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청문회 증인 출석 공방...법원 "하버드대 아시안 차별 없어"

미국 워싱턴의 연방 의회 건물.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청문회 증인 출석을 놓고 행정부와 의회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탄핵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자금 모금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하버드대학교가 입학 사정에서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의도적으로 차별했다는 소송에 대해 법원이 이유 없다고 판결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대통령 탄핵 조사에 증인 출석을 놓고 논란이라고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전화로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 때문에, 지난달 하원이 탄핵 조사를 개시했는데요. 이번 주 대통령 개인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절차가 본격화됐습니다. 또한 국무부 당국자들을 증인으로 불렀는데요. 장관이 직접 나서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장관이 밝힌 거부 입장,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마이크 폼페오 장관이 1일,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냈는데요. 전·현직 국무부 당국자 5명에게 지난달 27일자로 발송한 출석 요구서를 잘 받았다고 먼저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증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왜 증언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기자) 의회의 출석 요구에 “현저한 법적·절차적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섯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요. 먼저, 위원회가 출석 요구서를 통해 증언을 강제할 권한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고요. 그리고, 증인들이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의회의 출석 요구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원 정보위는 출석 요구서를 보내면서, 시일 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의회의 조사업무 방해로 간주하겠다고 강조했는데요. 폼페오 장관은 이런 내용이 “협박”이라며,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국무장관의 이런 입장에, 의회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날(1일) 하원 외교위, 정보위, 정부개혁감독위 위원장들이 공동으로 비난 성명을 냈습니다. “국무부 직원을 포함한 증인을 협박하거나, 의회와 대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불법”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 같은 행위는 모두 “탄핵심문 방해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의회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요?

기자)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의회 모독죄’ 등으로 고발할 수 있지만, 강제로 불러낼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의회 규정에, 관련 증언은 자발적으로 하도록 돼있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는 의회가 행정부 인사들에게 출석을 요구하면, 그대로 따르는 게 관례였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탄핵 조사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주요 증인들을 부르는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습니다. 3일에는 커트 볼커 전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 11일에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로부터 증언을 들을 계획인데요. 이들은 출석 요구를 거부하지 않고, 증언에 나설 것으로 의회 전문지 ‘더힐(The Hill)’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일정이 잡혀있는 청문회 이후에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자료 제출 소환장을 받은 주요 관계자들이 있는데요. 4일은 폼페오 장관이 자료를 내야 하는 시한입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15일을 시한으로 통보 받았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과 줄리아니 변호사가 어떤 자료를 내야 하는 건가요?

기자) 폼페오 장관은, 문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7월 말 통화 현장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폼페오 장관이 2일 이를 확인했습니다. 또 줄리아니 변호사는 통화 이후 우크라이나 측 인사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따라서, 관련 통신 기록이라든가 동선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 받았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가 왜 탄핵 조사를 불러왔는지, 다시 짚어보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에,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과 아들의 현지 행적을 조사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내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설 유력 경선 주자이고요, 아들 헌터 씨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의 이사를 지냈습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위를 이용해 정치적 경쟁자를 곤경에 몰아넣으려고 했다며, 지난달 24일 탄핵 조사를 개시한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탄핵 조사는 국민의 힘과 표, 자유 등을 앗아가려는 "쿠데타"라며 반발했습니다. 또 2일에는 애덤 쉬프 하원 정보위원장에게 사임을 촉구했는데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쉬프 위원장이 얘기를 꾸며냈다며 ‘반역죄’로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Election 2020 Trump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뉴멕시코주 리오란초에서 열린 공화당 유세에서 연설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광고비와 여행 경비, 직원 월급 등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돈이 많이 듭니다. 지난 9월 30일로 3분기가 끝나면서 여러 후보들의 모금 현황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나 모금했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 기간 트럼프 대통령 재선 본부와 공화당전국위원회(RNC)가 모금한 금액이 1억2천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3억 달러 이상 모금했다는 겁니다. 지난 2011년 재선에 나선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같은 기간 7천만 달러를 모금했으니까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모금한 액수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 탄핵 조사로 곤경에 처했는데, 선거 자금 모금은 순조로운가 보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탄핵 정국이 선거 자금 모금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장인 브래드 파스케일 씨는 지난달 27일, 이틀 새 5만 명 이상의 새 기부자를 모았다고 트위터에 썼는데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들어간다고 공식 발표한 지 며칠 안 돼서 일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렇게 모금한 돈을 어디에 쓸 계획인가요?

기자) RNC는 탄핵 조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데 일부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탄핵 조사에 반대하는 광고 등에 200만 달러를 쓴다는 건데요. 별도로 트럼프 선거대책본부는 유력한 경쟁 후보로 꼽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는 광고에 800만 달러를 쓸 계획입니다.

진행자) 민주당 후보들 상황도 살펴볼까요?

