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세상보기] 북한의 향토 요리를 선보이다 '2022 료리요리 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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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의 주식인 감자와 옥수수를 이용한 요리 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요리에 자신 있는 탈북민 12명이 본선에 올랐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2022 북한지역 향토·대표 북한 음식 ‘료리요리 경연대회’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주식인 감자와 옥수수를 이용한 요리 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요리에 자신 있는 탈북민 12명이 본선에 올랐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2022 북한지역 향토·대표 북한 음식 ‘료리요리 경연대회’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요리경연대회 시작 현장음]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강서대학교 과학관. 본선 조리실에서 ‘제1회 북한지역 향토·대표 북한 음식 료리요리 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강서대학교와 남북하나재단이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미리 예선 심사를 거쳤고요. 예선에 통과한 12명의 탈북민이 현장 조리 경연을 펼쳤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자유 요리와 북한 요리를 완성해야 하는데요.
먼저 이 행사를 마련한 취지, 강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윤진아 학과장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윤진아 학과장] “지금 1회로 시작된 건 아무래도 북한에서 탈북해서 남한에 정착하는 새터민분들이 남한에 정착하면서 일자리 같은 거, 음식점 창업에 대한 희망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으신 게 현실이기 때문에 이런 요리 대회를 통해서 창업까지도 가능한 요리를 발굴하고, 그분들이 창업하시고자 하면, 컨설팅이라든가 이런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데에서 취지가 됐고요. 북한 음식은 또 얼마큼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 있는 음식들도 상당히 많을 텐데,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이번 대회를 통해서 알려드릴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습니다.”

강서대학교는 기존에도 북한과 통일에 관련한 사업을 해왔습니다. 남북하나재단과 북한 요리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 적이 있고요. 또 강서구는 탈북민이 많이 모여 사는 곳 중의 한 곳이기 때문에 탈북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가 더 뜻깊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예선전은 어떻게 치러졌을까요?

[녹취: 윤진아 학과장] “예선에서는 레시피와 사진을 가지고 1차 심사했어요. 예선은 상당히 멀리서 오신 분도 계시기 때문에 서면으로 레시피와 사진을 가지고 심사해서 거기에서 훌륭하다 하시는 분들이 본선을 하게 된 거예요. 감자와 옥수수를 선택한 이유는 북한에서 가장 식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게 감자와 옥수수라고 해요. 그래서 북한 냄새가 강한, 가장 북한을 대표할 만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 해서 식재료를 감자와 옥수수로 넣었고요. 저 외에 다른 재료가 더 들어가도 돼요. 부수적으로, 그래서 오늘 상당히 기대됩니다. 어떤 요리를 완성하실지…”

이날 본선 평가는 전문심사단 5인과 시식단의 평가로 이뤄졌습니다. 요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심사위원은 주제 적합성과 상품성, 독창성처럼 다양한 기준으로 심사했는데요. 북한 요리 전문가인 탈북민 허진 심사위원은 주제의 독창성을 가장 높이 봤습니다.

[녹취: 허진 심사위원] “제가 기본으로 생각하는 건 북한에서의 향토 음식이 곧 한국에서 먹는 향토 음식이에요. 맥락은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요리하면서 조리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어떻게 남한하고 북한하고 차이점이 있는지, 그래서 내가 그걸 집중적으로 볼 거고요. 그리고 저는 또 감자와 옥수수를 이용하는 요리기 때문에 주재료가 80%가 들어가는지 이런 것들을 보고, 완성된 다음에는 시중에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지 이런 걸 집중적으로 볼 예정이에요.”

허진 심사위원은 전통 된장을 제조해 판매하는 요리 명인입니다. 오랜 시간 장을 담그고 음식 장사를 했기 때문에 대회를 통해 만들어진 레시피가 사업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기도 했고요. 나아가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기대했습니다.

[녹취: 허진 심사위원] “저도 농사짓는 사람이에요. 농사짓고 사업도 하는 사람이지만 우리가 옥수수하고 감자에 대한 생각은 사람들이 오직 강원도 촌에서만 나오는 걸로 생각하시잖아요. 지금은 여기저기서 감자하고 옥수수를 다 심고 있지는 않지만, 농민들이 그 요리 조리법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완성된 좋은 레시피가 나온다고 하면 우리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걸 기대합니다.”

경연이 시작되자마자 참여자들은 모두 분주히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채소와 고기를 손질하고 육수를 끓이고 반죽을 하는 등 여러 모습이 보였는데요. 채소가 주재료인 다른 참여자들과 달리 탈북민 최수경 씨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최수경 씨] “이건 닭고기 옥수수 우유 찜. 옥수수 활용을 여러 가지 생각하다 보니까 생각하게 됐고요. 도전하게 됐습니다. 평소에는 잘 못 먹었죠. 우유가 없으니까 한국에 와서 해 먹었죠. 우유가 들어가고 버터가 들어가기 때문에 굉장히 고소합니다.”

