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걸어잠갔던 국경을 개방할 것이라는 조짐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 주재 중국대사가 북한의 관광총국장과 보건상을 만나면서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북중 국경을 개방해 외국인 입국을 허용했다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보도했습니다.
`CCTV’는 그러면서 북한에 입국한 외국인은 이틀간 ‘의학적 격리’를 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 내용은 현재로선 확인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가 이같은 보도를 했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왕야쥔 평양 주재 중국대사가 지난달 21일 북한의 정성일 국가관광총국장과 최경철 보건상을 잇달아 면담한 이후 이같은 보도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당시 왕 대사는 “최근 북중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양국 관광 분야 교류협력이 긍정적인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완화됨에 따라 북중 인적 왕래가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정성일 총국장은 “내년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관광 교류협력이 새롭고 더 큰 발전을 이뤄 양국 관계의 지속적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습니다.
왕 대사는 또 최경철 북한 보건상과 만나 의료보건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는 중국인이 국경을 통과해 북한에 들어왔을 때 필요한 방역 조치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문제를 오래 관찰해온 이광백 한국 `국민통일방송’ 대표는 전후 맥락을 볼 때 중국이 단체관광객을 북한에 보내려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광백 대표] ”중국 당국과 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 개방 발표는 먼저 하고 본격적인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는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에게는 호재입니다.
중국은 2020년 1월 북중 국경 봉쇄 전까지 매년 20만명가량의 단체관광객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중국인 관광객은 나흘 일정의 북한 관광비로 1인 당 3천 위안, 미화 436달러를 내고 평양과 지방을 둘러봤습니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중국인 단체관광이 시작되더라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중국이 관광객을 북한에 가게 하더라도 관광객 자체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적은 규모의 관광객이 가더라도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North Korea in a situation small help is needed. They need money badly.”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닫혔던 북중 국경이 하나둘씩 열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데 이어 11월에는 러시아와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습니다.
특히 올해 5월부터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하루 1회에서 2회로 늘렸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하늘길도 다시 열렸습니다. 북한의 고려항공 여객기는 지난 8월 22일부터 평양-베이징 구간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육로를 이용한 북한 주민들의 외국 방문도 재개됐습니다. 지난 8월 16일에는 북한 태권도 선수단을 태운 버스 2대가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조중우의교’를 통과해 중국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9월 15일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또다시 중국 단둥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트럭을 활용한 북중 교역은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북중 국경에는 최대 관문인 신의주-단둥을 비롯해 양강도 혜산, 자강도 만포, 함경남도 회령, 함경북도 온성 등 10여개의 통로와 세관이 있습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는 올 여름부터 교역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 준비를 했지만 아직 트럭 운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 ”연다, 연다 하면서 아직 열지 않고 있고, 그래서 중국 상인이나 북한 무역회사나 서류만 접수해 놓고 대기 상태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물열차나 항공편은 재개하면서도 트럭 운송을 늦추는 배경을 2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외화 유출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북중 화물열차가 재개되면서 무역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북중 무역은 10억5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문제는 주로 중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면서 북한의 무역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올 상반기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비료, 쌀, 설탕, 콩기름, 타이어, 담배 등 산업용 원부자재와 생활필수품 9억2천만 달러어치를 수입했습니다.
반면 대중 수출은 가발, 합금철, 텅스텐, 전기, 시계 무브먼트 등 1억3천만 달러어치에 그쳤습니다.
상반기에만 무역적자가 7억9천만 달러가 발생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중 트럭 무역을 재개할 경우 외화가 유출되는 것을 평양 당국이 우려하는 것같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rth Koreans buy lots of Chinese products they selling in the market. That’s outflow of dollars.”
이광백 대표는 북한이 내부 무역 시스템을 바꾸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광백 대표] ”지금은 중앙당의 허락을 일일히 맡아야 하고, 또 중앙당이 수입 품목을 정하면 그것만 무역회사가 제한적으로 수입해야 하는데, 수입선이 있거나 경험이 있는 회사가 아직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다른 문제는 코로나입니다.
중국에서는 최근 코로나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신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종인 EG.5(에리스)가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럭 무역을 허용해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으로 유입될 경우 북한은 커다란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해 국정 전반이 마비된 바있습니다.
북중 무역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북중 무역은 10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9%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무역이 코로나 사태 이전의 80-90%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북한 경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중 국경 봉쇄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지만 대북 제재는 여전하다는 겁니다. 다시 동용승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과거 중국과 북한의 무역이 최대 70억 달러까지 올라갔는데, 지금 10억 달러 정도 무역이라면 아직은 갈 길이 멀지 않을까.”
북중 국경은 하나둘씩 열리고 무역은 늘어나고 있지만 북한의 경제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계속되는 물자난과 물가고, 그리고 외화난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