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외에 비밀 핵시설을 추가로 운영하면서 핵물질 추출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미국의 핵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이 전문가는 또 북한이 비밀시설로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을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며 영변 핵시설 폐쇄만으로는 비핵화 진전이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박동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북한의 핵시설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온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1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원심분리기 개수를 주목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의 핵심인 핵물질을 추출하기 위해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북한은 가스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재료와 장비를 아주 많이 조달했습니다. 내가 추정하는 것보다 수천 개가량 더 많은 원심분리기를 갖고 있을 겁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이 같은 장비와 핵물질 추출 재료들은 영변 핵단지 외에 다른 장소에서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면서 평안북도 영변의 핵시설 외에 강선 핵시설을 지목했습니다.
수많은 원심분리기를 가동할 때 드는 엄청난 전력량을 감안할 때 영변과 평양 인근 강선의 핵시설이 북한에서는 드물게 매우 훌륭한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또 다른 비밀 장소에 있을 것입니다. 제가 최고의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북한은 7천에서 1만 개에 이르는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러면서 자신의 분석을 토대로 북한이 최대 1만 개에 이르는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 중 4천 개가량은 영변 핵시설에, 나머지 6천 개는 강선 등 1~2개의 비밀 장소에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핵 개발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외국과의 핵 협력 지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국경봉쇄로 겪는 해외 조달의 어려움 등 난관들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추가적인 핵 개발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고 억제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변 이외에 여러 개의 핵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북한이 영변 이외의 핵시설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설계나 전략을 제한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협상가들이 영변 핵시설에만 국한해서 논의할 수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를 위한 임시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쇄를 협상할 의향이 있었지만,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로 너무 많은 제재완화와 추가 보상을 원했다면서, 영변 핵시설과 관련된 어떤 거래도 그 같은 많은 보상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다른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에 관여하고 있음을 인정하도록 만들지 않는 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비핵화의 진전에 의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동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