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범죄 피해자 가족들 “국제 공동 대응 통해 진상규명 필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총회에서 발언했다.

북한 정권에 희생됐거나 납치된 한국인 피해자 가족과 옹호 단체들이 워싱턴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 전문가는 북한이 거의 400건에 달하는 정보 요청 통보문에 대해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 정부의 협력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총회에서는 북한 정권이 저지른 살인과 납치 범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15일 백악관 인근 데코 베이컨 하우스(Dacor Bacon House)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동생을 비롯해 너무 많은 인권 범죄 피해자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동생의 끔찍한 사건과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으며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비극이 너무도 많습니다. 공동의 목소리가 필요한 이유는 미국의 웜비어 가족과 일본의 납북자 사건도 북한의 만행으로 아직 아픔이 남아 있기에 이 자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연대와 공조가 필요하다며 피해자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공동조사단 구성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유엔에서 연설할 기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중요한 시기입니다. 둘째, 국제공동조사단을 꾸려 진상 파악과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건들도 함께 논의할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 자유이주민의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18차 총회가 열렸다.

최성용 납북자가족연합회 이사장은 납북 피해자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지원 노력이 너무 대조적이라며 설움을 토로했습니다.

[녹취: 최성용 대표] “(일본은) 정부 관계자가 늘 나서요. 홍보하고. (일본 납치 피해자는) 17명인데. 우리는 516명입니다. 44배가 되는 납북자가 있으면서. (일본 정부가 만든 책자를 보여 주며) 보세요 이것은 일본 정부가 만든 것이고요. (다른 프린트물을 들어 올리며) 보세요. 피해자 가족 대표라는 사람이 이것을 지금 나눠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행사 후 VOA에,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주도하는 국가로서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납치 피해자 가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주길 호소하는 마음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성용 대표] “올 4월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님에게 진정서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러 왔습니다. 일본 정부는 국민과 언론과 정치인이 모두 나서서 납북자 문제를 거론해 많은 성공을 거뒀는데, 우리 517명의 납북자 문제는 정부가 너무 나 몰라라 해서 북한이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관님에게 일본 정부의 납치 피해자 문제뿐 아니라 우리 정부도 517명의 납북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앞으로 같이 다뤄달라 호소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한국전쟁 중 북한에 납치된 전시 납북자는 10만여 명, 전후 납북자는 총 3천 835명 가운데 516명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채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한국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들을 대신해 연설한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북한 정권의 국제법 위반 문제를 지적하며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박선영 이사장] “70년이 넘도록 억류하고 있는 것은 제네바 협약과 로마협약 위반입니다.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해서 이분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 번이라도 인권이란 이름으로 국제법을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이분들을 모셔 오도록 함께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국 국가기록원과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유엔군사령부 자료를 인용해 국군 실종자 수를 8만 2천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이 가운데 5만~7만 명 정도가 포로로 억류된 채 한국에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등 국제사회는 이를 강제실종 범죄로 보고 북한에 생사 확인 등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있지만 북한 정부는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의 아우아 발데 부의장은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이런 상황에 거듭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발데 부의장은 이 그룹이 최근까지 강제실종과 관련해 북한에 정보를 요청하는 394건의 통보문을 보냈지만 북한 정부는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발데 부의장] “Unfortunately, DPRK has consistently failed to provide substantive responses to letters sent by the working group to provide information on the fate and whereabouts of disappeared persons.”

“북한은 불행히도 실무그룹이 실종자들의 생사와 행방에 대해 정보 제공을 요청하며 보낸 서한에 대해 지속해서 실질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발데 부의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실무그룹은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정부의 비협조적 자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국제 의무를 준수할 것으로 거듭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총회 행사 기획에 관여한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은 이런 배경 때문에 책임규명과 북한 내 사상·표현의 자유에 관한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권은경 국장] “시민사회단체들의 이번 방미 목적은 책임규명을 명확히 하는 것, 또 하나는 북한 내 사상·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알리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상 미국 의회와 정부,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책임규명을 위해 유엔 기구들, 국제 정부와 협력해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대북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 북한 주민들의 사상·표현의 자유 확산을 위해서도 국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이슈를 미국 사회,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한편 북한 리과대학을 졸업하고 청년 사업가로 활동하다 지난 2019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장혁 씨는 이날 행사에서 북한 주민들이 정보에 접근하는 동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흥미를 위해 예능과 드라마 등을 주로 시청했지만 지금은 엄중한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정보에 접근하는 대신,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선호한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외부 세계와 비교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북한에 유입해야 한다고 장 씨는 강조했습니다.

[녹취: 장혁 씨] “세계상에 북한만큼이나 부당한 상황에서, 가난한 상황에서 바보처럼 순종적으로 사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물론 세뇌됐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그만큼 그들은 자기의 처지를 국제사회의 보통 구성원들과 비교할 만한 외부 정보가 부족한 것이고 만약 그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유입된다면 그들은 국가는 무엇이고 정치는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인가? 이런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또 다른 인사이트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