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초상화 선물 받은 탈북 젊은이들”

탈북 청년 김노엘 씨가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LiNK’로부터 북한에 남은 할머니의 초상화를 선물 받았다. 사진 제공: LiNK.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LiNK’가 연말을 맞아 탈북 젊은이 5명에게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의 초상화를 그려 선물했습니다. 초상화를 받아본 젊은이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젊은이들이 한 명 씩 화가 앞에 앉았습니다.

[녹취: 김노엘] “저의 할머니 얼굴은 계란형이라고 해서 굉장히 갸름한 얼굴이었고요.”

김노엘 씨가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할머니와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은 함께 큰 이모 집에 놀러갔을 때입니다.

[녹취: 김노엘] “할머니와 기차를 타고, 이게 네 시간 정도 거리에요. 떠났는데, 5일 동안 갔어요. 그래서 기차 안에서 5일 동안 기차 안에서 할머니랑 부대끼면서, 기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랑 다 친해지고 막.”

자신의 코가 아버지의 코를 닮았다는 제시 씨는 아버지가 학교에서는 ‘호랑이’로 불릴 정도로 엄격한 선생님이었지만, 집에서는 다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시] “집에서 제 앞에서, 저한테만큼은 되게 세상 가정적이고 차분한 아빠.”

2011년 탈북한 김단비 씨가 작은 오빠를 마지막으로 본 건 감옥에서 였습니다.

[녹취: 김단비] “감방이 이렇게 칸막이로 돼 있는데, 배관이 이렇게 쭉 지나갔어요. 배관을 치면서 노래를 불러주는데. 오빠가 나올 때까지 내가 있는 힘 다 해가지고 오빠가 나오는 날만 기다리고 있고.”

어머니가 이뻤다고 말하는 김금혁 씨는, 한국에 온 뒤 가족들과 연락을 취한 적이 없어 추측만 할 뿐, 가족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녹취: 김금혁 씨] “제가 이제 새벽 4시까지 공부를 하면 어머니도 안 자고 새벽 4시까지 지켜봐 주셨어요. 자기가 먼저 잠에 들면 나태해진다고.”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의 초상화를 받아본 이들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김금혁 씨는 결국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쥐고 있던 어머니의 초상화로 얼굴을 가려 버렸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되게 상당히 비슷하고요. 음, 저도 유학을 하다가 급하게 왔기 때문에 사진 한 장 못 챙기고 한국에 왔단 말이에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흐려져 가던 지금, 다시 한번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린 겁니다.

강수경 씨는 할머니의 초상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본인이 쓰던 장갑을 늘 벗어주던 할머니입니다.

[녹취: 강수경] “현실에서는 만날 수가 없는데. 그냥 이상해요, 다시 보니까.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탈북 젊은이 5명이 북한에 있는 가족의 초상화를 받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북한인권단체 LiNK의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LiNK는 2004년 미국 내 한인 2세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로 중국에서 북송 위기에 처해 있는 탈북 난민들을 구호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2010년 2월 중국 내 탈북자 구출 활동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1천100명이 넘는 탈북민을 구출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