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강제북송’ 청문회 증인들 “중국 책임론 공론화할 것”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미국 의회 기구가 다음 주 개최하는 탈북민 강제북송 관련 청문회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중국이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집중 제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일부 증인들은 중국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의 필요성도 거론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협의체인 ‘의회·행정부 중국 위원회’(CECC)가 13일 개최하는 중국 내 탈북민들의 강제북송 문제 청문회에서 ‘중국 책임론’이 부각될 전망입니다.

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한국의 이정훈 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북한 인권 조사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송하나 국제협력디렉터는 8일 VOA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킹 전 특사는 이번 청문회는 중국이 북한 인권과 그 밖의 다른 모든 대북 관계에서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the commission is looking at that aspect of it in terms of, you know, trying to call attention to the negative role that China plays on human rights in North Korea and, by extension, in all of its other relationships. Unfortunately, North Korea is heavily dependent on China,”

북한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번 청문회는 이런 관계가 탈북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피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중국이 북한 인권문제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그동안 북한의 중대한 인권 침해 문제와 반인도 범죄에 대해서 공범 역할을 해온 중국의 책임이 사실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을 처음으로 공론화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의 1차 책임은 김정은 정권에 있지만 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여러 정책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탈북민 강제북송 등 국제 인권 규범을 어기는 중국에 대해 국제사회가 제대로 책임을 추궁한 적이 거의 없다며 이번 청문회가 이런 노력의 동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송한나 국제협력디렉터는 이번 청문회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란 사실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더욱 악화한 탈북민들의 상황을 통해 조명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위구르족 등 다른 소수민족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은 널리 알려졌지만 또 다른 소수그룹인 탈북민들에게 가중된 고통은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송한나 디렉터] “최근 오신 북한이탈주민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코로나 상황에서 신분증이 없으니까 QR코드를 받을 수도 없고. 기차표나 모든 것을 결재하기 위해선 (신분증이나 결제 시스템이) 다 디지털화되다 보니까 (탈북민들은) 이동의 자유를 더 박탈당했다는 증언을 많이 확보했습니다.”

송 디렉터는 최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등 유엔 기구들의 중국 관련 심의에 탈북민 문제를 적극 제기해 ‘중국 책임론’을 부각하는 기류가 청문회를 통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훈 전 한국 외교부 인권대사

이정훈 전 대사는 단기적으로 중국 내 수감시설에 구금 중인 탈북민들의 대규모 북송 사태를 막아야 하는 절박감이 청문회에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의회·행정부 중국 위원회’(CECC)는 앞서 청문회를 예고하며 중국 구금시설에 억류 중인 2천여 명의 탈북민이 북중 국경이 열리면 송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보호에 대한 시급성을 언급했었습니다.

이 전 대사는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에 탈북민 사면을 촉구하는 한편 유엔 난민기구(UNHCR)가 중국에 억류 중인 탈북민들에게 접근해 보호 노력을 하도록 미국과 한국, 일본, 생각이 같은 국가들이 UNHCR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유엔 난민기구를 압박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유엔 난민기구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 제 역할을 안 하고 있다는 제대로 된 개념도 없었던 것 같고요. 특히 한미일 3국의 정책 조율을 통해 이것은 인간안보 문제이니까 포괄적으로 안보 문제에 포함될 수 있어요….제네바에서 유엔 인권기구 최고대표에게 계속 문제 제기를 해야겠죠. 구속력 있는 중재도 왜 요청 안 하냐?”

이 전 대사는 또 미 ‘의회·행정부 중국 위원회’(CECC)로부터 중국 내 탈북민 문제에 관한 청문회가 지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개최된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 미 의회 연설의 영향이 있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윤석열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할 때도 북한인권에 대해 협조를 요청해서 자기들이 고민을 했다는 거예요. 의회 차원에서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그래서 위원회에서 북한인권을 다루게 됐고. 뭘 같이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모색하고 싶은 거죠. 그 동기부여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갖게 됐다는 거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자세히 설명하며 미국 의원들에게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송한나 디렉터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탈북민들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구금시설을 방문해 상황을 조사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방안도 청문회를 통해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인권 단체들이 중국이나 북한을 직접 방문해 조사하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미 정부가 탈북민 등 북한인권 문제와 연관된 첨단 자료들을 공유해 준다면 단체들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 수감시설, 북중 국경지대의 경비와 감시 강화 움직임, 정치범수용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은 유엔 무대에서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