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부에 한인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요구하는 법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인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지지하는 법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이 문제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결의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적은 있지만 강제력은 없었던 터라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를 바라왔습니다.
그런 만큼 최근의 법 통과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차희 /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대표
“이산가족들이 거의 다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남은 분들이 아직까지 이 희망을 못 버리고 사는 게 이산가족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감격이고, 너무나 좋은 소식입니다. 저희들에게는 소원을 풀어주는 그런 계기가 되겠습니다.”
지난 2년여 동안 계류 중이던 미북이산가족상봉법안은 최근 의회를 통과한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포함돼 지난 23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으로 제정됐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미국 국무장관 혹은 장관이 지명한 사람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을 요구하도록 한 내용입니다.
또 국무부가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인 단체 대표들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화상 상봉을 독려하기 위한 방안에 관한 의회 보고를 요구하는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정부에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내용이 법 형태로 명시된 만큼 미북 이산가족 상봉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차희 /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대표
“가장 정치적으로 좋지 않을 때 미국과 북한이 저희들의 이슈로 서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카드니까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진전이 이뤄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한 정부가 호응해야 진전을 이룰 수 있는데 현재 미북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2011년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이산가족 상봉 합의를 이끌었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번 법 제정이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나타내는 상징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북한 당국의 태도가 여전히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북한은 이산가족 간 교류를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 대해서는 훨씬 더 적대적이기 때문에 미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어떤 것도 하길 꺼려왔습니다. 이번 법 제정이 어떤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저는 회의적입니다.”
그동안 남북한 사이에는 대면 상봉과 화상 상봉이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미북 간 공식 이산가족 상봉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에 가족, 친척을 둔 한국계 미국인은 현재 최소 90명 정도가 생존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80대 후반, 90대에 접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