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티머시 조 영국의회 APPG-NK 사무국장] “영국 의원들, 핵무기보다 북한 인권에 더 관심”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 의 티머시 조 사무국장이 15일 VOA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티머시 조 씨는 많은 영국 의원들이 북한 정권이나 핵무기보다 주민들 인권 개선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영국 지방선거에 도전 했었던 조 씨는 15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전문성을 갖춘 탈북 청년들의 국제적 활동과 영향력이 북한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강조했는데요. 미국의 중국 인권 단체들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티머시 조 APPG-NK 사무국장을 김영권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영국 의회 안에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이 있다는 게 이채롭습니다. 영국 의원들이 왜 이렇게 북한에 관심을 갖나요?

조 국장) 북한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어느 나라나 최소한 핸드폰으로 헤어진 가족과 통화할 수 있지만 북한만 아직까지도 그럴 수 없습니다. 인터넷도 없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거의 외계인 같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영국의) 대학에 가도 그렇고, 교회에 가도 그렇고, 어느 행사에 가더라도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모든 사람이 ‘North Korea?’ 이렇게 신기하게 물어볼 정도로 반응을 보여요. 영국의 의원님들도 똑같습니다. 특히 북한 하면 ‘그럼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어?” 이게 이분들의 첫 반응입니다. 특히 의회 안의 APPG가 다양한 행사를 통해 그분들을 초청하고 정보를 알리고 나누면서 이제는 APPG가 북한에 관해 소통하는 플랫폼이 된 거죠.

기자) 현재 구성은 어떤가요?

조 국장) 공동의장님이 2분 계시고요. 멤버로 공식 등록된 의원님이 상·하원 합해 7명이 계십니다. 그 외에 비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의원들이 30여 명 됩니다. 특히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은 이 그룹을 만드신 분이고. 한반도 전문가로서 북한도 4번 방문한 분입니다. 그분이 한반도 상황을 당시 보고 왜 북한의 변화 목소리를 영국 의회에서 내면 안 되겠냐 하면서 이니셔티브를 내시고 모임이 창립됐습니다. 지난 10년간 많은 활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650명의 하원의원, 780여 명의 상원의원님들 사이에서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이라고 하면 모르는 분이 없죠.

기자) 북한과 관련해선 정치·안보 문제나 최고 지도자의 동향이 관심을 많이 받는 편인데,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은 주민들에게 더 초점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조 국장) 그렇습니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국민이잖아요. 특히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이 주민들을 섬기는 것이잖아요.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가치이고 상징성이고 꽃인데, 북한의 독재자를 보면 그런 섬기는 지도자의 상이 거의 제로잖아요. 없잖아요. 그래서 북한 주민들의 메시지가 어디에 어필되거나 표현될 길이 없다는 것을 의원님들은 알아요. 따라서 항상 지도층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맞추는 겁니다. 왜냐하면 주민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죠.

기자) 영국은 북한과 수교국입니다. 평양과 런던에 각각 대사관이 있죠. 북한 정권은 인권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데, 영국 정부와 의회는 그럼에도 끊임없이 이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외교를 단절하지 않죠. 왜 그럴까요?

조 국장) 북한의 학교는 두 가지 외국어를 가르칩니다. 영어와 러시아인데, 미국 영어라고 하지 않고 영국 영어라고 꼭 표현합니다. 그게 어찌 보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북한 대사관을 두고 있는 나라가 영국이고.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는 같은 동맹이니까 빼고요. 게다가 영국의 영향력이 아직 유럽 등 국제사회에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영국이 중요한 위치이고 어떻게 보면 전 유럽을 통틀어서 영국에 있는 북한 대사관이 그들의 본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지정학적, 영향력이 있는 나라로 북한이 보는 것 같습니다.

기자) 영국에 수백 명의 탈북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 의회의 APPG-NK와 탈북민들 사이에 교류가 있나요?

조 국장) 그럼요. 많이 있죠. 예를 들어 10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가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당시 영국 의회의 초청을 받은 많은 탈북민이 공청회에 나와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꾸준합니다. 초당파 그룹 자체가 저희 탈북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플랫폼이라고 할까요? 와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북한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영국 의회에 와서 표현하고. 자기 메시지를 전달하는 플랫폼이죠. 지금도 여러 행사에 계속해서 탈북민을 초청하고 있고요. 10월 24일에는 저희 APPG 안에서 북한인권 행사가 또 있습니다.

기자) 어떤 행사인가요?

