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출신 주민이 다 함께 북을 두드리며 한마음이 되는 특별한 교실이 열리고 있습니다. 악기를 통해 호흡을 맞추며 서로 간의 벽을 허무는 시간이기도 한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두둥탁 난타교실’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연습 현장음]
서울 강서구에 있는 남북통합문화센터. 3층 음악실로 들어서니 난타를 배우려는 수강생과 북으로 가득 차 있었고요. 남북 출신의 수강생들은 조혜영 강사의 가르침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현재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두둥탁 난타교실' 심화반 수업이 열리고 있는 건데요.
난타 프로그램은 통합체험팀의 '공동 취미 구역'이라는 프로그램 중 하나고요. 2021년 6월부터 운영된 프로그램입니다. 그 자세한 얘기 남북통합문화센터 통합체험팀 연구원 김지원 씨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김지연 연구원] “매주 금요일마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심화반의 경우 센터의 내부, 외부 여러 행사에 참여해 공연하고 있습니다. 난타 교실은 일단 올해는 3월에서 11월까지 진행되고요. 3개월씩 3과정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초 반과 심화반으로 나뉘어서 난타 교실을 운영하고 있고요. 기초반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진행되며 초급자분들이 취미로 즐길 수 있는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심화반은 오후 1시에서 3시에 진행되면서 공연에서 작품 위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기초반은 모두 27명이고요. 그 가운데 탈북 수강생은 8명입니다. 그리고 심화반은 모두 17명, 탈북 수강생은 6명입니다. 난타 교실은 평일 오전과 오후 시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주로 40~70대의 수강생이 가장 많았는데요. 꾸준히 난타 교실을 운영하는 가운데 김지연 연구원은 난타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김지연 연구원] “일단 난타라는 악기는 일차적으로 타악기인 만큼 북을 두드리면서 개인적으로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장점이고요.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리듬에 맞춰서 내 소리가 모두의 소리로 합쳐지는 그런 공동체적인 차원의 경험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주민과 북한이탈주민분들이 음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강좌가 바로 저희 ‘두둥탁 난타 교실’입니다. 그래서 난타 수업에 참여하면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수강생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작품과 퍼포먼스를 배워나가는 성취감 또한 얻어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심화반은 무대에 오를 작품 위주로 연습하기 때문에 노래와 율동도 더 역동적이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무엇일까요?
[녹취: 김지연 연구원] “방금 들으신 '베토벤 바이러스'가 일단 대표적이고요. 모두가 딱 듣고 '아, 이건 내가 아는 노래인데' 그러면서 좀 흥겨운 노래예요. 그래서 저희가 1월 28일에 화천에 있는 제2하나원에서도 공연했어요. 거기서도 '베토벤 바이러스'가 나오니까 하나원에 있던 이제 자녀분들, 아이들이 앞에 나와서 춤추고... 다른 음악들도 했는데 좀 신나서 원래 앉아서 식사를 즐기시다가 어르신분들도 춤추시고 그래서 되게 그 열정이 잘 전달됐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김지연 연구원은 난타 교실을 이끌어주는 강사의 열정 덕분에 남북 출신의 수강생들이 더 열심히 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강사는 극단 해아래 대표이자 타악 퍼포먼스 타하랑의 단장인 조혜영 씨인데요. 경기도 안성에서 극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센터의 수업을 위해 먼 거리를 기꺼이 오가고 있습니다.
[녹취: 조혜영 강사] “저도 처음에 여기 오기까지 좀 고민을 했었는데 시작은 3년 전에 여기 예전에 계셨던 팀장님하고 인연이 있어서 연락받고 오게 됐는데 이러한 상황의 설명을 듣고 처음에는 고민했었죠. 근데 특색이 있는 그런 팀이잖아요. 생각해 보니까 제가 평상시에 탈북민들을 접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남북이 하나 돼서 수업하면 어떤 느낌이냐는 것도 궁금했고 그래서 한번 해볼까 하는 그런 마음이 들어서 소개받고 한번 도전을 해보게 됐습니다. 근데 거리는 정말 멀어요.”
그렇게 난타 교실과 함께한 지 벌써 3년 차가 됐는데요. 조혜영 강사는 반에 따라 체계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혜영 강사] “기초반 같은 경우는 가장 기본적인 스트로크(stroke)에 대해서 그리고 자세, 호흡하는 법 이게 되어야지만 공연 아닌 작품도 이렇게 구사하실 수 있어서 그런 거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수업하고 이제 퍼포먼스, 몸 쓰는 법에 대해서도 또 같이 수업하고 그게 이렇게 같이 연계가 잘 되면 간단하고 쉬운 작품부터 하나씩 배워가시면서 작품을 같이 연기해서 배우면서 계속 이렇게 시간이 가다 보면 본인들도 느끼세요. ‘우리가 많이 잘 치는구나.’ 그래서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꾸준하게 성실하게만 해주신다면 제가 눈으로도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래서 좋습니다."
