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을 도운 믹서 서비스에 대해 제재를 가했습니다. 미국이 암호화폐 믹서에 제재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 정권의 불법 활동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김정규)
미국 재무부가 6일 북한 정권이 암호화폐 탈취와 자금 세탁에 활용한 ‘믹서’ 서비스 ‘블렌더’에 대해 처음으로 제재를 가했습니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북한이 블렌더를 이용해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했고, 탈취한 암호화폐의 자금 세탁에 활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믹서는 암호화폐를 쪼개고 섞어서 재분배하는 기술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과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집니다.
재무부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커집단 라자루스가 지난 3월 온라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억 2천만 달러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사실을 거듭 지적하면서 북한 정권이 2천50만 달러의 불법 수익을 처리하는데 ‘블렌더’를 활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무부는 이어 라자루스와 연계된 암호화폐 지갑 4개를 추가 제재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불법 가상 화폐를 추적하고 관련 지갑과 주소를 차단하기 위해 전념하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차관은 이날 성명에서 북한 정권의 불법 금융 활동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국가가 후원하는 절도와 돈세탁 조력자들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북한이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피해 가상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회사들에서 자금을 강탈해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 정권의 불법적 사이버 활동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에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국무부는 이날 제재로 미국 내 블렌더의 모든 자산 등이 동결된다고 밝혔습니다.
잘리나 포터 /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오늘 조치의 결과로 블렌더의 미국 영토 내 모든 자산과 자산이 창출하는 이윤, 미국인이 소유하는 블렌더 자산과 이윤이 모두 동결되며 해외자산통제국에 보고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업계에 매우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고 평가합니다.
닉 칼슨 / TRM 랩스 분석관 (전 FBI 제재 담당 분석관)
“해외자산통제국의 오늘 조치는 악한 행위자들이 믹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을 억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치입니다.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암호화폐 믹서를 처음으로 제재한 것은, 재무부가 북한 같은 국가 행위자들의 돈세탁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추적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칼슨 분석관은 미국 정부의 이런 적극적인 조치로, 암호화폐 경제를 악의적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는데 더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