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6월 한 달간 순회의장국을 맡은 북한이 회의를 진행하자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규탄하는 회원국들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 등 48개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계속되는 무모한 행동이 군축회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한이 순회의장국 자격으로 2일 첫 본회의를 진행했습니다.
21세기에 유일하게 핵실험을 벌이고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로 주변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군축회의 의장직을 놓고 이미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회원국 65개국 중 미국과 한국, 호주를 포함한 48개국은 회의 석상에서 북한의 최근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특히 군축회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들에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이번 회의 참석은 군축회의의 중요성 때문이지 북한 행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어맨다 골리 / 제네바주재 호주대표부 대사
“북한의 의장직 수행 기간 군축회의 활동에 대한 우리의 건설적인 참여가 유엔 안보리의 수많은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행동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거나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됩니다.”
성명은 또 올해 들어 전례 없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지적하면서, 이런 시험은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탄도미사일 역량을 확대하고 더 발전시키려는 북한의 계속된 의지를 보여주고,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며 국제 비확산체제를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모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포기하는 한편 관련국들과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과 프랑스, 독일 등 개별 국가들도 발언권을 얻은 뒤 북한을 향한 비판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시게루 우메쓰 / 제네바주재 일본대표부 공사참사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재원을 전용함으로써 이미 심각한 인도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회원국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의장을 맡은 북한의 한대성 대사는 회의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습니다.
한대성 /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군축회의의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표들은 본질에 집중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한국 대표는 북한 측이 미한 연합훈련을 문제 삼자 북한의 계속되는 군사위협 때문에 훈련이 필요한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고영걸 / 제네바주재 한국대표부 참사관
“연례 연합훈련을 포함해 한국과 북한의 연합 억지와 방어태세는 북한이 제기하는 군사위협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한편 중국,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등 북한과 우호적인 국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의 의장직 수임을 축하하며 원활한 회의를 위해 협조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표했습니다.
북한은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의장직을 맡는 군축회의의 원칙에 오는 24일까지 순회 의장을 맡게 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