조혜영 강사는 남북 출신 주민이 함께하는 난타 교실을 이끌어가며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합니다. 서로의 문화 차이, 견해 차이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함께 북을 두드리며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조혜영 강사] “이 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이렇게 같이 만났잖아요. 그 북이라는 게 정말 희한해요. 그게 치면서 느껴지는 어떤 감정적인 부분들이 이게 감정 치료도 된다는 거 저는 그걸 믿고 또 음악 치료의 한 부분이에요. 울림과 소리를 통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소통도 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같이 하면서 한 호흡으로 가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분산되어 있으면 북소리부터가 달라져요. 그래서 치시면서 본인들도 아셔요. 그래서 그게 풀려야 소리가 맞춰지기 때문에 본인들끼리 맞춰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걸 보면서 힘들었지만, 시간이 가니까 이렇게 맞춰 가시는구나... 마음도, 소리도, 생각도 이렇게 맞추시는구나 그런 부분도 보람이죠."
현재 심화반에서 난타를 배우고 있는 탈북민 전현아(가명) 씨. 난타는 하나원 생활을 할 때부터 배우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전현아(가명) 씨] “고향에 아들을 두고 와서 우울증이 있었어요. 제가 원래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까 우울증을 치유하고 싶어서 신청하게 됐어요. 너무 좋아요. 제가 한국에 입국해서 하나원 생활할 때 난타가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경제적으로 아직은 빈손이다 보니까 어디서 회원비를 내면서 할 여유가 없고 또 알바해서 돈도 벌어야지 하니까 그럴 여유가 없었는데 작년에 이 프로그램을 하고 너무 좋았거든요."
전현아 씨는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합니다.
[녹취: 전현아(가명) 씨] “난타라는 건 다른 악기들과 다르게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고 그 난타의 소리가 나를 즐겁게 해요. 스트레스 확 달아나고 이렇게 막 아무래도 퍼포먼스 하는 분들을 보고 너무나도 멋지더라고요.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남과 북에서 태어난 분들이 모여서 한마음이 돼서 북을 두드리고 나면 언젠간 통일도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 서로 남한분들이 우리 북한 사람들이 살아온 아픔도 알아주고 우리는 또 남한 분들이 살아온 생활을 듣고 우리가 한국에 정착할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탈북수강생 유임향(가명) 씨는 무대에 서서 관객의 박수를 받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합니다.
[녹취: 유임향(가명) 씨] “저희가 이제 한국에 와서 정착하는 하나원, 여자 하나원, 남자 하나원 이제 두 곳에 가서 했는데 그때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저는 이제 북한 사람들은 그걸 많이 못 해봤으니까 그렇게 호응이 있을 줄 몰랐는데 워낙 가르쳐준 선생님이 프로시고 정말 그렇게 잘 가르쳐 주시니까 너무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니까 음악이 좋고 하니까 관중들 앙코르가 막 쏟아지는 거예요. 막 끝났는데도 그래서 그때는 정말 이게 막 자신감이 정말 그래서 올해도 힘들지만 해야지, 내가 여기서 그만두면 안 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제는 무대에서 즐길 수가 있는 거예요."
탈북수강생 유임향 씨도 난타를 통해 우울증이 사라졌다고 말했고요. 자신의 인생을 바꾼 고마운 수업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목표도 벌써 세웠는데요.
[녹취: 유임향(가명) 씨] “그냥 취미로만 그치는 게 아니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누구를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배우는 분들 또 복지관들 같은 데서 봉사 공연도 하고 문화공간 같은 데서 제가 그 사람들을 무료로 가르쳐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끝으로 남한 출신 수강생 김윤희 씨는 '두둥탁 난타교실'을 통해 남북 출신 수강생이 함께하는 북소리의 울림이 더 크게 울려 퍼지길 바랐습니다.
[녹취: 김윤희 씨] “다른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제 소통이 어려울 거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 전혀 그렇지 않고 저희가 함께하니까 이제는 누구 언니라고 동생이라고 부르고 굉장히 열정적이세요. 저는 정말 가까운 데 살기 때문에 편하게 오는데 여기 남북통합문화센터는 서울에 하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그 열정이나 이런 것들 정말 배울 게 많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지치지 않고 계속 저희도 그렇고 함께 많이 배우면서 성장하면서 공연도 많이 하고 싶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