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출신 수강생과 외국 청년들이 만나 동행을 통해 서로 이해하며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남북사회통합교육원에서 진행되는 상반기 아카데미 중 한 프로그램인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남북동행 아카데미’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아카데미 현장음]
북한인권정보센터 남북사회통합교육원의 한 강의실에서 ‘남북동행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습니다. 탈북민 유은지 기타리스트와 남북한 출신의 수강생들 그리고 외국 청년이 함께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먼저 상반기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남북사회통합교육원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남북 사회통합에 필요한 균형 잡힌 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현재 상반기 아카데미 6개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 자세한 얘기, 북한인권정보센터 남북사회통합교육원 홍양호 원장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홍양호 원장] “아카데미는 월, 화, 수, 목, 금 매일 다른 아카데미가 6개가 진행됩니다. 월요일에는 ‘통일외교 아카데미’ 그리고 화요일에는 ‘통일사회복지 아카데미’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하는 ‘남북동행 아카데미’ 그리고 수요일에는 ‘통일법률 아카데미’ 그리고 이제 목요일은 ‘북한인권 아카데미’인데 벌써 한 이십여 차례 진행되었고 금요일 하는 거는 ‘남북통합 아카데미’ 이런 아카데미가 한 주에 한 번씩 12번 강의가 이루어집니다. 아카데미별로 우리 NKDB의 연구위원들이 운영위원으로 각자 있기 때문에 항상 아카데미 준비도 하고 또 계획도 세우고 강사도 교섭하고 이렇게 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상당한 기간 해오니까 노하우가 형성되어서 준비하는 데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찾아간 현장은 10기 ‘남북동행 아카데미’입니다. 이름 그대로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간의 대화와 이해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녹취: 홍양호 원장] “’남북동행 아카데미’는 우리가 언젠가 남북한 하나로 되어야 하므로 남한 출신, 북한 출신 젊은 청년들이 주로 모여서 소통하고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해서 하나 되어가는 과정을 훈련해 나가고 또 통일의 의지도 일깨우고 하는 그런 모임인데 의외로 참여하신 분들이 관심도 많고 또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다만 아쉬운 것은 최근에 북한이탈주민의 숫자가 확 줄어든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코로나도 있어서 그렇고 또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 이후에 탈북민 단속이 엄청나게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젊은 청년의 숫자가 줄어드니까 우리 ‘동행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숫자도 적지만, 숫자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진지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또 우리가 통합되는 마음을 가지는 그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숫자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남북동행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수강생은 주로 20대의 남북 출신 수강생들이 함께하고 있고요. 이번에는 폴란드 학생도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홍양호 원장은 남북동행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이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홍양호 원장] “우리 12주를 같이 이제 공부하고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 끝날 때쯤 되면 거의 마음이 하나 합치되어가는 그런 모습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만나면 서로 좀 어색해요. 또 서로 호기심에 의해서 남쪽 출신은 북한 출신 젊은 세대를 만날 수 있으니까 호기심으로 왔고 또 북한 출신 젊은 세대는 남쪽 출신들을 편하게 만나러 왔지만 막상 대화해보면 서먹서먹해요. 서로 내가 무슨 이야기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러다가 시간이 가면서 친구처럼 가까워지고 마지막에는 손을 잡을 수 있는 정도까지의 관계니까 마음이 소통되는 거죠. 아카데미를 마치고 나면 자기들끼리 연락해서 계속 교류하면 그게 참 좋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남북동행 아카데미는 12주 동안 얘기를 나누는 주제와 강사 또한 달라지는데요. 제가 찾아간 날에는 탈북민 클래식 기타리스트 유은지 씨가 강사로 함께 했고요. 주제는 ‘탈북청년과의 토크’였습니다. 유은지 강사입니다.
