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나루히토 일본 천황이 지난 22일 공식 즉위식을 치렀습니다. 지난 4월 ‘레이와’라는 새 연호를 선포하고, 5월에 천황 자리에 오른 뒤로도 계속된 관련 일정에 정점을 찍은 건데요. 즉위식 현장은 일레인 차오 미 교통부 장관과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이낙연 한국 국무총리 등 주요국 고위 인사들이 모이면서, 뉴스의 중심이 됐습니다. 이처럼 세계적 관심을 모은 일본의 천황 제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의 입헌 군주제”
국민이 직접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을 뽑는 공화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지금도, 적잖은 나라들이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절대 군주제’인 중동 등지 일부 국가에서는 왕과 왕실이 국가 운영에 실권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현행 군주제 국가는 대부분, 왕실이 통치에는 관여하지 않고 상징적인 역할만 하는 ‘입헌 군주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영국이나 스페인 같은 나라들, 아시아에서 일본이나 태국 같은 국가들이 여기 해당하는데요.
입헌 군주제 국가에서는,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정부를 통할하는 가운데, 중요 안건에 대한 서명이나 승인을 왕에게서 받는 형식적 절차를 거칩니다.
이 같은 입헌 군주제 국가들은 물론, 절대 왕정 국가를 통틀어, 일본 황실은 하나의 혈통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고 일본 학계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적인 존재- 일본 천황”
황실의 내력을 설명하는 일본 자료를 보면 ‘만세일계’라는 용어가 많이 나옵니다. ‘만세’, 즉 세월을 통틀어 ‘일계’, 하나의 계통이 이어졌다는 이야기인데요. 역성혁명 없이 단 하나의 황실만 존재해왔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중국에서 당나라가 권력을 잡았다 명나라가 들어서고, 다시 청나라로 왕조가 전환됐던 것 같은 일이, 일본에선 없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일본 개국 신화에 나오는 진무 천황의 직계 혈통이 지금의 나루히토 천황까지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일본 학계는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2천700여 년의 황실 역사를 강조하는데요.
따라서 국민 대다수는 천황에 대해, 일본 열도에 내려온 신적인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지난 5월, 나루히토 천황의 첫 공개 연설을 듣기 위해 일본 도쿄 황거에 모인 군중이 환호하는 소리 들으셨는데요. 천황의 신적 존재는 현지 토속 종교인 ‘신도’와 결합해, 강력한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상징 천황’의 정착”
하지만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히로히토 당시 천황은 자신의 신격을 부정하는 ‘인간 선언’을 공표했습니다.
그리고 1947년 제정된 전후 헌법에 따라, 천황은 정부 운영 등에 관여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 통합의 상징적 존재로만 남게 됐습니다.
이처럼 히로히토 당시 천황은 신적인 권위를 내려놓은 첫 번째 ‘상징 천황’이었는데요.
‘절대 천황’과 대비되는 상징 천황 개념을 실질적으로 정착시킨 것은 199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재위한 아키히토 현 상황입니다. 아키히토 상황은 나루히토 현 천황의 아버지입니다.
“황위 승계 원리”
다른 군주국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천황의 지위도 사후에 승계하는 게 원칙입니다. 살아있는 천황이 스스로 퇴위하는 것은 일본 근대 역사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는데요.
그 드문 일이 몇 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지난 2016년 8월, 아키히토 당시 천황이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힌 건데요.
건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국가의 상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아키히토 당시 천황은 국민들에게 말했습니다.
전례가 드문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일본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했는데요.
결국 아들인 나루히토 당시 황태자가 황위를 물려받고, 물러나는 아키히토 천황은 ‘상황’으로 예우하는 쪽으로 정리됐습니다.
“명칭을 둘러싼 논란”
일본 천황은 국민의 존경을 두루 받지만, 근래 역사에서 이웃 나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제국주의 시절 무력 침략과 식민 지배 사실 때문인데요.
한국에선 일본 군주를 ‘천황’이라고 부르는 게 옳으냐는 논란도 있습니다. 과거 한반도를 35년 동안 침탈했던 국가의 상징 인물인데, 높여 호칭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던 건데요.
