해 중국 정부의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람 장관은 오늘(5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 발표한 송환법 철회는 전적으로 자신과 홍콩 정부의 결정이었다고 강조하고, 중국 중앙정부는 여기에 “존중과 지지”를 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람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홍콩 여론에 퍼지고 있는 ‘중국 배후설’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어제(4일) 람 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전격 발표하자, 인터넷 사회연결망(SNS) 등에는 ‘시위를 누그러뜨려 반정부 세력의 결속을 와해시킨 뒤 처벌 수순으로 가는 중국 정부의 큰 그림’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실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송환법 철회 발표 전날(3일)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외부 세력의 조종을 받아 독립을 추구하는 ‘색깔 혁명’ 양상을 띠고 있다며, “핵심 인물과 배후에서 기획·조직한 인물, 지도자 등을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람 장관은 오늘(5일) 회견에서 송환법 철회 외에 시위대의 나머지 요구사항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홍콩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3개월여에 걸친 집회를 통해 송환법 완전 철회, 람 장관 사퇴와 직선제 실시, 시위 강경진압 진상조사, 체포된 시위대 석방과 불기소, 시위대 ‘폭도’ 규정 취소 등 ‘5대 요구사항’을 내걸어 왔습니다.

람 장관은 이 가운데 시위 진압 진상조사에 대해, 경찰 자체 감찰조직인 ‘감경회’를 전적으로 신뢰하겠다며 시위대가 요구하는 독립조사위원회 설치를 거부했습니다.

또한 ‘긴급정황규례조례(일명 긴급법)’ 발동을 고려하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고 “폭력 행위를 멈추기 위해 법 집행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조례는 비상 상황이나 공동의 위험에 처했을 때 행정장관 직권으로 체포, 추방, 압수수색, 재산 몰수와 출판·통신·운수 제한 등을 집행할 수 있는 내용으로, 사실상 계엄령과 같습니다.

한편 최근 반정부 집회를 조직해온 시민·사회단체 연합기구 ‘민간인권진선(민진)’은 오늘(5일) 성명을 통해 “람 장관이 송환법 철회 하나로 시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며 “5대 요구를 전부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악법 철회라는 한 가지 요구에 응한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시위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와 함께 민진 측은 오는 15일, 5대 요구사항 전면 수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지난 2014년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도 트위터에 입장문을 내고, “캐리 람의 반응이 너무 늦었고 너무 작다”고 비판했습니다.

웡 비서장은 그동안 시위 과정에서 “7명이 희생되고, 1천200여 명이 체포됐다”고 주장하면서, “그(람 장관)는 5대 요구사항에 모두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