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도 어느새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이 시간에는 연말 특집으로, 올 한해를 분야별로 재조명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올 한 해 국제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주요 뉴스를 정리했습니다.
“전 세계를 뒤흔든 21세기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올해 가장 큰 국제 뉴스는 두말할 것 없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입니다.
러시아는 2월 24일 새벽을 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단행했습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구촌 곳곳에서는 늘 무력 충돌과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렇게 유럽에서 국가와 국가 간에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진 건 21세기 들어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만 러시아는 지금도 여전히 공식적으로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탈나치화를 목표로 한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현 정권을 ‘신나치 정권’으로 묘사하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서방 노선을 걸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모색하면서 러시아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군사작전을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개전 초반 러시아가 순식간에 수도 크이우를 함락하고 우크라이나를 장악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전쟁은 지금 10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양국은 물론,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미치고 있고요. 안보뿐만 아니라 식량, 에너지, 경제 등 전 분야의 글로벌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시리아, 예멘, 에티오피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데, 국제 사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보적 측면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가 만에 하나 핵무기 사용을 감행한다면 이는 지역 분쟁 그 이상의 사태로, 자칫 인류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는 글로벌 위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식량과 에너지 위기는 이미 국제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주요 곡물 생산∙수출국입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인데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등 주로 식량을 수입해왔던 나라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유엔과 터키의 중재로 일단 곡물 수출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봉쇄했던 흑해 항로를 개방하고 곡물 선박의 항해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지난 9월 말에도 일방적으로 중단을 선언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번복하는 등 불안한 협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도 심각합니다.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데요.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에 반발해 가스와 원유 공급을 계속 축소해왔는데요.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솟구치는 연료비와 함께 겨울나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며 러시아를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자유 무역 원칙을 어기는 행위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군사 자금줄을 막으려는 서방의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주요 국가들은 연내 타결을 목표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도 협상 중입니다.
이 전쟁으로 인명 피해도 막대합니다.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할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정부 측 발표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 전사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1만 명에서 1만3천 명에 달합니다.
러시아 측은 지난 9월, 5천937명이 전사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미군 정보당국과 EU는 양국 모두 전사자와 부상병 합쳐 각각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편 유엔은 11월 27일 기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가 6천655명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가운데 419명은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중국 시진핑 집권 3기와 이례적 시위”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작업이 구현된 한 해였습니다.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당 총서기로 재선출되며 3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내년 봄에 있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가주석으로도 다시 선출될 것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3연임한 지도자는 마오쩌둥 초대 주석이 유일한데요. 하지만 중국은 지난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해 사실상 시 주석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라 시 주석의 3연임은 이미 널리 예견됐던 일인데요. 여기에 시진핑 주석의 측근들이 20기 정치국 상무위원에 포진하면서 중국 특색의 집단지도체제에서 시진핑 주석의 1인 지배 체제로 잡혀가는 모양새입니다.
현재로서는 시 주석이 집권 3기, 5년 임기를 마치고 또다시 권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낼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시 주석이 집권 3기를 시작한 올해, 중국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보기 드문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시 주석이 주창한 초강력 코로나 방역 정책이 3년째 계속되면서 지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건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시진핑 주석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중국 당국은 서둘러 공안을 배치하고 인터넷 단속을 강화하는 등 초강경 경계 태세에 들어가며 시위 확산을 저지했습니다.
이어서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하는 새 방침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는 시 주석의 집권 3기가 시작된 가운데 중앙 정부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민심을 잡기 위한 노력으로 읽혀지고 있습니다.
“중남미 대륙을 물들이는 좌파의 물결, 핑크타이드”
최근 몇 년째 중남미 대륙에 불던 이른바 ‘핑크타이드’, 좌파 물결은 올해 브라질 대선으로 더 선명한 획을 그었습니다.
중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군인 출신으로 극우 성향 정치인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근소한 차로 누르고 승리한 건데요. 좌파와 우파의 이념 대결로 읽힌 이 대선에서 브라질 국민은 좌파의 상징 룰라 전 대통령을 선택한 겁니다.
이로써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에 이어 브라질까지,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 전부 좌파 물결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특히 콜롬비아는 사상 첫 좌파 정권이 출범했습니다. 지난 6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콜롬비아 유권자들은 전 좌익 반군 게릴라 출신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중남미 주요 국가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정책 전반에 큰 틀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외교 지형의 변화 속에 이들 국가의 외교 정책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중국이 최근 몇 년 인프라와 투자를 확대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데요. 이념적 동질성을 내세워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며 적극적으로 이들 나라와 관계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이들 정부는 글로벌 환경이 복잡하게 펼쳐짐에 따라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입체적인 외교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의 싸움”
지난 2019년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보고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이후 계속해서 다양한 변이를 만들어내며 지금도 지구촌을 덮고 있습니다.
12월 7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6억4천700만 명에 달합니다. 미국 인구가 약 3억 명이니까 그 두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주요 방역 정책을 풀고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다시 감염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한 달 가장 두드러진 나라는 일본과 한국입니다. 일본은 약 한 달간 260만 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한국은 150만 명 대입니다. 그 뒤를 미국과 프랑스가 따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증이나 사망의 위험을 낮추는 백신과 치료제 확보로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7일 기준 전 세계 누적 사망자 수는 약 664만 6천 명인데요. 감염자 증가 추세에 비해 사망자 증가는 두드러지게 둔화한 모습입니다.
어쩌면 코로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평생 함께 가야 할 존재가 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전망 속에, 각국 정부의 코로나와의 싸움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말 특집,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올 한 해 국제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주요 뉴스를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