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착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는 난민의 한도를 대폭 줄일 계획입니다. 미국 정착을 원하는 탈북 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달 1일부터 시작된 2020회계연도에 수용할 수 있는 최대 난민 수를 1만8천명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19회계연도의 3만 명과 비교해 40%나 줄어든 것이고, 의회가 1980년 난민 정착 프로그램을 만든 이후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1만 8천 명의 난민 가운데는 종교박해를 피하려는 난민 5천 명, 이라크에서 미군을 도운 사람들 4천 명, 온두라스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출신 1천 500명 등이 포함될 계획입니다.
국무부는 많은 수의 난민을 미국에 정착시키기에 앞서 현재 미국 이민제도가 당면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쪽 국경의 인도적 위기와 안보 위기가 이미 이민제도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대규모 난민을 미국에 정착시키려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계속 난민 입국 상한선을 줄였습니다.
2018 회계연도에 4만 5천 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인데 이어 2019 회계연도에도 다시 3만 명으로 줄였습니다.
반면 전임 바락 오마바 행정부는 2016회계연도에 8만 5천명, 2017회계연도에는 11만 명을 상한선으로 정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에 정착할 수 있는 난민 수가 줄어들면 미국 정착을 원하는 탈북 난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그런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요, 특히 지난 2년 동안 아주 낮았습니다. 그래서 1년에 겨우 한 두 명 밖에 정착하지 못하는데요, 더 악화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그렇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은 2018 회계연도 5명, 2019회계연도 1명 등 모두 6명에 불과합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월 말 모든 난민 입국 프로그램을 120일 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같은 해 9월 25일에는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대상국가 명단에 북한을 추가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탈북민들은 인권 유린과 통제, 탄압을 피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라며, 미국인들은 이들을 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탈북민들은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될 경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난민 수용 한도를 줄이는 것 자체로 탈북 난민들의 미국 입국이 특별히 더 어려워질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는 미국 정부가 탈북민을 받아들이는 데 너무 수동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We've always been reactive. We should be proactive when it comes to North Korean refugees.”
미국 정부가 탈북 난민 문제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지만, 역대 행정부들이 탈북민들을 돕고 지원하는데 진지한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탈북민들이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난민 심사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탈북민이 미국 대신 입국 절차가 훨씬 간단하고 정착 지원도 풍부한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은 미 의회가 지난 2004년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6년 5월에 처음으로 6명의 탈북 난민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218명이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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