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여전히 '팬데믹' 대비 안돼 있어...북한 대비태세 최악"

25일 북한 평양 개선문 주변 거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이후에도 전 세계 각국은 세계적인 대유행병 ‘팬데믹’에 대한 대비가 여전히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비태세가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전 세계에서 전염병이나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에 가장 대비돼 있지 않은 나라로 지목됐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과 미국의 비영리단체 핵위협방지구상(NTI)이 8일 함께 발표한 세계 보건안보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은 195개국 중 193위를 기록했습니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보건 위기에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 보고서에서 북한은 16.1점을 얻어 예멘과 같이 공동 193위에 올랐으며, 최하위 점수를 받은 소말리아 보다는 불과 0.1점 높았습니다.

1위는 75.9점인 미국이었고, 호주, 핀란드, 캐나다, 태국, 슬로베니아, 영국, 독일, 한국이 뒤를 이었습니다.

195개 나라 평균은 38.9점에 불과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겪었음에도 전 세계가 여전히 보건 위기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년전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평균이 40.2점이었습니다.

핵위협방지구상(NTI) 공동의장인 어니스트 모니즈 전 에너지부 장관.

핵위협방지구상(NTI) 공동의장인 어니스트 모니즈 전 에너지부 장관은 8일 화상으로 열린 보고서 발표회에서 “모든 국가들이 향후 팬데믹 위협에 대응하는데 위험할 정도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모니즈 공동의장] “All countries remain dangerously unprepared to meet future epidemic and pandemic threats. This is despite the fact that many countries quickly developed capacities to address Covid-19.”

모니즈 의장은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능력을 신속히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단기간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들이 장기적인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코로나 대응 의지 밝히나 구체적 행동 증거 없어’

‘세계 보건안보지수’(GHS)는 전 세계 195개 나라에 대해 예방과 탐지, 대응, 보건체계, 규범, 위험 등 6개 분야에 대해 점수를 매긴 것으로 국제 보건안보 능력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를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6개 항목 모두에서 대부분 최하위를 기록했고 특히 ‘대응’ 분야에서 꼴찌 즉 195위, 탐지와 보건체계에서는 192위를 기록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한 ‘평가 근거와 참고 자료’에서 코로나 대응 실태와 보건안보 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고위 지도자들이 지난 3년간 전염병 위협에 대응해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There is also insufficient evidence that senior leaders have made a public commitment to improve the country’s own domestic capacity to address epidemic threats in the past three years.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in the past year has repeatedly issued statements on strengthening the country’s ‘anti-epidemic’ posture against Covid-19. However, none of Kim’s statements has touched on the topic of how to fund the efforts.”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코로나에 대응해 북한의 방역 태세를 강화하라는 발언을 거듭했지만, 이를 위해 어떻게 자금을 제공할 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코로나 대응책을 가동했다는 증거는 있지만, 이것이 코로나에 특정한 긴급 대응책이라는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혹은 단독으로 지난 1년 사이에 생물학적 위협에 초점을 맞춘 전국 단위의 훈련을 실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코로나에 대응해 ‘비약물적중재조치’(NPI), 즉 화학적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는 조치와 관련한 계획과 지침, 정책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전염병에 대한 진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증거가 있다며, 2017년에서 2018년에 H1N1 신종 독감 당시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었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코로나 진단 장비들이 북한으로 전달됐다는 언론 보도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2020년 2월 북한에 코로나 진단 장비 1천500개를 전달했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도 2020년 4월 북한에 코로나 진단 장비를 보냈다고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국의 경기도와 민간 단체가 북한에 2020년 8월 코로나 진단 장비를 보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여러 번 북한 내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를 부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WHO는 김 위원장의 주장을 지지하거나 부인하는 어떠한 자료도 발간하지 않았으며, WHO의 집계에는 북한 내부의 확진 사례가 기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북한 언론은 코로나 감염이 없다는 지도부의 관련 발언을 일반에 전달하지만, 북한에서는 국가 선전매체와 실제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 담당 국장을 맡고 있는 박기범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9일 VOA에 북한의 코로나 대응을 감안했을 때 ‘세계 보건안보지수’의 북한에 대한 평가가 상향 조정됐을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기범 교수] “From what they’re telling us and from the information that we’re getting from the WHO for instance, it looks like they succeeded in keeping the virus out for the most part. There hasn’t been evidence of any large scale outbreak of Covid-19 and all the test that they’ve conducted so far, although it’s limited capacity and probably doesn’t cover the entire country,

북한의 발표나 WHO의 정보를 볼 때 “북한이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한편 박 교수는 코로나 변이가 계속 생기면서 종식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안전하게 다시 개방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교수] “So we should be providing them with as many vaccines as they may need, also testing capacity and also share medical countermeasures. So right now there are a number of drugs that are coming down the pipe…”

북한이 필요한 만큼의 백신, 코로나 진단 장비와 치료제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의학적인 대응법도 공유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말했습니다.

미국, 팬데믹 대응 능력 가장 높아

보고서는 미국의 코로나 대응 실태도 조명했습니다.

미국은 2019년 세계 보건안보지수에서 팬데믹을 예방하고 대응할 보건안보 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미국 정치인들이 보건 당국자들의 발언에 대한 동기를 의심하고 바이러스의 심각성과 백신의 효능에 대한 논쟁을 벌였고, 그 결과 많은 미국인들이 보건 당국의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니퍼 누조 존스홉킨스대학 보건안전센터 선임연구원.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제니퍼 누조 존스홉킨스대학 보건안전센터 선임연구원은 8일 행사에서 “일부 국가들은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아 정작 필요할 때 쓰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누조 연구원] “Some countries had capacities that existed on paper but because they had not exercise them they found that they were not operational when they needed them. And as we also heard some political leaders deliberately chose not to use the resources they had to control the spread of the virus…”

또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가용한 자원을 고의로 활용하지 않고 집단 면역을 추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누조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각국이 코로나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미리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각국이 국가 예산에서 보건안보 역량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취약한 부분들에 대응책을 세우며, 역량과 위험 요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코로나 대응 활동에 대한 사후 종합 평가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유엔 등 국제기구들에 대해서는 정치, 사회경제적 위험 요소가 큰 국가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전염병 대응 태세 강화를 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각국과 국제기구들이 생물학적 위협에 대해 보다 긴밀한 조율을 도모하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