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신용 강등...반환 이후 처음

지난 2일 홍콩 대학 앞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채 시위를 하고 있다.

주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진행 중인 홍콩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습니다.

홍콩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인 1995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입니다.

피치는 오늘(6일)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하고, 홍콩의 통치체계인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가 느슨해져 중국과의 차별성이 약해진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피치는 “수개월 동안 지속된 갈등과 폭력 때문에 홍콩과 본토의 관계를 규정하는 일국양제의 범위와 유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내용은, 홍콩 사태에 대해 중국 중앙정부가 잇따라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며 개입한 것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됩니다.

피치 측은 일국양제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홍콩과 중국의 경제, 금융, 정치적 연계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이로 인해 더 큰 제도·규정상의 난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 전개는 홍콩과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격차가 줄어드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중국의 신용등급은 홍콩보다 두 단계 낮은 A+입니다.

피치는 또 지난 4일 홍콩 당국의 ‘송환법(범죄인 인도조례 개정안)’ 철회 발표 이후에도 반정부 시위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을 불안 요소로 꼽았습니다.

피치는 “일부 시위자들의 요구가 수용됐으나, 일정한 수준의 대중 불만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사회불안의 재분출 가능성 때문에 공공기관들의 자신감이 훼손되고 홍콩의 통치체계, 제도, 정치 안정성, 기업환경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치는 홍콩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정해, 앞으로 6개월에서 12개월 내 추가 강등 가능성까지 커졌습니다.

아울러 피치는 시위로 인한 혼란에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겹치면서, 홍콩의 전반적인 경제환경이 나빠졌다며 올해 성장률을 0%로 전망했습니다.

실제 홍콩 경제는 최근 하락 국면을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홍콩 당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동기보다 0.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달 발표했습니다.

이는 앞서 시장 전문가들이 예측한 1.5%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1분기보다 오히려 0.3% 줄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