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유’와 ‘연대’를 강조한 것은 과거 북한 문제에 쏠렸던 한국 외교 정책의 중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미국 전직 관리들이 분석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의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속에 구체성이 다소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자신의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자유와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의 최근 핵무력 법제화 등을 비판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서,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의 중심은 아시아와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국의 역할 설정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윤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서 무엇을 달성할 수 있을지 매우 낮은 기대를 하고 취임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 외교 정책의 중심 요소는 북한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주요 현안과 글로벌 문제에서 ‘국제적인 플레이어’로서 한국의 역할을 설정하거나 강화하는 데 외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과거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제안 등 북한 문제를 중심에 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이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인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대한 ‘담대한 구상’ 제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짧은 언급조차 없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남북 대화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북한과의 긴장 관리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자유와 민주주의 확대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에 외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런 구상에 다소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과 함께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군사 정치 및 경제적 무게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건과 정보통신, 첨단 산업 등 한국이 우위에 설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
“한국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정도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강대국들이 가진 군사, 정치, 경제적 무게감이 한국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기술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틈새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그러면서 윤 대통령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보건과 디지털 격차, 그리고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언급해온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