기자)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아직 모금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후보도 많은데요. 지금까지 들어온 내용을 보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 가운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가장 앞섭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3분기에 2천530만 달러를 모금했는데요. 지난 2분기보다 100만 달러 이상 더 모금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2분기에는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두각을 나타냈는데요. 이번에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2분기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순조로운 모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1천900만 달러 이상 모금한 건데요. 부티지지 시장은 지난 2분기에 거의 2천500만 달러를 모금한 바 있습니다. 그밖에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천160만 달러를 모았고요. 중국계 기업인 앤드루 양 후보가 1천만 달러, 코리 부커 상원의원이 약 600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진행자) 앤드루 양 후보가 부커 의원보다 모금 성적이 더 좋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분기에는 300만 달러도 모금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세 배가 넘는 기부금을 모은 겁니다. 양 후보는 최근 지지율 면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에머슨대학교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워런, 샌더스 후보에 이어 지지율 4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앤드루 양 후보가 최근 두각을 보이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양 후보는 매달 미국인들에게 1천 달러 기본 소득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지난달 12일에 열린 민주당 경선 후보 3차 TV 토론회에서 시범으로 10명에게 1년 동안 한 달에 1천 달러를 주겠다고 발표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양 후보 측은 토론회가 끝난 뒤 72시간 동안 1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워런 상원의원 등은 아직 모금 내역을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걸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모금 실적이 어느 민주당 후보보다도 월등히 앞서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낸 댄 파이퍼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그 어느 후보보다도 더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자금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지적했는데요. 민주당에 경종이 되는 일이라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진행자)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각 당의 후보를 뽑는 경선 기간부터 본 선거 기간까지 거의 2년에 걸쳐 진행되는데요. 그만큼 후보들의 건강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샌더스 후보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건강 문제로 유세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1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는데요. 동맥 폐색 진단을 받고 혈관에 스텐트 2개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스텐트는 미세한 그물 모양의 장치로 좁혀진 혈관을 확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진행자) 상태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샌더스 후보 측은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는데요. 회복하는 동안 며칠 선거운동을 쉰다고 설명했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올해 만 78살로 후보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데요. 바이든 전 부통령은 76살, 트럼프 대통령은 73살입니다.

관광객들이 하버드대 교정을 걷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아시아계 지원자 차별 소송에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네.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의도적으로 차별했다는 주장이 ‘근거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습니다. 1일 보스턴 연방법원의 앨리슨 데일 버로스 판사가 내린 결정인데요. 5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학교 측이 승소한 겁니다.

진행자)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소송이었나요?

기자)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이라는 비영리단체가 하버드대 당국을 고소했습니다. 아시아계 지원자의 개인적 특성 점수를 낮게 매겨 불이익을 줬다고 소장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개인적 특성 점수라면, 어떤 건가요?

기자) 신입생을 뽑을 때 시험점수 외에, 특별활동이나 운동, 봉사활동 내역 같은 것들도 보는데요. 인종도 고려하고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이 항목의 점수를 지속적으로 낮게 줬다는 게 SFFA 측의 주장입니다.

진행자) 하버드에 갈 자격이 되는 학생이, 개인 특성 점수 때문에 불합격되는 일이 많았다는 이야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SFFA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요. 소송 전년도인 2013년 입학 사정 결과, 학업 성적만 보면 아시아계 합격자 비율이 43%까지 올라야 하는데, 실제로는 18%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따라서 학교 측의 제도적, 고의적으로 차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하버드대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차별했다는 건가요?

기자)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란 제도가 문제였는데요.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비롯한 소수계 출신을 배려하는 목적입니다. 이 제도를 잘못 활용해 아시아계 지원자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입니다.

진행자) 그럼, 상대적으로 아프리카계 지원자들에게 이익을 줬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SFFA 측은 하버드 당국이 아프리카계나 중남미계 지원자들을 선호하면서, 아시아계를 포함한 다른 인종들이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은 연방 민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공부를 더 잘하는 아시아계 학생이 불이익을 받는 입학 사정을 중단시켜 달라고 법원에 호소한 겁니다.

진행자) 하버드 측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하버드 측은 차별을 부인했습니다. 2010년 이후 아시아계 학생의 비율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 신입생 가운데 아시아계가 23%에 육박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23%면, 다른 인종보다 많은 비율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파악한 통계를 보면, 같은 해 하버드 신입생 중에 아프리카계는 15%였고요, 중남미계는 12%에 머물렀습니다.

진행자) 이번 판결로 하버드대 측의 잘못이 없었다는 게 확인된 건가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버로우스 판사는 하버드대의 입학 사정이 “완벽하지는 않다”고 판결문에 적었는데요. 하지만, 입학 사정관들을 상대로 교육 훈련 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FFA는 이번 판결에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는데요. 이번 소송은 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