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 IT 노동자들의 위장 취업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는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 등 관련 업계에서도 이런 위장 취업 시도가 빈번하게 포착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은 금전적 이익과 함께 업계의 정보도 노리고 있으며, 실제 취업으로 이어져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조명수)
암호화폐 전문 채용 업체인 크립토 리크루트의 설립자인 닐 돈든 씨는 최근 VOA와 전화 통화에서 북한 IT 노동자들의 ‘위장 취업’ 시도 차례를 자주 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구직 전문 사회 연결망 서비스인 ‘링크드인’ 계정에 암호화폐 관련 개발자 등 화려한 이력으로 위장해 매우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벌인다는 것입니다.
닐 돈든 / 크립토 리크루트 설립자
“최근 2년여 전부터는 거의 매일 이런 지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구직 사이트에 새로운 채용 공고가 올라오면 가장 먼저 지원하는 이들이 북한 IT 노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위 계정으로 말이죠.”
돈든 씨는 그러면서 이들 중 일부는 채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몇 달 안에 역량 부족이 드러나 일을 그만두거나 회사 시스템에 해킹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닐 돈든 / 크립토 리크루트 설립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고용주들은 당황합니다. 자신들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을 알게 됩니다. 지원자들이 처음 주장한 것과 달리 업무 능력이 떨어집니다. 또 일하는 동안 회사 내부 정보를 얻기 위해 해킹하는 사례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돈든 씨는 또 링크드인에는 여전히 북한 노동자와 연계된 ‘가짜 계정’이 있지만, 링크드인 측은 자체 검증 역량 등으로 인해 이런 계정을 삭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링크드인 측은 ‘가짜 계정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서비스 정책에 대한 위반으로 자체 위협정보팀이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활용해 이런 계정을 탐지하고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은 최근 미국 관계 당국도 주목하는 문제입니다.
지난 5월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 연방수사국 FBI는 북한의 IT 기술자들이 신분을 숨긴 채 활동하며 거액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며 합동주의보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주의보에서 “북한은 고도로 훈련된 IT 인력을 전 세계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암호화폐를 주요 제재 회피 수단으로 삼으면서 정보 취득을 위해 관련 업체에 취업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매튜 하 / 민간연구소 ‘발렌스 글로벌’ 연구원
“북한은 IT 회사나 사이버 보안 회사 등을 겨냥하면서 관련 분야 동향을 더 자세히 탐색합니다. 특히 암호화폐 공간의 잠재적 보안 취약성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면서 기회를 엿보기 위한 것입니다.”
FBI에서 대북제재 이행 업무를 담당했던 미국 암호화폐 정보업체 TRM의 닉 칼슨 분석관은 북한의 IT 종사자들은 북한 당국의 사이버 범죄 인프라의 일부이며, 이들은 ‘정찰’과 단순 수익 창출을 위해 외국기업에 침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칼슨 분석관은 그러면서 이런 IT 인력이 사용하는 계정을 식별하고 폐쇄하는 것은 1개를 없애면 또 다른 10개가 바로 고개를 드는 ‘두더지 게임’과 같다며, 관계 당국의 역할과 함께 민간 업체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