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탈취한 가상화폐를 돈세탁하는 데 도운 믹서 업체를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북한 관련 믹서 업체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미국은 이런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적극 대응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이상훈)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8일 가상화폐 돈세탁에 활용되는 ‘믹서’ 업체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이 업체가 2019년 설립 이래 70억 달러가 넘는 가상화폐 돈세탁에 관여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특히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탈취한 4억 5천 500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비롯해 지난 6월 블록체인 플랫폼인 ‘하모니 브릿지’ 해킹 사건으로 탈취된 가상화폐 중 9천600만 달러, 지난 2일 가상화폐 관련 기업인 '노마드’가 탈취당한 가상화폐 중 최소 780만 달러의 세탁에도 이 믹서 서비스가 사용됐다고 재무부는 지적했습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토네이도 캐시의 미국 내 자산은 모두 동결되며 토네이도 캐시 측과 관련된 모든 거래도 해외자산통제국의 별도 승인이 없는 한 금지됩니다.
믹서란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인데,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과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집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믹서 업체 토네이도 캐시가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들의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통제를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북한 해커들을 도운 데 따른 것이라 점을 강조했습니다.
토네이도 캐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탈취 사건 중 하나로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6억 달러 이상의 가상화폐 가운데 일부를 세탁하는 데 관여했고, 북한 해커들은 2019년 이미 제재 대상에 오른 라자루스 그룹을 비롯해 APT38과 연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련 믹서 업체를 겨냥한 조치는 지난 5월 ‘블렌더’ 제재 이후 두 번째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북한의 이런 악의적 사이버 활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앤 뉴버거 / 백악관 NSC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 (지난달 28일)
“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을 얻기 위해 사이버를 활용합니다. 최고 33% 이상을 이렇게 충당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북한 IT 인력의 해외 활동 등이 그런 것들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정부는 범죄자와 그들의 조력자들을 위해 가상화폐를 돈세탁하는 믹서에 대해 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범죄자들을 돕는 악의적 활동은 미국 국가안보의 위협이라며 이들의 행동을 차단하고 책임을 물리는 데 관련 권한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