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탈북민은 탈북 과정에서 북송의 위험과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안정적이지 못한 제3국에서의 생활로 큰 심리적 불안을 겪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이러한 탈북민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치유 상담센터가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사단법인 북한체제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강연 현장음]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북한체제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 이곳 강의실에서 탈북민 유혜란 대표가 수강생을 대상으로 북한체제트라우마 전문 상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체제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NHC)'는 탈북민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치유교육과 상담사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아카데미 운영 그리고 멘토, 멘티 성장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먼저 이 센터를 설립한 탈북민 유혜란 대표의 소개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유혜란 대표] "저는 탈북인이고 2000년도에 제가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는 이제 경성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 한 6년간 재직하다가 가족과 함께 이제 한국에 입국했고 한국에 와서는 신학 공부를 했고 연세대학교에서 상담학 박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2012년 ‘탈북인들을 통하여 본 북한 체제 트라우마 불안’이라는 주제로 제가 박사 학위를 받고 이제 2013년 ‘사단법인 북한체제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탈북민의 입장에서 유혜란 대표는 탈북민의 트라우마, 기억의 상처가 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돕기 위한 치유상담센터를 설립했고요. 여러 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점차 늘어났죠.
[녹취: 유혜란 대표] "북한체제트라우마 치유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는 과정에서 저는 한국 사회 정착에서 탈북인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북한체제트라우마, 즉 NKST 체제 상처라는 것을 임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전문 상담사를 양성하는 것이, 탈북인을 자립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고 또 향후 북한 주민이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선결 과제라는 것을 깨닫고 2015년 NKST 아카데미를 개설하여 NKST 전문 상담사와 다문화 심리상담사를 지금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찾아간 현장은 NKST 전문 상담사 양성 교육 과정입니다. 이 교육은 22주 치유 교육을 받은 탈북민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고요. 이밖에 수강을 원하는 남한 출신의 수강생까지 현재 모두 열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소향 기획팀장입니다.
[녹취: 이소향 기획팀장] "NKST 전문 상담사 자격 취득 과정은 1년 3학기 이론 과정과 임상 훈련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1년 3학기 이론 과정은 각 분야의 전문 교수진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학기마다 과목이 다르고 과목은 주로 탈북인 마음 단추 그리고 중독과 가족 치료, 북한 체제 트라우마 불안, 민주시민 교육과 진로 상담 등 북한 체제 트라우마 전문 상담사로서 북한 체제 트라우마 상처를 다루기 위해 배워야 하는 필수적인 과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날 열린 프로그램은 '시네마 테라피'였는데요. 한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 상처를 노출하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다시 유혜란 대표입니다.
[녹취: 유혜란 대표] "오늘 수업은 북한 체제 트라우마 전문 상담사 역량 강화로 진행되는 ‘시네마 테라피’입니다. NKST 전문 상담사 상담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데 오늘 교육생들이 본 영화가 ‘이퀼리브리엄’이라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 '이퀼리브리엄'은 감정이 억압된 인간의 문제에 대해서 잘 다루고 있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상처 이야기 털어놓기인데 즉 내 삶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반복하여 이야기하고 또 글로 쓰거나 아니면은 다시 반복해서 말하고 당시 외상 정서를 노출하는 것입니다.
탈북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치유를 하게 되고요. 상담에서 중요한 내담자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우게 됩니다.