행사 참여가 처음이라는 최수경 씨는 북한에서는 잘 먹지 못했던 음식, 귀한 음식으로 승부를 봤습니다. 자유 요리가 닭고기 옥수수 우유 찜이고요. 북한 요리가 돼지발족 옥수수 찜이었는데요.

[녹취: 최수경 씨] “전문으로 한 건 아니고요. 식당 일을 했을 뿐이에요. 돼지발족 옥수수 찜. 고기를 좋아해서... 돼지발족도 고소하고 북한에서는 고기를 잘 못 먹다 보니까 산모들에게 굉장히 좋고 모유가 많이 나올 수 있는 그런 특징이 있습니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수경 씨의 요리를 지켜보던 허진 심사위원은 자신에게도 추억이 있는 음식이라며 첫애를 낳았을 때가 생각난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허진 심사위원] “이거는 북한 사람들이, 산모들이 영양이 안 좋잖아요. 그런 분들이 모유 수유를 위해서 애를 낳으면 시부모님이 제일 먼저 준비하고 있는 게 이거예요. 보통 첫애를 낳거나 하는 집에서는 거의 준비를 다 하고 계신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족발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여기 한국은 흔하겠지만 그래서 오늘 이분이 제일 어려운 요리를 들고나온 것 같아요. 요리는 향수고 시간과 정성이에요. 참 의미 있는 음식이에요.”

그리고 또 다른 참여자 탈북민 이향난 씨는 자유 요리로 감자 계란 지짐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향난 씨] “계란에 감자를 양념 다 해서 감자를 북한에서 송편이라 하거든요. 우리 여기서 만두라고 하잖아요. 만두는 동그랗게 빚잖아요. 지짐이라는 건 아무 집에서나 마음껏 못 먹어요. 일가친척들 귀한 분들이 오셨을 때 부침개, 지짐이를 해서 올리거든요. 저는 우리 탈북민들이 이번에 첫 시작이지만 앞으로 있어서 우리가 남북이 통일되면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도 북한 요리를 배워서 함께 남북이 통일된 날 북한 요리도 만들고 한국 요리도 만들고 이런 자리를 많이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요리에 주어진 시간 1시간 30분이 다 되어가자 현장 시식단이 하나둘 모였습니다. 시식단 가운데 강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영희 교수도 있었는데요. 현재 남북통합문화센터 소통지원팀의 총괄을 맡고 있기도 한 박영희 교수는 시식에 앞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박영희 교수] “북한 음식은 제가 연변에서도 먹어보고 하면 너무 깔끔하고 굉장히 정갈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처럼 많은 양념이 들어가지 않고 그래서 그게 오히려 원래 재료 맛을 살릴 수 있고 그래서 우리가 더 지향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건강에 좋은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요.”

관계자들은 참가자들의 번호와 요리에 관해 설명하며 시식을 도왔는데요. 심사위원인 전순주 요리연구가에게 그 맛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녹취: 전순주 심사위원] “조미료도 안 들어가고 재료가 고유의 것을 쓰기 때문에 담백한 맛이 있어요. 감자를 이용한 만두를 특이하게 모양은 평범하지만, 속이 내용이 다르고 또 감자를 어떻게 조리했느냐에 따라서 맛이라는 게 달라지기 때문에 참 괜찮은 것 같아요.”

요리를 다 마친 참여자들은 모두 홀가분한 표정으로 뒷정리했습니다. 모두 자신의 역량을 다 보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지만 참여하길 잘했다고 말했는데요. 탈북민 김영순 씨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사회에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영순 씨] “사실은 저도 조금 회피형이에요. 나가서 얼굴 보이는 건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제가 좀 숨어서 살았어요. 그랬는데 6년을 이렇게 살다 보니까 어느 날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나도 슬슬 사회 밖으로 나와서 나라는 사람, 제가 어느 정도 한국 사람들과 좀 경쟁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어요. 그래서 요리 경연대회라고 하니까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요리밖에 없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사회 첫 발자국을 나가는 시기점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어서 나왔어요. 앞으로 목표는 한국 조리장 자격 따는 것까지 제 최종 목표예요.”

'제1회 료리요리 경연대회'의 대상은 조리기능장이 목표라고 말한 탈북민 김영순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김영순 씨는 이날 감자 묵과 닭고기국을 선보였는데요. 앞으로도 북한 요리를 알아갈 수 있는 행사가 더욱 다채롭게 열렸으면 좋겠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