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가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조사하는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청문회에 나오라고 소환장을 받은 두 전직 백악관 관리는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연방 의회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승격하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연방 하원에서 관련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란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17일 연방 하원에서 눈길을 끄는 청문회가 열렸군요?
기자) 네. 하원 법사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청문회를 위해서 법사위는 릭 디어본 전 백악관 비서실 차장,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 그리고 지난 대선에 트럼프 후보 선거운동을 지휘했던 코리 루언다우스키 씨에게 소환장을 발부해 청문회에서 증언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소환장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청문회에 나왔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루언다우스키 씨만 나오고 나머지 2명은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이 전, 현직 보좌관들에게 하원 조사에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요. 포터 전 선임비서관과 디어본 전 비서실 차장이 나오지 않은 건 이 때문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팻 시폴로니 백악관 법률 고문이 법사위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는 두 사람에게는 헌법에 따라 증언이 면제되기 때문에 연방 법무부가 권고하고 트럼프 대통령 명령으로 두 사람이 소환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소환을 거부하는 헌법적 근거가 뭡니까?
기자) 네. 대통령 고위 보좌관에게 청문회에 나와 증언하라는 건 대통령에게 증언하라는 것과 똑같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청문회 증언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고위 보좌관도 그럴 권리가 있다는 논리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루언다우스키 씨는 청문회에 나왔군요?
기자) 네. 루언다우스키 씨는 백악관 관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하라고 지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폴로니 법률 고문은 별도로 보낸 편지에서도 루언다우스키 씨가 트럼프 대통령과 사적으로 나눈 대화를 특검 보고서에 나온 것 이상으로 증언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요. 루언다우스키 씨가 청문회에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위해 외국 기관과 공모하거나 접촉한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세 사람이 청문회에 나오라고 소환장을 받은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 사법방해 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것이 ‘사법방해’ 혐의죠? 그런데 이 혐의를 조사한 특검 보고서에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요.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루언다우스키 씨를 불러서 지시를 내립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당시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에게 가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빠지기로 한 것을 철회하고 특검 수사를 제한하라고 설득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진행자) 세션스 법무장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빠진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두고두고 불만을 나타냈었죠?
기자) 맞습니다. 세션스 장관은 본인도 러시아 스캔들과 연관돼 있었기 때문에 FBI 수사에서 본인은 빠졌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지시를 받은 루언다우스키 씨는 본인이 직접 세션스 장관을 설득하지 않고 당시 릭 디어본 비서실 차장에게 트럼프 대통령 지시가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했는데요. 디어본 전 차장은 메시지 내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이를 세션스 장관에게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럼 롭 포터 선임비서관은 왜 소환 대상이 됐습니까?
기자) 네. 포터 전 선임비서관은 이런 과정을 옆에서 그대로 지켜본 사람이기 때문에 소환됐습니다. 참고로 포터 전 선임비서관은 가정폭력 문제로 지난해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원 법사위는 사법방해 혐의와 관련해서 돈 맥갠 전 백악관 법률고문에게도 소환장을 발부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검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맥갠 전 고문에게 세션스 법무장관이 로버트 뮬러 특검을 해임하도록 조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맥갠 전 고문은 이 지시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맥갠 전 고문 증언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맥갠 전 고문은 백악관 지시에 따라 이에 불응했습니다. 백악관은 로버트 뮬러 전 특별 검사 측 수사에 충분히 협조했기 때문에 추가 자료 제출이나 증언은 불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법사위는 지난 8월에 워싱턴 D.C. 연방 지방 법원에 맥갠 전 고문 증언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사위는 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데 맥갠 전 고문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법사위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위해서 최근에 법사위 규정을 개정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법사위는 지난 12일 법사위 주관 청문회를 대통령 탄핵 조사로 지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해당 청문회에서 법사위 소속 변호사가 증인을 집중적으로 심문할 수 있도록 했고요. 기밀 내용이 있는 대배심 자료를 법사위가 비공개로 열람할 수 있게 했습니다. 거기에 백악관 관리들이 법사위 질문에 서면으로 답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17일 진행되는 청문회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라고 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민주당 소속인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16일 한 방송과의 회견에서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내들러 위원장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법사위 움직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쪽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강하게 이런 움직임을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서 뮬러 전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 조사에서 아무것도 밝히지 못했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을 압박하는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미국을 비롯해 몇몇 서방 나라에서 이른바 ‘백인 우월주의(White Supremacy)’가 우려를 낳고 있는데, 미국 의회에서 백인 우월주의 집단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연방 하원에서 몇몇 의원이 백인 우월주의 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테러 조직으로 지정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네. 연방수사국(FBI) 같은 사법당국이 해당 조직과 조직원들을 더 면밀하게 감시할 수 있습니다. 또 이들에 대한 정보를 동맹국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요. 검찰이 입수한 증거를 가지고 이들을 기소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 조직이 몇 개나 되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모두 68개 조직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인 IS나 국제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와 관련된 조직들인데요.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 집단은 아직 이 명단에 없습니다.
