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새 흡연실태보고서에서 북한 성인의 흡연율이 한국보다 5% 낮은 14%라고 밝혔습니다. 탈북민들은 북한 남성 대부분이 흡연자라며 통계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WHO는 1일 발표한 2023 세계 흡연실태보고서(WHO report on the global tobacco epidemic 2023)에서 북한이 계속 한국보다 낮은 흡연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매일 담배를 피우는 성인 흡연율은 2021년 기준 14%로 19%를 기록한 한국보다 5%p가 낮았습니다. 또 미국은 14%, 일본은 17%로 나타났습니다.
남북한 성인의 흡연율은 2년 전 같은 보고서에서 각각 1%p씩 감소한 것입니다. (북한 15%, 한국 20%)
북한은 또 공공장소 금연 조치 이행과 관련한 평가에서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보건시설 10점, 대학 10점, 그리고 대학을 제외한 교육시설 10점 등 모두 만점을 받았습니다.
또 북한은 대중교통 시설 내 금연과 관련해 육해공 모든 시설에서 금연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의 담배 규제 프로그램에서 북한을 최상의 달성 국가 중 하나로 분류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금연구역 내 금연 표시 의무화와 벌금 조치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WHO는 그러나 북한 관련 통계 근거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또 자료의 정확성에 대한 VOA의 설명 요청에 대해서도 2일 현재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를 이유로 3년 8개월째 국경을 봉쇄하며 유엔 기구들의 방북 활동을 막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통계는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제출한 자료에 의지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한에서 전염병 대응 의사로 활동하다 탈북해 한국에서 다시 의사 면허증을 취득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2일 VOA에 WHO 자료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연구원] “황당하죠. 3년 이상 코로나 기간에 물론 지금도 끝난 것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이 그냥 가져다주는 자료를 WHO에 보고한 것이 다잖아요. 당연히 아니죠. 여성들 흡연율은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낮아요. 하지만 남성은 훨씬 높아요. 북한 성인 남성은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요. 거의 다 피운다는 소리죠.”
최 연구원은 북한이 최근 몇 년 동안 금연법을 만들고 관영 매체를 통해 금연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지도자가 이렇게 선도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정치적인 쇼일뿐 북한 남성과 담배는 일상에서 분리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다른 탈북민들도 VOA에 북한 남성은 딱히 유흥시설이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많은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고 있다고 전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담배는 기호식품이 아닌 북한 남성의 필수품이라고 말했었습니다.
한편 WHO는 지난 2019년 발표한 같은 보고서에서 2017년 기준 매일 흡연하는 성인 비율은 13%, 2021년 보고서에선 2019년 기준 15%, 올해 보고서는 다시 1%p 내려간 14%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한국은 정부의 꾸준한 금연 캠페인과 높은 세금 등으로 흡연 비율은 계속 하강 곡선을 긋고 있습니다.
한국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흡연율은 2010년 27.5%, 2015년 22.5%, 2020년에는 20.6%, 2021년에는 19.3%를 기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