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세심하게 조율된 실용적 대북 외교 기조를 밝힌 지 1년을 맞았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조건 없는 협상 재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 지도부의 셈법을 바꿀 압박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100여 일 만인 지난해 4월 말,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선언했습니다.
젠 사키 / 백악관 대변인
“우리의 정책은 세밀하게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법으로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이를 탐색하는 겁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지만,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나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과도 다를 것이며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됐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많은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은 이런 원칙과 접근 자체에는 후한 평가를 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외교적 접근을 결정하고 조건 없는 협상 재개를 제안한 데 대해 A 학점을 줄 겁니다.”
세이모어 전 정책조정관은 이런 현실적 제안을 거부한 채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등 무기 시험을 재개한 북한 김정은에겐 낙제점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크 토콜라 전 주한 미국 부대사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화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을 고집하거나 북한에 먼저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요구하지 않았고 북한 비핵화가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며, 대화 단절의 책임이 사실상 북한 정부에 더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추동할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질적인 압박이 거의 없었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옵니다.
최근 설립된 민간단체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는 유익한 대화 제의 외에 바이든 팀의 대북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보이지 않았고, 북한을 주제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연설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재무부의 일부 제재를 제외하면 북한의 셈법을 바꿀 추가 압박이 너무 미약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 미국 안젤로주립대 교수
“바이든 행정부는 대체로 새로운 것은 전혀 하지 않은 채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정책을 지속했습니다. 어떤 실질적인 구상도 만들지 않았고 북한과 실제로 대화하지도 않았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정권에 더 이상의 압력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최소한의 제재만으로 전임자의 관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 덕분에 김정은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제재 집행과 비확산, 정보전, 사이버 영역에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