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은 미한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지속적인 3국 안보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한일 관계가 소다자협의체인 쿼드와 오커스의 중간 쯤에 있다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VOA는 역사적인 미한일 정상회담을 결산하는 여섯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을 첫 순서로 한층 격상된 3국 안보 협력을 살펴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21일 VOA와 화상통화에서 “이제 우리는 3국간 안보협의에 대한 공약이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미한 상호방위조약과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기반으로 미한, 미일간 협의가 이뤄졌지만 이제 3국 차원으로 확대됐다는 것입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now, we have a trilateral commitment to consult. And I think that this is really a wise move to really try to institutionalize a security relationship between the three countries, and so that the security relationship will transcend the current political leaders and will become firmly embraced by the three countries for the good of the mutual security and mutual prosperity of all three countries.”
멕스웰 부대표는 ‘미한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이 “세 나라의 안보 관계를 제도화하려는 현명한 조치”라면서 “안보 관계가 현재의 정치 지도자들을 넘어서고 공동 안보와 공동 번영을 위한 3국 안보 관계가 확고히 정립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현재 3국 관계는 정치적 승인이 필요한 조약 동맹에 미치지 못한다면서도 “관련국들의 상호 위협에 초점을 맞춘 공식화된 관계”라며 협력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격상했다고 말했습니다.
3국 정상은 18일 열린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3자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하여 다영역에서 정례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별도로 ‘미한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채택하고 ‘공동의 지역적 도전과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 조율을 위한 신속한 협의’에 합의했습니다.
아울러 3자 협의를 위한 정보 공유와 메시지 동조화, 대응조치 조율에도 합의했습니다.
“3국 동맹 향한 첫걸음 Vs. 한일 관계 추가 진전 지켜봐야”
바이든 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21일 미한일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사실상의 동맹을 향한 첫 걸음을 뗐다고 평가했습니다.
[존스톤 석좌] “The US-RoK-Japan trilateral falls well short of a formal alliance, but with the Camp David commitments it has begun to move clearly in that direction. If implemented, the activities outlined in the Joint Statement, real time information sharing, significantly expanded defense exercises, and deepening dialogue on a range of strategic issues, will result in a de facto alliance without a formal treaty.”
존스톤 석좌는 이날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한일 3국은 공식적인 동맹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캠프 데이비드 공약들을 통해 그 방향으로 분명하게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공동성명에 명시된 실시간 정보 공유, 방어 훈련 대폭 확대, 다양한 전략적 문제에 대한 대화 심화를 실제로 이행한다면 공식적인 조약 없이도 사실상의 동맹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존스톤 석좌] “The “commitment to consult” is not a binding treaty commitment, it is a political commitment that acknowledges the reality that the security of the United States, Japan, and the Republic of Korea is deeply intertwined. So while it doesn’t obligate the governments in the same way as the two bilateral security treaties, it does send a powerful message of solidarity in the face of common threats.”
존스톤 석좌는 그러면서 “’협의에 대한 공약’이 구속력 있는 조약상의 약속은 아니지만 미국, 일본, 한국의 안보가 깊이 관련돼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정치적 약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두 (미한, 미일) 양자 안보 조약과 같은 방식으로 정부에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공동의 위협에 맞서 강력한 연대의 메시지를 발신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해군전쟁대학의 테렌스 로리그 교수는 미한일 세 나라의 관계가 아직은 ‘미니-나토’ 혹은 ‘3국 동맹’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습니다.
개선된 한일 관계의 향후 추가 진전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로리그 교수] “The documents that came out on Friday, are very clear in in trying to distance them this arrangement from those kinds of specific alliance commitments, at least at this particular point. You know, we are coming from a place, particularly in Japan, South Korea relations, that were very sensitive for a number of years. And frankly, all of the underlying issues have not gone away. So those points of friction are still there.”
로리그 교수는 미한일 정상회의 문건들을 보면 “최소한 현 시점에서는 특정한 동맹 공약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수년 동안 특히 한일 관계가 매우 민감했었고, 모든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으며 마찰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미한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이 미한 상호방위조약과 미일 안전보장조약에서 비롯되는 공약들을 대체하거나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것은 3국 협력이 심화돼도 기존의 미한, 미일간 동맹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로리그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녹취: 로리그 교수] “And so these two alliances which are foundational for both Japan and South Korea, none of that changes with this. And the commitments that may come with this trilateral cooperation do not supersede the basics and the foundation of the Alliance.”
로리그 교수는 “일본과 한국에 있어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미한일 협력 심화로 인해 동맹관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밝히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3국 협력에 수반될 수 있는 약속이 동맹의 기본과 토대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로리그 교수는 이번 3국 정상회의는 소다자주의로 더 한발짝 가는 중요한 조치라면서 현재 미한일 관계는 소다자협의체인 쿼드와 오커스의 중간 쯤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협의체인 쿼드는 “전통적인 안보 문제를 넘어 역내 공통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연합을 구성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이며 미국, 영국, 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는 “3국이 역내에서 직면하고 있는 안보 우려에 대한 대응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한일 3국 관계는 전통적인 안보 협력은 물론 경제협력과 기술, 연구 협력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쿼드와 오커스와는 또 다른 성격을 띄고 있다고 로리그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미국, 더 강력한 협의 기제 원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이번에 합의된 수준보다 더 강력한 협의 기제를 미국이 원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Early press reports, the day before the meeting, were referring to the word of ‘duty to consult’ rather than ‘commitment to consult’. And I think that from a US perspective, maybe it really wants effectively a trilateral Alliance relationship. For one from US perspective, it's more efficient to be able to talk and have the same conversation with both both Japan and South Korea in the room, rather than having to repeat yourself to either Japan or South Korea”
스나이더 국장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 앞서 언론 보도를 보면 위기시 ‘협의 공약’이 아닌 ‘협의 의무’에 대한 표현이 나왔다”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상 3국 동맹 관계를 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관점에서는 한일과 개별적으로 대화하는 것보다는 동시에 대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두 동맹의 실질적 협력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3국 협력의 수준이 한일 관계로 인해 제한될 것인지 여부를 바이든 정부가 파악하려 할 것이라며 “정상들이 같은 목적을 향해 자원과 인력을 배치할 경우 3국 협력의 잠재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역내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한일이 앞으로 더 긴밀한 안보 관계를 맺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The more severe the threats from North Korea from China become to South Korea, the more significant it is that we have this trilateral cooperation”
베넷 연구원은 “한국에 대해 북한과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이 더욱 커질수록 미한일 협력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의 도움 없이는 미국이 한국에 대규모 병력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이 끊임없이 핵 공격을 위협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한일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