조 국장) 공동 주최하는 그룹이 한국의 통일연구원과 런던의 한국대사관, 그리고 저희 셋이 함께 주최합니다. 북한 인권에 관해서 두 가지 세션으로 나눠 진행하는데, 첫 세션은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과 업데이트, 두 번째 세션은 COI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어떤 부분이 개선됐는지, 앞으로 개선될 부분은 무엇인지 많은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기자)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씨도 그렇고 두 분이 영국의 각계각층 다양한 곳에 가서 꾸준히 북한에 관해 연설을 해왔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조 국장) 우선 선거입니다. 저희가 영국에서 탈북민 최초로 지방선거에 출마했잖아요. 그게 아마 영국 사회에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많은 곳에서 탈북민 후보자 하면 모르는 분이 거의 없어요. 저 끝의 스코틀랜드까지 가서도요. 그 자체가 이분들이 저나 박 후보님을 괜찮고 유능한 후보자로 보기보다는 자유를 찾아온 투사로 본다는 거죠. 그 어둠 속에서 영국까지 와서 선거에 출마한 자체가 상징성이 상당히 큰 것 같아요. 그 이미지가 많이 알려지다 보니까 학교나 인권단체, 교회도 그렇고 정부 등 각계각층에서 초청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래서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런 행사가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많았나요?

조 국장) 인터뷰, 스피킹, 라운드테이블 등 합하면 거의 100회 이상 한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꽃제비였다가 영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의회에서 일하면서 보수당 후보로 맨체스터 지역 구의원에 세 차례 도전했습니다. 평범한 인생 여정은 아닌데, 이렇게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뭔가요?

조 국장) (북한에서) 많은 참상을 목격했습니다. 어릴 때 길에서 헤매면서 눈 앞에서 죽어가는 어린 친구들을 봤고요. 배고파서 죽고 부모가 없어 죽고 추워서 죽은 친구들도 있었죠. 그리고 눈앞에서 처형된 분도 본 적이 있고. 그런 게 일상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옥을 여러 차례 오갔죠. 저는 이 과정이 안 잊힙니다. 그런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단 한 사람이라도 대변해야 하잖아요. 저는 3만 4천여 명의 탈북민 모두가 북한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가이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안 하면 제가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아요. 정치든 종교든 인권이든 그 플랫폼을 이용해 그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하루빨리 문이 열려서 고향 땅을 밟아보고 싶습니다.

기자) 최근 몇 년 동안 국제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탈북 청년들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유창한 영어로 북한의 실태를 증언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조 국장님도 지난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발언했는데, 이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요?

조 국장) 희망입니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민주주의가 성장하면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역사와 철학, 비교점, 사회 문화 등을 공부하면서 저희가 많은 비교 점을 찾잖아요. 북한은 그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북한의 독재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겁니다. 감옥 같은 철창 안에 2천 500만 북한 주민들을 가둬놓고 비교할 대상을 못 찾게 하고. 그래서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것을 저도 그렇고 젊은 친구들이 공부를 통해 훈련을 통해 비교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다 보니까 아, 왜 우리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부모님 세대는 그 피해를 받아들였지만 우리는 어떻게 이 노예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지 그 솔루션(해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봅니다. 이를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영어로 직접 표현한다는 자체가, 그리고 외교관과 정치인에게 또 매체에 얘기하면 민주주의 정부와 정치인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질문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키를 쥐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중국 소수민족의 인권을 옹호하는 단체들로부터 초청을 받아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목적인가요?

조 국장)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연대성이랄까요? 바꿔 말하면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자국민을 억압하고 핍박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통제하고 따르지 않으면 감옥에 넣고 심지어 죽입니다. 자 이렇게 독재자들도 연대하는데 왜 인권 운동가들은, 자유와 인권, 사랑, 민주 가치를 수호하는 우리들이 왜 함께 연대하지 못할까? 이 연대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양쪽 다 중국 인권단체들도 그렇고 우리도 마찬가지죠. 이런 모임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난달 28일은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Jr 목사가 이곳 워싱턴에서 그 유명한 ‘I have a dream’ 연설을 한 지 꼭 6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나에게 꿈이 있다’는 이 연설은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세상에 일깨우고 미국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습니다. 끝으로 티머시 조 국장님은 어떤 꿈이 있나요?

조 국장) 네, 저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보입니다. 빨리 저 북한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 땅에도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택의 자유가 있고,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선택 받아 국민을 섬기는, 그런 자유와 민주주의의 땅. 그 땅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그 꿈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입니다.

아웃트로: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티머시 조 국장으로부터 북한인권에 관한 영국 의회의 기류 등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