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군이 이란 군부 실세 카셈 솔레이마니 소장 제거 작전을 단행한 뒤, 양국 관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상대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뒤 고조된 갈등 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 시간에는 미국과 이란 관계 짚어봅니다.
“솔레이마니 소장 제거 작전”
미군 당국은 미국 동부 시각으로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 소장 제거 작전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라크 방문 도중 미군 무인기 공습을 받아 불타고 있는 솔레이마니 소장 일행 탑승 차량 모습도 언론에 공개됐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3일) 담화를 내서, 자신의 명령에 따라 작전이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Soleimani was plotting imminent and sinister attacks…”
“솔레이마니는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을 대상으로, 현저하고 악랄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따라서, 전쟁을 멈추기 위해 그를 제거한 것이고, 전쟁을 시작하려는 작전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솔레이마니 소장은 수많은 미군과 동맹국 장병들의 희생에도 책임이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작전 직후 이란에서는 반미 여론이 가열되는 가운데, 주요 당국자들이 미국을 향한 보복 공격을 공언했습니다. 중동 지역의 미국 관련 시설과 인력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과 다국적 연합군 병력들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내 군사기지에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대이란 군사 압박에 관여를 높이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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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정예 군사조직- 쿠드스”
이란은 군대가 2원화돼있습니다. 징집 병력 위주인 공화국군과 별도로, 정예 병력으로 꾸린 혁명수비대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군부의 역량을 분산시켜, 쿠데타를 예방하는 등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혁명수비대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설립됐습니다. 공화국군에 비해 인력과 장비, 훈련 수준 등에서 우월한 ‘엘리트(elite)’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최정예 부대가 바로 ‘쿠드스군(Quds Force)’입니다.
쿠드스군은 이란 밖의 준군사조직 등과 협력하면서, 중동 지역의 갖가지 분쟁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들과 연계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특히 1983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미국 대사관 폭탄 공격과, 미군-프랑스군 병영시설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300명 이상 목숨을 잃었는데요.
쿠드스군은 이라크에서도 미군을 공격했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당시, 쿠드스군이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와 공조해, 도로변 폭탄을 심어 미군 장병들을 살해했다고 밝혔는데요.
[녹취: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What we don’t know is whether or not the head leaders of Iran ordered the Quds Force….”
쿠드스군이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쿠드스군 구성원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군사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미 외교위원회(CFR)가 밝혔습니다.
이처럼 중동 곳곳에서 활동하는 이란의 정예 군사 조직, 쿠드스군을 1998년부터 20여 년 동안 이끌어온 인물이 솔레이마니 소장이었습니다. 이란 군부의 실세 중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절대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대통령에게도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이란의 보복 선언”
이처럼 이란에 중요한 인물인 솔레이마니 소장의 사망에 대해, 이란 당국은 전면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7일, 미국을 상대로 13가지 복수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현지 관영 매체에 밝혔는데요. 그중에 “가장 약한 방안을 실행에 합의하더라도, 미국에 역사적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발언 직후,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상대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겁니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날 솔레이마니 소장의 장례식에서 “거칠고 강력하며 단호한 보복으로, 그들(미국)이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장례식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장면이 이란 전역으로 방송되면서, 반미 여론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녹취: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기도]
미국은 솔레이마니 소장에 대한 공습 직후, 긴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에 병력을 증파했습니다. 이달 말까지 추가 병력 파견을 진행하고, 세부 배치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국방부 당국자가 언론에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가시화됐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친미 국가였던 이란”
40여 년 전만 해도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란 청년들은 미국 대중음악을 듣고, 젊은 여성들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녔는데요.
이처럼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의 이란은 중동 내 대표적인 친서방국가이자, 친미국가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혁명 이후, 이란 지도부가 종교와 정치를 결합한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도 극적으로 악화됐는데요.
그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사건이 벌어지면서 단교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미국과 이란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개선 조짐을 보였습니다. 지난 2015년 미국 주도로 ‘이란 핵 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타결한 뒤, 양국 관계가 정상화로 가는 흐름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다시 상황이 바뀝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란 핵 합의 탈퇴”
지난 2017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핵 합의에서 전격 탈퇴하고, 이란에 대해 원유 금수를 비롯한 제재를 복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가 졸속 체결돼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통제하는 조항도 빠져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이란의 테러 지원 활동을 비롯한 역내 안보 불안 행위를 억제할 방안이 합의에 들어있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미국 정부는 추가 제재도 잇따라 단행했습니다.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이 대상이었는데요. 작년 4월에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습니다.
미국이 한 나라의 정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분류한 것은 사상 처음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란은 테러 지원 국가일 뿐 아니라, 혁명수비대를 도구로 테러를 확산, 재정 지원하고, 적극 참가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5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을 상대로 ‘12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요.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예멘의 후티 반군 지원 활동을 멈추는 한편, 시리아에서 모든 군사력을 철수하라는 내용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녹취: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The sting of sanctions will be painful if the regime does not change course….”
이란 정권이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행동 양식을 바꾸지 않는 한, 고통스러운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폼페오 장관은 말했는데요. 하지만 이란은 한 가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이란은 이후 핵 합의 이행 수준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다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비롯한 핵 합의 핵심 조항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렇게 핵 합의는 사실상 파기되고,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인데요. 미국과 주요 관계국들이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뉴스 속 인물: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주인공은 최근 사망한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입니다.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 3일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이란은 미국에 복수하겠다고 위협했고, 이로 인해 현재 중동에서는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1957년생으로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란 쪽 설명에 따르면 그는 농부의 아들로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고, 1979년 이란에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정이 무너진 뒤 혁명수비대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에 들어간 솔레이마니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 용맹함으로 이란뿐만 아니라 적국인 이라크에서도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1997년까지 사람들 눈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1998년 솔레이마니는 쿠드스군 사령관이 됨으로써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쿠드스군을 지휘하면서 각종 비밀작전을 통해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친이란 성향 나라나 민병대 조직에 무기를 공급했습니다. 이라크에서는 사담 후세인 정권에 대항하는 시아파 무슬림과 쿠르드 반군을, 또 레바논 내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이슬라믹 지하드를 지원했습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특히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뒤에는 이라크 내 시아파 반군이 미군에 저항하도록 했습니다.
한편 그는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시작되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러시아와 협력해 반군들이 점령했던 곳들을 시리아 정부군이 탈환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솔레이마니가 이끄는 쿠드스군은 또 이라크와 시리아 내 시아파 민병대를 통해 이슬람 무장조직 IS 격퇴전을 돕기도 했습니다. 이후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와 시리아, 그리고 레바논을 자주 오가며 역내 이란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2019년 4월 이란 혁명수비대와 쿠드스군을 해외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습니다. 쿠드스군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내 테러 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최근 발생한 이라크 내 미군 기지와 미 대사관 공격의 배후라는 이유를 들어 지난 3일 무인기를 동원해 그를 '표적 살해'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과 이란 관계 변화를 살펴보고, 뉴스 속 인물로, 최근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카셈 솔레이마니 소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