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세상보기] 탈북 여성 자활 돕는 '손이 아름다운 사람들, 수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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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는 ‘경기부천소사지역자활센터’, 이곳에서는 특히 한 부모 여성, 탈북 여성들이 모여 직접 면 생리대를 제조하고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경기부천소사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수미인 사업단’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는 ‘경기부천소사지역자활센터’, 이곳에서는 특히 한 부모 여성, 탈북 여성들이 모여 직접 면 생리대를 제조하고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경기부천소사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수미인 사업단’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제작 현장음]

수미인 사업단의 근로자들이 재봉틀을 앞에 두고 각자 면 생리대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탈북 여성의 자립을 돕는 수미인 사업단은 식약처 의약외품으로 제조 시설 허가를 받은 면 생리대 제조 업체인데요. 현재 이곳에서 5명의 탈북 여성과 남한 여성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먼저 수미인 사업단을 담당하는 탈북민 윤경 사회복지사에게 제품에 관한 자세한 얘기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저희가 생산하는 제품 중에서 가장 인기 제품이 면 생리대입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일회용보다 다회용 생리대를 찾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 생리대도 그냥 천으로 뚝딱 만들어 낸 게 아니고요. 3년 동안 고생하면서 식약처 허가를 받아서 세상에 태어난 제품이에요. 저희는 정말 엄격해진, 최근에 유해 성분이라든가 식약처가 좀 엄격해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까다로운 허가를 다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2019년도에 수미인 협동조합 창업과 더불어 이것도 같이 식약처 허가를 받았어요. 정말 좋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한국에서 ‘생리대 유해 물질 검출 파동’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은 생리대를 고를 때 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꼼꼼히 살펴보게 됐고요. 식약처의 허가 기준도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수미인은 피부에 닿는 제품인 만큼 유해 물질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요. 또 유기농 목화솜으로 만든 순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밖의 다른 특징도 있는데요.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가장 특이한 점은 다른 제품은 면 생리대가 천을 덧대서 마무리를 지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슬림해요. 천을 덧대지 않고 마감 작업이 좀 기술이 들어가요. 그러다 보니까 생산량이 좀 적어요. 그렇지만 요새 멋 부리기 좋아하는 여성들은 사실 여름에도 얇은 옷을 입잖아요. 천 생리대가 두꺼우면 옷에 자국이 남잖아요.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제작하고 있고요. 사용하는 분들이 그런 부분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세요. 덧대면 마감 처리가 두꺼워지죠. 그럼, 옷에 자국이 더 많이 생기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여름에도 좀 인기가 있고요.”

그리고 수미인 사업단에서 자체 개발한 숨 쉬는 방수 원단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녹취: 윤경 사회복지사] “중요한 건 숨 쉬는 방수라고 방수 원단 자체가 좀 특이해요. 저희가 특허도 준비하고 있다가 준비 단계에 있는데, 숨 쉬는 방수라고 공기는 통해요. 그런데 생리혈은 새지 않아요. 그래서 생활 방수를 지금 사용하고 있고요. 저희 같은 원단을 사용하는 데는 아직은 없어요. 저희가 이 원단을 구매한 공장 사장님하고 협력해서 이 원단이 탄생하고 식약처 허가까지 받게 되고 꾸준히 저희만의 독점을 위해서 특허도 내려고 했는데 만만치 않네요.”

수미인 사업단이 제작하는 면 생리대는 빨아서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에 3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제품입니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까지 실천하는 제품인데요. 이곳 자활센터를 다닌 지 5년 차라는 탈북민 윤지선(가명) 씨는 건강이 안 좋아 일을 하지 못했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자활센터에서 일하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윤지선(가명) 씨] “제가 비뇨기과 병원 다녔어요. 1년 반 다니다가 제 친구가 여기 일자리 있다고 해서 친구 소개로 여기 들어왔죠. 19년 7월 8일에 여기 왔어요. 원단을 접어서 잘라서 그림 그려주고 재단하는 것과 같죠. 생리대 그림이나 마스크 그림, 마스크 목걸이 잘라주고 그런 거 하고 있어요. 여기서 일하니까 마음이 편안하고 또 집에서 가깝고 저 일하는 데가 좋아요. 우선, 제가 또 50대 중반이 되니까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일하는 게... 같은 고향 사람들도 있고 한국 언니들도 있고 이러니까 같이 즐기면서 일하고 있어요. 재밌게...”