따라서, 한국 언론은 단순히 ‘일본의 왕’을 뜻하는 ‘일왕’이라는 표현을 대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다른데요.
강경화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정 감사에서, 일본 군주의 호칭을 어떻게 써야 되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천황’이 옳다고 답했습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상대국이 쓰는 명칭을 쓴다는 차원에서 ‘천황’으로 정리를 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미국에서는 정부와 언론 가릴 것 없이, 일본 천황의 명칭을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다른 왕정 국가들의 군주는 왕과 여왕을 각각 뜻하는 ‘King’이나 ‘Queen’으로 표현하지만, 일본 천황에 대해서는 ‘일본 황제’라는 의미를 살려 ‘Japanese Emperor’로 호칭하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도쿄 황궁에서 나루히토 천황과 만찬을 하면서, 천황 폐하와 일본 국민의 환대에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The name of Japan’s new Imperial era is ‘Reiwa’.... And my very best wishes to you, the Imperial family....”
이어서 “일본의 새로운 천황 치세는 ‘레이와’라고 들었다”며, “나는 황실 가족과 모든 일본 국민들에게 최선의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천황제 유지에 대한 찬반”
일본 내에서도 모두가 천황과 황실의 존재를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황제는 국민 주권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민주주의 대원칙을 거스른다는 주장이, 2차대전 이후 일본 사회 곳곳에서 계속됐는데요.
고이케 아키라 일본 공산당 서기국장은 이달 초 나루히토 천황 즉위식 불참 의사를 밝히며, 황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천황이 다카미쿠라(천황의 단상)에 올라 즉위를 선언하는 것은 국민 주권과 정·교 분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요.
이 같은 목소리는 약 30년 전 아키히토 천황이 즉위할 때 더 강했습니다. 당시 ‘반 천황제’ 단체들이 잇따라 소요사태를 일으켰는데요.
1990년 천황 즉위식에 맞춰 황실 관련 시설에 폭발물을 발사하고, 신사에 불을 지르는 게릴라 공격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최근에는 천황제 폐지 주장이 많이 약해졌지만, 일부 헌법학자들과 사학 단체, 그리고 진보적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황위 승계 대상을 남성으로 규정한 데 대한 반대도 있습니다.
뉴스 속 인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주인공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입니다.
최근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여당인 자유당이 승리했습니다. 이로써 자유당 대표인 쥐스탱 트뤼도 현 총리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2015년 불과 43세 나이로 총리직에 오른 젊은 지도자입니다.
그는 역대 캐나다 총리 후손으로 총리 자리에 오른 첫 인물입니다.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는 1968년부터 79년까지, 그리고 80년부터 84년까지 총 15년 동안 캐나다를 이끌었습니다.
아버지 트뤼도 전 총리가 지난 2000년에 사망한 뒤 아들 트뤼도는 점점 캐나다 안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 2008년 36세 나이로 연방 의원에 당선됐습니다.
2011년 연방 의원에 재선된 트뤼도 의원은 2012년 자유당 당권에 도전할 뜻을 밝혔습니다. 반대 진영은 트뤼도 의원의 나이와 일천한 경험을 문제 삼았지만, 그는 결국 2013년 자유당 대표에 당선됐습니다.
자유당 당권을 거머쥐고 2015년 총선 승리로 마침내 권좌에 오른 트뤼도 총리는 전임 보수당 정권과는 크게 다른 정책을 폈습니다.
그는 다양한 진보적인 공약을 내세워 진정한 변화를 이루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집권 1기를 보낸 트뤼도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선거제 개혁 등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트뤼도 총리가 측근들이 연루된 뇌물 사건에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도록 검찰 등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고, 과거 또 그가 유색인종을 조롱하는 '흑인 분장(Blackface)'을 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여파로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은 이번 총선에서 어렵게 다수당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집권 2기를 맞이한 트뤼도 총리가 앞으로 더 진보적인 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일본의 천황 제도를 들여다보고, 뉴스 속 인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