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저소득층의 근로 능력을 향상해 자립을 돕는 자활사업단이 있습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탈북민 자활사업단도 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민 사회복지사 윤경 씨를 만나봅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자립해야만 그 뒤로 모든 것이 순서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립이 성공으로 가는 첫 단추가 아닐까 생각해요.”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경기부천소사지역자활센터. 이곳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탈북민 윤경 씨를 만났습니다.
경기부천소사지역자활센터는 저소득주민의 자립과 자활을 돕기 위해 다양한 자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200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요. 2015년부터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자활근로 사업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먼저 윤경 사회복지사에게 센터 소개와 탈북 자활 사업단에 관한 이야기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우리 자활센터는 저소득주민이 오셔서 기술도 배우고 직업훈련을 통해서 앞으로 자립을 준비해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요. 저희가 한 (전체) 150명 정도 계세요. (저는) 소사지역자활센터에서 '탈북민 자활 사업단'을 맡고 있어요. '수미인 사업단'이라고 부르고요. 사업단 이름이 '수미인'인 거죠. '손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있고요. 우리 사업단은 2015년도에 남북하나재단에서 공모한 탈북민 자활 사업단에 선정되어 사업이 시작되었으며 이 사업을 통해 꾸준히 북한이탈주민들이 자립을 꿈꾸며 자활센터로 찾아오게 되고 첫 멤버 3명이 3년 후 창업해서 '수미인 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자립에 성공해서 잘살고 있습니다.”
윤경 사회복지사는 탈북민 자활사업단을 통해 자립에 성공한 탈북민을 이야기했는데요. 2019년에 설립한 자활기업 '수미인 협동조합'입니다. '수미인 협동조합'은 탈북민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과 경제적 자립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의미가 큰 자활기업이라고 말했는데요.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오게 되면 일자리 찾기도 힘들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자활센터를 통해서 일자리 창출이 되었고 거기서 창업하게 된 거죠. 3명이 창업을 나가셨는데 그중에서 지금 남아서 계신 분, 2분이세요. 창업해서 '수미인 협동조합'이 탄생했는데 그분들이 나갈 때는 '저희가 이 사업을 키워서 북한이탈주민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창업하게 되었죠.”
현재 탈북민 자활사업단에서 함께 하는 탈북민은 5명입니다. 그리고 2015년부터 이곳을 거쳐 간 탈북민은 20여 명 정도 되는데요. 그렇다면 '수미인 사업단'에서는 주로 어떤 것을 제작하고 있을까요?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아, 이곳에서의 활동은 주로 봉제 기술을 익히고 면 생리대를 제작합니다. 그 외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제품과 관련해서는 이 제품을 어떻게 최고로 만들어서 어떻게 매출을 많이 올려서, 매출이 많아야 일자리도 많이 생기니까 그런 쪽으로 많이 신경 쓰죠.”
