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안보리 북한인권 논의 무산 비판에 "인권 개선 계속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백악관에서 탈북민 주일룡 씨 등 세계 각국의 종교박해 생존자들을 면담했다.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가 미국의 반대로 2년 연속 무산된 데 대한 인권단체 등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VOA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했다며, 계속 인권 개선을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부끄럽다”(사만다 파워 전 유엔대사) “대단히 불쾌하다”(로라 로젠버거 전 백악관 NSC 중국-한국 담당 국장) “미국 가치에 대한 배신이다.”(조 바이든 전 부통령)

유엔 안보리가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열기로 했던 북한 인권 논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대로 2년 연속 무산된 데 대해 여러 전직 관리들과 국제 인권단체 등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현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밝힌 심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해, 북한과 다른 독재정권에 미국이 언제든 목적에 따라 인권 침해에 눈을 감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비판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역대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추동을 위한 도구로 인권을 활용한 사례들이 계속돼 왔다고 지적합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앞서 VOA에, 미국이 일단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면 인권을 항상 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We seem to always forget about the human rights issue and once we started denuclearization negotiations.”

보통 때는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김 씨 정권을 규탄하는 탈북민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다가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면 협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과거 북한 정권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강철환 씨 등 탈북민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한의 자유를 강조했지만, 북한과 비핵화 협상 개시 이후 이런 공개 비난을 멈췄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며 인권에 대한 공개적 비난을 삼갔습니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자 2기 행정부 들어 존 케리 국무장관이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를 직접 주도하며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 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잔혹한 독재자”로 부르며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is cruel dictatorship measures them, scores them, and ranks them based on the most arbitrary indications of their allegiance to the state……”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해 북한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이후 지금까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사실상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한 기자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인권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마해 미 언론들과 전문가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비판적 개입정책을 유지하며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유럽연합(EU)이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 논의를 강하게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겁니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닉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이런 모습이 새삼스럽지 않다며, 미국이 대북정책과 인권을 도구화한 오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 “There’s a long history of criticizing the instrumentalization of human rights that goes beyond U.S policy and indeed beyond U.S. policy with North Korea.”

인권 문제는 북한 수뇌부의 전략과 대량살상무기 셈법 전망을 알 수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대북정책의 토대로 삼아야 하지만, 역대 정부들이 이를 간과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1일 VOA에, 미국 정부는 “북한 정부의 심각한 인권 위반과 침해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서 계속되는 인권 위반과 침해를 강조하고 제기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remain deeply concerned by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committed by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taken a number of steps to highlight and address the ongoing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in the DPRK,”

국무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례로 김정은 정권의 심각한 인권 침해와 검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부과와 유엔총회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탈북민들과의 면담 등을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30 명이 넘는 북한 고위 관리들과 13개 단체에 대한 인권 관련 제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VOA가 자체 확인한 결과, 올해에만 탈북민 그룹이 적어도 일곱 차례 백악관을 방문해 관리들을 면담하는 등 횟수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익명의 정부 관리는 VOA에,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예산을 북한 인권 개선과 정보 유입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상원 세출위원회는 지난 9월 2020 회계연도 국무부 해외 활동 예산에서 인도적 지원이 아닌 대북 인권 증진 등을 위해 1천만 달러를 승인했습니다.

국무부는 최근 홈페이지 공고에서 대북 정보 유입과 내부 정보 유출 촉진 사업, 인권 기록 등을 목적으로 최대 300만 달러, 액수를 명시하지 않은 또 다른 인권 증진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 소식통은 VOA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추동을 위해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개적 비난을 삼가고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 노력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근본적인 자유와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정부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하고 독립적인 정보 접근을 늘리는 등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will continue to press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respect the fundamental freedoms and human rights of all in North Korea.”

인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안보리 인권 논의 무산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협력”이란 구호를 무색하게 한다며,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네스 로스 HRW사무총장] “The self-proclaimed “Great Negotiator” Trump thinks he can change North Korea’s bad behavior on nuclear weapons by downplaying its bad behavior on human rights. Brilliant strategy!”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인권에 관한 북한 정권의 나쁜 행동을 경시해 핵무기에 관한 북한의 나쁜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전략”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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