그리고 수미인 사업단이 한국에서의 첫 직장이라는 탈북민 은진서(가명) 씨.

면 생리대는 북한에서도 비슷하게 써 본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녹취: 은진서(가명) 씨] “저 미싱(재봉틀)이요. 여기 사업단에 들어와서 조금씩 배우면서 하게 됐어요. 저한테는 별로 어렵진 않은데 다른 분한테는 어려울 수도 있겠죠. 면 생리대 (북한에서) 본 적은 없고요. 저 북한에 있을 때 일회용 이런 생리대 쓰지 못하거든요. 풍족하지 못해서 그때는 천 같은 거 잘라서 접어서 쓰고 빨아서 다시 쓰고 그렇게 했어요. 북한에 있을 때 여기처럼 한국처럼 만들어서 쓰진 않고 천을 네모나게 잘라서 사각형으로 접어서 썼어요.”

‘수미인’은 ‘손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은진서 씨도 제품을 받는 소비자가 기분 좋게 사용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은진서(가명) 씨] “그래도 팔려면 예쁘게 모양도 예쁘게 나오고, 사서 쓰는 사람이면 예쁜 거 사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제품 하나 만들어도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회용은 공기가 통풍이 잘 안되니까 알레르기 생길 수 있어서요. 면 생리대는 빨아서 쓰니까 알레르기 많이 생기는 분들한테 추천하고 싶어요.”

또한 은진서(가명) 씨는 자활센터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해 시간을 선택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고요. 훗날 자신의 꿈은 보육교사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은진서(가명) 씨]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반까지 하고 있어요. 정해진 생산량은 없어요. 제시간에 하는 것만큼. 여기가 그래도 한국에 처음 왔으니까 한국 사회를 잘 모르니까 여기 들어와서 그래도 같은 고향 언니들도 있고 한국 언니들도 있어서 시간은 적지만 같이 일하고 해서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여기는 마음이 드는 게 아기 있는 어머니들은 내 시간이라든지 이렇게 하면 아기 돌보면서 일하고 그런 게 있어서 좋아요. 저도 어린이집 교육 그런 거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제가 아기 있어서요.”

그리고 또 다른 탈북민 이진숙(가명) 씨 또한 자녀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자기 상황에 맞게 일할 수 있는 자활센터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녹취: 이진숙(가명) 씨] “저는 지금 새로 들어온 사람한테 가르치기도 하고 미싱(재봉틀) 잘 안되거나 할 때 기사님을 부르고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는 아기가 있어요. 올 때는 엄청 아기였거든요. 그래서 일하기가 조금 힘들었어요. 그래서 주민센터에서 자활을 추천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왔어요. 제가 회사 일을 하려고 보니까 시간도 안 되고 하니까 그래서 자활을 선택했는데 너무 괜찮고 시간도 아기를 돌볼 수 있으면서 일할 수 있으니까, 너무 감사합니다. 여기는 시간제가 있고 종일반이 있어요. 시간제는 아기들 위주로 해서, 아침에 보내고 오후에 데려올 수 있는 시간... 네. 아기를 키우는 엄마라서 아침에 보내고 여기 와서 일하고 하니까 너무 만족하고 자활이 너무 저한테 맞더라고요.”

또한 이진숙(가명) 씨는 수미인 사업단에서 제조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녹취: 이진숙(가명) 씨] ”우리는 면 생리대를 위주로 만들고 있는데 씻어서 쓰기도 하고 또 알레르기 있는 사람한테도 편리하고… 팬티 라이너는 생리하기 전, 생리한 후 쓸 수 있는데 잘 나가고 있어요. 다 면이에요. 생리대가 처음에는 쉬운 줄 알았는데 시작해보니까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나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고 면이니까 다 지금 모든 사람 신경 써서 깔끔하게 예쁘게... 사용 방법이 면 생리대는 세탁기에 넣어도 되고 삶아도 되고 손 세탁해도 되고 다 다양하게 할 수 있어요."

탈북 자활사업단에서 근무하는 탈북 여성들은 이곳을 통해 자립을 꿈꿉니다. 이진숙 씨 또한 자신의 목표에 관해 얘기했는데요. 자활센터를 나온 뒤에는 자기 관심 분야인 미용 쪽에서 일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탈북 여성의 삶을 응원하는 ‘경기부천소사지역자활센터’를 통해 많은 탈북 여성이 더 행복한 삶을 꿈꾸길 바랍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