진행자) 그럼 어떤 조직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되는 겁니까?
기자) 네. 반드시 테러리즘에 관여하고 미국 시민과 미국의 안전을 위협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 조직은 모두 외국 조직입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해서 무조건 기소하기가 불가능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 연방 수정헌법 1조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그저 백인 우월주의를 믿거나 이를 표현한다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백인 우월주의 집단이 테러조직으로 지정되면 이들의 활동 반경이 크게 제약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화당 소속의 존 캣코 연방 하원의원은 이 방안을 지지하는 의원 가운데 1명인데요. 캣코 의원은 백인 우월주의가 분명히 큰 문제라면서 이걸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안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저지르는 강력 범죄가 얼마나 되나요?
기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혐오-극단주의 연구센터에 따르면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2018년에 17명, 그리고 올해는 26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반면에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저지른 살인 사건은 작년에 1건 있었고, 올해는 아직 없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도 최근에 백인 우월주의 단체를 테러단체로 지정했죠?
기자) 캐나다 정부는 지난 6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피와 명예’, 그리고 이 조직 산하 무장 조직인 ‘컴뱃18(Combat 18)’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피와 명예’가 독일 나치즘을 신봉하고 컴뱃18은 살인과 폭탄테러를 저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에는 별이 50개 그려져 있습니다. 이 50개 별은 미합중국을 구성하는 50개 주를 상징하는데요. 요즘 워싱턴 D.C. 거리에 별이 51개가 그려진 성조기가 등장했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과 연방 의사당을 잇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길가에 51개 별이 그려진 이색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습니다. 모두 140개에 달하는 이 특별한 성조기는 워싱턴 D.C. 정부가 준비한 겁니다.
진행자)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기자) 네, 오는 19일에 연방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서 워싱턴 D.C.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승격시키는 문제에 관한 청문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청문회를 앞두고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데요. 뮤리엘 바우저 시장 등 워싱턴 D.C. 시 정부 관리들은 16일, 이층 버스를 타고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행진한 뒤, 의사당 근처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진행자) 연방 의회에서 관련 청문회가 열리는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처음은 아닌데요. 상당히 오랜만입니다. 지난 1993년이 마지막이었으니까, 26년 만에 열리는 겁니다. 엘레노어 홈스 노튼 워싱턴 D.C. 대표가 발의한 H.R.51을 논의하게 되는데요. 이 법안은 워싱턴 D.C.를 주로 승격하고 연방 상원의원 2명과 연방 하원의원 1명을 선출할 자격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워싱턴 D.C.는 왜 주로 승격하길 바라는 겁니까?
기자)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D.C. 자동차 표지판에 쓰여있는 이 말은 ‘대표 없는 납세 의무’란 뜻인데요. 다른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연방 세금을 내는데 자신들을 대표할 연방 의원이 없다는 건 부당하다는 불만을 반영한 겁니다.
진행자) 워싱턴 D.C. 주민들도 연방 의회에 대표를 보내지 않나요?
기자) 하원에 1명, 상원에 2명 대표를 보내긴 하는데, 이들에게는 표결권이 없습니다. 따라서 워싱턴 D.C. 주민들이 제대로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다는 비판이 계속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노력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는데요. 1993년에는 하원 본회의에까지 올랐지만, 277-153, 큰 표차로 부결됐습니다.
진행자) 과연 이 법안이 연방 의회를 통과해서 워싱턴 D.C.가 주로 승격할 수 있을까요?
기자) 상원은 몰라도 하원에서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H.R. 51은 하원 의원 217명이 공동 발의했는데요. 하원 통과에 필요한 218명에서 한 표가 모자랍니다. 하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이미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하원은 쉽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진행자) 상원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쉽지 않습니다. 현재 상원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민주당 의원 30명이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법안 통과에 필요한 51명에서 훨씬 못 미치는 건데요.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는 상원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매코넬 대표는 왜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워싱턴 D.C.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D.C.를 주로 승격하면 결국, 연방 의회에서 민주당 의석을 늘리는 셈이 된다는 겁니다. 또 워싱턴 D.C. 인구가 70만 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연방 상원의원 2명을 선출하게 한다면, 균형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주들과 비교했을 때 워싱턴 D.C. 인구가 그렇게 적은 건가요?
기자) 워싱턴 D.C.보다 인구가 적은 주도 있습니다. 버몬트와 와이오밍인데요. 하지만 이 두 주 역시 상원의원 2명과 인구 비례에 따른 하원의원 1명을 각각 연방 의회에 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구 대비 균형 문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워싱턴 D.C. 측은 주장합니다.
진행자) 혹시 연방 헌법과는 상관이 없습니까?
기자) 사실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연방 의회에 워싱턴 D.C.를 주로 승격할 자격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헌법 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