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국군포로·억류 관계자들 “미한일 정상 문제 해결 적극 나서주길“

지난 2012년 12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의 날' 행사에서 탈북 국군포로인 유영복 씨가 증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한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 내 납북자와 국군포로, 억류자 문제 당사자들은 관련 문제에 대한 3국 정상들의 적극적인 관여를 호소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0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 국군포로 유영복 씨는 2일 VOA에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당시 협정을 체결한 미국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국군포로 문제를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영복 씨] “한국 정부도 그렇지만 미국이나 유엔 국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한 문제를 좀 더 국제사회에 환기시켰으면 좋겠다는 그런 의견이죠. 물론 그 당시에는 북한의 억지 주장에 의해서 본인들의 요구대로 우리는 보내준다고 했다 하지만 80명이 (한국에) 넘어와서 증언한 자료에 의하면 사실상 거기(북한의) 남한 사람들은 강제로 억류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알았기 때문에 이제라도 늦게나마 유엔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의 억지 주장을 반박하는 그런 활동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요.”

올해 95살인 유 씨는 북한에 이제 국군포로 생존자는 고령으로 인해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정전협정 당시 포로 교환이 매우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사실만이라도 바로 잡아 그들의 명예를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1953년 6월 유엔군과 공산군 측은 정전협정 체결 전 포로 송환 협정을 맺어 희망자들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수만 명에 달하는 국군포로들을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한국전쟁 정전 당시 8만 2천 명의 한국군 포로가 실종됐으며, 이 가운데 5만~7만 명 정도가 포로로 억류된 채 한국에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정권이 정전협정 체결 뒤 국군포로들로 구성된 비자발적 건설여단을 만들어 강제로 북한 최북단의 탄광과 공장, 농촌으로 보내 강제 노역을 시켰고, 이후 외진 광산으로 보내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납북자 가족 단체는 한국 통일부가 관련 부처를 신설하고 미한일 정상회의가 9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데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최성룡 한국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지난 2018년 5월 VOA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2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이유에 한국인 납북자 문제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최성룡 이사장] “바이든 대통령한테 권고해서 미국 국무부가 전에는 일본만 했잖아요. 일본 납치 부분만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인 납치 부분도 같이 (테러지원국 지정 이유에) 넣어서 이번에는 공동으로 넣어달라.”

미국은 지난 2017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후 근거 중 하나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국무부는 지난 2월 발표한 ‘국가별 테러 보고서’에서도 “일본 정부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북한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믿어지는 수많은 일본인의 생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2002년 이후 단 5명의 납북자만 일본으로 송환됐다”고 설명했었습니다.

최 이사장은 북한에 납치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전후 납북 피해자가 일본인보다 훨씬 많은 517명(통일부 추산)에 달한다며 미국이 북한의 테러를 설명하면서 한국인 납북자를 언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통일부가 납북자 전담 부서를 신설한 뒤 해야 할 첫 임무는 일본 정부처럼 국제사회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적극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 환기 차원에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뿐 아니라 그의 남편이 메구미처럼 10대 때 북한 요원들에게 납치된 한국인 김영남이란 사실을 윤 대통령이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최성룡 이사장] “일본에 요코타 메구미가 있듯이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이 우리 학생 김영남이다 요 부분을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얘기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금방 알아듣죠. 전 세계가 금방 알지. 어린 소년·소녀 학생들을 그렇게 끌고 갔다는 것. 그걸 저는 강조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지난 197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13살 때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된 메구미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으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적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에서 메구미와 결혼한 김영남은 1978년 전북 군산기계공고 1학년생으로 수학여행 중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갔었습니다.

김 씨와 메구미의 결혼 사실과 딸 김은경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렸던 최 이사장은 한일이 협력해 이 부부의 납치 문제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공론화한다면 환기 효과가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가 지난 2018년 7월 VOA와 인터뷰하고 있다.

북한에 10년째 억류 중인 한국인 김정욱 선교사의 큰형 김정삼 씨는 세 나라 정상이 억류자 석방을 공개적으로 강조해야 북한 지도자도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삼 씨] “세 나라의 대통령들께서 직접 그렇게 언급해 주시고 하면 북한에서도 이 부분은 그냥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아 이제 해야되겠다 이렇게 계속 이제는 그냥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그런 마음이 들어가서 대화라든가 이런 부분으로 석방을 향한 그런 연결고리로 나타날 수 있지 않겠나.”

김 씨는 동생 김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된 지 이제 10년이 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미래 지향적 차원에서 동생을 석방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3국 정상은 납치자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이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혀 3국 정상의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한국인 억류자 문제가 포함됐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는 별도로 지난 4월 워싱턴에서 개최한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한 양국은 “북한 내 인권을 증진하고 납북자·억류자·미송환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한편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6·25국군포로가족회,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 영국의 징검다리 등 3개국 12개 시민사회단체와 김정삼 씨는 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일관성 있는 노력을 거듭 당부했습니다.

국제 무대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억류자 문제에 대한 한국의 언급이 과거보다 많아졌지만 지난 3월 유엔 안보리가 개최한 북한 인권 관련 비공식 회의에선 이 문제가 언급되지 않는 등 일관성이 적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서한을 주도한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입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일본인 납북, 한국인 납북이 따로 없다. 이것은 국제 공동의 대응 과제다. 여기까지 끌어 올린 게 프놈펜 정상회담에서 거둔 윤대통령의 공이고요. 하지만 그 이후 몇 달이 지나는 동안에 실질적인 조치나 추가적인 언급이 별로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한미일 정상이 다시 만나는 계기에 그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

단체들은 서한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억류자 문제를 이번 3국 정상회의와 다른 국제회의의 의제·공동성명에 계속 포함시키고 피해자 송환과 책임규명 등 조속한 해결을 위한 외교 노력을 윤 대통령이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