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견된 뒤 자유를 찾아 탈출한 북한의 파견 요원들이 지속적으로 납치 감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대외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북한 적공국 소속 IT 정보 담당 최금철 소좌가 유엔에 망명을 신청하려다 납치돼 넉 달째 북한 외교공관에 감금돼 있다고 러시아 소식통이 VOA에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단도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러시아에서 북한 인력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인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영사관입니다.
러시아 상황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최근 VOA에, 북한 적공국 소속 563부대 소속 최금철 소좌가 유엔에 망명을 시도하다 납치돼 이곳 지하와 근처 시설에 넉 달째 감금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평양의 수재들이 다니는 학교 금성학원과 김책공대 박사원 출신으로, IT-정보기술 암호화 전문가로 알려진 최 소좌는, 중국 등 여러 외국파견 근무를 거쳐 2019년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적공국 지국에 파견돼 외화벌이와 정보 활동을 병행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들은 최 소좌가 내부 책임자와의 불화, 김정은 정권에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지난해 7월 탈출한 뒤 모스크바의 유엔 난민기구(UNHCR)에 망명 신청을 준비하던 중 9월 20일 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라즈돌노예에서 러시아 경찰 5명에 체포된 뒤 실종됐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소식통 A 씨
“석 달을 안심했었는데 9월 20일 이 친구로부터 문자가 온 거예요. 밖에 경찰이 와 있다고. 경찰이 5명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가 살려달라고 막 연락이 왔는데 그다음부터 연락이 안 됩니다.”
VOA가 입수한 최 소좌의 여권 등 자료를 보면, 올해 33살의 최 소좌는 북한 IT 인력을 가르칠 정도의 해박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찰총국과 북한 대외 사이버전의 두 축을 이루는 적공국의 주요 해외 활동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영사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 소좌와 북한 유학생 등 적어도 3명이 영사관이 관리하는 시설들에 구금돼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해외 북한인들의 귀국을 금지하고 있어 북한으로 송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 B 씨
“최금철이라는 분과 같이 다 해서 3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더 있을지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안타깝죠. 아무래도 다시 잡힌다는 게 죽으러 가는 것과 같은데 앞으로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는 것과 같으니까.”
소식통들은 최 소좌가 북한 적공국의 해외 해킹과 반탐 활동 즉 밀정과 관련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 북한 당국이 그의 체포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면서 지난 넉 달 동안 최 소좌의 석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가 국제사회를 통해 러시아의 최 소좌 송환을 막도록 그의 신상과 배경을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소식통 A 씨
“김정은 정권은 국민들한테 거짓말하고, 맨날 독재하고. 김정은 독재 정권에 자기의 젊은 청춘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고 그러더라고요. 자기도 자유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 게 꿈이라고 그러더라고요.”
러시아 정부는 중국과 달리 탈북민이 난민 신청을 할 경우 범죄 혐의가 없는 한 강제로 북송하지 않고 국내법과 국제 인도적 절차를 따르고 있지만, 극동지역에서는 당국자와 경찰이 뇌물을 받고 탈북민을 체포한 뒤 북한 당국에 넘기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VOA는 최금철 소좌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와 모스크바의 유엔 난민기구 사무소에 확인을 시도했지만, 7일 현재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