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히야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이 VOA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지난 2013년 평양 김일성 대학에서 연설을 한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몽골의 민주주의와 비핵화 경험을 북한에 전하려 했다면서 당시 연설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북일 회담 추진과 관련해서는 몽골이 기꺼이 장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2013년 10월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폭정은 영원할 수 없으며, 자유는 영원한 힘’이라고 연설한 차히야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이 14일 VOA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당시 북한에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한 뒤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받게 된 몽골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차히야 엘벡도르지 / 전 몽골 대통령
“나의 주된 메시지는 몽골과 북한은 오랫동안 비슷한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정치 체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989년 말부터 저는 몽골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몽골을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변화시켰고, 그 결과 국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당시 연설을 통해 1990년대 비핵지대를 선포한 몽골의 경험도 나눴다며, 핵무기를 제거하면 다른 국가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고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방북 당시 북한 측에 강제노동수용소와 지하 핵시설, 북한 가정집 방문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이러한 요청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을 만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주민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를 계속 자행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는 인권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히야 엘벡도르지 / 전 몽골 대통령
“여성, 아동, 장애인 권리 등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은 상당히 불편해합니다. 그들이 불편해한다면 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안보와 핵무기 관련 모든 문제도 다른 방식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지도자들은 북한의 인권 침해를 무시하고, 그냥 북한 지도자들을 만나 기쁘게 해주기만 했습니다. 그것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습니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국제원로그룹 ‘디 엘더스’의 일원으로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장관을 만나 한국이 북한 인권문제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 북일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 고위급 협의를 원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몽골이 장소 제공 등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히야 엘벡도르지 / 전 몽골 대통령
“몽골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고,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몽골을 회담의 장소로 선택한다면 몽골 외교부, 몽골 정부는 그런 요청을 매우 기꺼이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해 북일 대화들을 여러 번 주선했고, 일부는 비공개로 진행됐다면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 몽골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