탈북민들은 참여 기간 동안 봉제 기술을 배우고 온라인 쇼핑몰을 관리하는 등 여러 교육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탈북민 자활사업단이긴 하지만 남북 출신의 주민들이 함께 훈련받고 있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윤경 사회복지사는 자활 사업단을 운영하며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바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 가도 갈등이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선생님들이 서로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상처 주는 그런 갈등 없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라는, 그런데 제가 또 신경 쓰는 거죠. 자활센터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에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고요. 탈북 새내기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시행착오들이 많아요.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이고 자립을 위한 힘을 키워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밑천을 얻어가길 바랄 뿐인데 이 밑천이 기술이 될 수 있고 대인관계도 될 수 있고 자산 형성도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정착의 성공이라고 보지 않아요. 그래서 지역주민과 잘 어울리면서 그 어떤 편견도 느끼지 않고 이제는 평범하게 편하게 살아가는 것도 성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사 윤경 씨는 경기부천소사지역자활센터에서 일한 지 벌써 8년째가 되었다고 합니다. 탈북자인 윤경 씨는 2008년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중국으로 간 형제를 찾기 위해 자신도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으로 오게 된 건데요. 윤경 씨의 첫 정착지는 경상북도 안동시였습니다. 그 당시 장애인시설에서 일을 하면서 사회복지사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 일은, 제가 이전에, 안동에서 살았어요. 안동에서 살면서 그때도 저는 취약계층으로 나라(한국)에서 만든 일자리로서 장애인 시설에서 일을 하게 됐죠. 그때 '아, 나보다 더 힘들고 이런 사람들, 특히 장애인도 스스로 자기 스스로 돈을 벌고 당당하게 살아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고 나도 뭔가를 이제는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줄 줄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또 사회 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북한에 있을 때는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이나 단어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나도 한번 도전해보자고 해서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되고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윤경 씨는 바로 부천에 있는 지역자활센터에서 일을 시작했고요. 이곳을 통해 한 단계씩 성장하는 탈북민을 볼 때마다 큰 자긍심을 얻는다고 합니다.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제품도 최고로 예쁘게 만들어서 행복해하실 때 뿌듯하고요. 가장 뿌듯했던 건 창업을 나갔을 때가 아닐까 싶고 그 이후에는 선생님들이 여기 오면서 다양한 자산 형성도 하잖아요. 그런 걸 받았을 때 많이 행복해하잖아요. 그런 걸 봤을 때 너무 뿌듯하죠. 탈수급이 돼서 나가는 분들도 있고 기초 생활 수급받으시는 분들, 차상위 분들만 여기서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돈을 많이 모아서 자산 형성돼서 탈수급 되시면 나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일을 하시다가 자립에 자신이 생겨서 취업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다양합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과 꾸준히 연락하는 분들도 있죠.“
앞으로도 윤경 씨는 사회복지사로서 저소득층 주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고요. 이곳 자활센터에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제가 이전에 노인정 다니면서 사회봉사를 한 적 있는데 처음에는 저희가 남을 도와주고 어르신을 도와주고 어르신을 위해서 봉사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솔직히 주는 것보다 많은 걸 얻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분들의 사랑, 얼마나 힘들게 살다 왔냐 하면서 손잡아주시고, '그래, 고향에 가족들 얼마나 보고 싶겠냐' 하면서 저희 마음도 같이 공감해주시고 하는 그런 모습에서 고향의 동네 어르신들 보는 것 같고 그래서 따뜻한 마음을 느꼈어요. 그래서 이게 내가 오히려 더 많이 얻어간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게 북한에서 살았으면 느껴보지도 못할 그런 감정이잖아요. '아 왜 내 것을 줬을 때 행복한지를 알겠구나'라는, 이런 감정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더 많은 탈북민,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들이 이곳을 통해 자립해나갈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지금 오신 분들은 오신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오잖아요. 그런데 여기 와서 오래 계신 분 중에서 아직도 방황하시는 분들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런 분들이 자활을 많이 알아서 찾아오셨으면 좋겠고 저희 자활을 통해서 정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여기를 오셔서 조금이나마 자립에 대한 밑천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윤경 사회복지사의 활동 목표는 무엇일까요? 그 얘기와 함께, 통일되면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바람도 들어봅니다.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앞으로 목표는 탈북민 1호 자활기업이 창업됐잖아요. 2호는 남북한 주민이 함께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게 저희 목표예요.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북한이탈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남북한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 꿈은 제가 사회복지 할 때부터 꿔왔던 꿈이긴 한데 저는 통일되면 보육원 하고 싶어요. 제가 사회복지사 실습을 보육원에서 했어요. 하면서 어린아이들하고 같이 노는 게 저한테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리고 애들을 보면서 고향의 아이들이 생각났고 통일되면 꼭 이거 한번 해보겠다고 해서 보육교사 자격증도 따고 준비하고 있는데, 꼭 통일되길 바랍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