[녹취: 유은지 강사] “이런 소통의 장이 있으면 저도 참여하고 싶고 이런 마음은 항상 있었는데 또 원장님께서 강사로 초대해주셔서 오게 되었습니다. 연주자이다 보니까 연주 섭외를 많이 받는 편이긴 한데 간혹 이렇게 또 안보 강연이나 섭외를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러면 연주도 하고 가서 말도 하고 뭐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단 오늘 되게 편한 자리인 것 같아요. 제가 살아온 얘기를 하고 또 이제 제가 꿈을 어떻게 이뤘는지 그런 목표들을 어떻게 이루어가는지 그런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아서 그리고 또 중간에 제가 연주도 한번 들려드리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은지 씨가 수강생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녹취: 유은지 강사] “일단 탈북민들이 (한국에) 많이 왔잖아요. 그들 중에는 성공한 사람도 있고 또 각 위치에서 당당하게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연주를 통해서 북한 실상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많은 사람이 제가 북한에서 왔을 때 음악을 하지 말라고 말리더라고요. 돈이 안 된다고... 그때 당시에는 뭘 하든 사실 힘들잖아요. 그런 과정들을 다 겪고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와서 보니까 참 잘했다. 후회가 안 되더라고요. 힘들긴 했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렇게 고생하다 보면 꼭 보상받는 날이 올 거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고 그렇게 이제 통일로 다가가는 길도 같이 노력해서 하면 언젠가 이루는 날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더불어 젊은 청년들과 소통하는 자리인 만큼 자유롭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녹취: 유은지 강사] “제가 MZ세대다 보니까 오늘 수강생분들도 이제 비슷한 연령의 친구들이 온다고 하셔서 얘기가 잘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고요. 근데 또 통일을 원하지 않는 MZ세대도 많이 있잖아요. 우리 학교 친구들도 보면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런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소통의 장이 많이 마련되고 이런 시간을 많이 갖다 보면 어떤 대화를 통해서 얻어가는 게 있지 않을까? 일단은 북한에 대해서 뭘 알아야 나중에 통일이 되든 그랬을 때 당황스럽지 않고 낯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이런 강의를 통해서도 저의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어떤 도움이 되거나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앞으로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고, 노력하고 싶고 서로의 소통 과정을 통해서 많은 걸 얻어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에는 폴란드에서 온 25살 안젤리카 씨가 있었는데요. 현재 교환학생으로서 서울대학교에 다니고 있고요. 북한에 관심이 있어 아카데미를 신청하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안젤리카 씨] “저 폴란드 사람이라서 대학교에 가입하기 전에 북한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됐습니다. 아카데미 중에서 법도 있고 이런 것도 있긴 있는데 여기에서 제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신청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그냥 뭐 저 같은 사람이라고 깨달았어요. 일하다가 탈북자도 직접 만나본 적이 있고 그냥 보통 사람이구나 그냥 이런 거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분야에 대해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일단 배우고 싶은 지식을 다 얻고 싶고....”
그리고 한국시민 안배현 씨는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함께 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 소감과 바람 들어봅니다.
[녹취: 안배현 씨] “무엇보다도 이걸 수강하시는 분 중에 북한이탈주민분들도 많으시거든요. 그냥 같이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다름이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똑같은 언어를 쓰고 똑같은 부분에서 웃고 뭔가 얘기하는 것도 되게 재밌고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울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통일 시대를 대비한 예행연습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정서적으로 뭔가 정서적인 통일을 먼저 이 수업에서 배워갔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탈북민 김은서 씨는 앞으로 진행될 강의가 더욱 기대된다면서 남북동행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전했습니다.
[녹취: 김은서 씨] “저도 북한에서 왔고 하니까 남북 동행에서 남한 사람들이랑 북한 사람들이 같이 좀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어서 이것부터 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다음 시간에 저희가 서대문에 있는 ‘서대문 형무소’, 밖에 나가서 외출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런 시간이 굉장히 좋아요. 저희가 역사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더 역사적인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남북 동행은 사실 남한과 북한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작은 통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