[녹취: 유혜란 대표] " 먼저 영화 속의 갈등 상황을 요약하고 주인공이 겪고 있는 내적 갈등을 나눕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상담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내담자의 많은 이야기와 사건들을 주로 5개의 핵심 단어와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제가 볼 때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길게 이어지는 트라우마 상담 내용을 요약하는 능력은 상담자의 내담자 이해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센터 관계자는 삶의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상담사의 소감은 어떨까요? 남한 출신의 김혜영 상담사의 얘기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김혜영 상담사] "저는 탈북민들과 만남의 기회가 좀 있었거든요. 탈북민들이 한국 정착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대인관계 어려움이더라고요. 그래서 탈북민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그러려면 탈북민들이 살아온 북한과 또 탈북민들의 그 마음을 이해하고자 NKST 전문 상담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상담으로는 탈북민들의 트라우마를 상담하는 데 한계가 있고 북한 체제의 상처는 어떤 것인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녹취: 김혜영 상담사] “특히 이제 탈북인들의 불안을 이해해야 하고 그 불안으로 인해서 자기 자신과 또 대인관계 또 가족에게 어떤 역기능적인 그런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들이 목숨을 걸고 한국에 오셨는데 정말 그들의 생명을 살리고 싶고 더 건강한 가정을 회복하도록 돕는 상담사가 되고 싶습니다."
또 한 명의 상담사 김은주 씨는 원래 다문화 심리상담사로 활동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김은주 상담사] "그때 다문화 상담하면서 탈북인과도 상담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상담하다 보니까 탈북인들의 문제가 저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문제고 좀 복합적인 문제가 너무 많아서 상담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알고 싶어서 교육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제가 되게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북한이나 그리고 탈북인들에 대해서 좀 구체적으로 좀 객관적으로 아는 시간이 되었죠. 그리고 탈북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상담할 때 어떻게 돕는 것이 제대로 돕는 것인지도 좀 알게 되었어요. 저는 교육에서 받은 게 제가 상담하는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것 같이 이렇게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김은주 상담사는 상담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변화한 탈북자녀를 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고요. NKST와 같은 탈북민 전문상담사 양성 교육이 더욱 확대되길 바랐습니다.
[녹취: 김은주 상담사] "저는 되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실 탈북인들이 곳곳에서 사실은 적응이 안 돼서 굉장히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게 사실은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하잖아요. 사회 문제도 되고 앞으로 계속해서 통일 문제나 이런 거는 나올 텐데 지금 이렇게 한국에 나와 있는 탈북인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는 게 사실 준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탈북인들을 통해서 북한의 모습을 볼 수 있잖아요. 더 확장돼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올해부터 상담사 활동을 시작했다는 탈북민 김미현(가명) 상담사의 이야기 담아봤는데요.
[녹취: 김미현(가명) 상담사] "제가 '북한체제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 22주 치유 교육에 참여했거든요. 제가 심리 교육하고 개인 상담이랑 집단 상담받았는데 그때 받을 때는 엄청 힘들었거든요. 근데 받고 나니까 저의 모습이 약간 변해 있는 그런 모습을 발견했어요. 예전에 제가 막 많이 울고 화도 많이 나고 막 이랬었는데 그런 부분을 제가 극복할 수 있는 거예요. 내 주변 친구들도 좀 힘든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런 친구들도 좀 상담받으면 좋을 것 같다, 근데 제가 친구들을 조언해주려고 보니까 제가 조금 뭔가를 더 배워야지, 설득할 수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신청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고향을 둔 탈북민을 상담할 때는 더 신경 써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미현(가명) 상담사] "저도 북한 사람이잖아요. 근데 이제 같은 북한 사람이라고 하게 되면은 제가 공감을 진짜 잘 해줘야지, 안 그러면 약간 그 사람들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단 말이에요. 이제 약간 아무리 제가 상담사라고 해도 진짜 그 사람에 대해서 진심으로 공감을 해줘야지, 안 그러면 이 사람이 나를 공감하지 않고 약간 비웃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들면 아예 상담을 안 받고 마음을 닫아버리거든요. 그래서 진짜 이게 표정, 말투, 목소리 이런 것도 엄청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제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상담하고 있는 탈북민 김미현 씨. 앞으로 이런 상담사가 되고 싶다는데요.
[녹취: 김미현(가명) 상담사] "저는 전문 상담사가 되어서 우리 사람들 한 사람이라도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이제 그 사람들의 모습이 변화되고, 내면에서 이제 막 고통스러운 느낌보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고, 또 그 사람이 나아가서 그 누군가를 또 돕고 이런 사람이 될 수 있게 할 수 있는 그런 전문 상담사가 되고 싶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