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인권운동가 노벨평화상 수상, 북한 인권 운동에도 용기와 희망 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이란 인권운동가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북한 인권 운동계에도 큰 용기와 희망을 준다고 전문가들과 탈북민 인권 운동가가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의 역량 강화를 돕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에서 북한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북한 출신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보며 “무척 감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반정부 인사인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전 세계 독재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자신 같은 여성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준다는 것입니다.

[녹취: 박지현 씨] “이란과 북한 여성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권 운동을 하고 독재 정권과 싸우는 여성들에게 주는 큰 메시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참 감사하고 저희한테 큰 용기를 주는 상 같습니다. 특히 옥중에서도 굴함 없이 이란의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그 모습은 아마도 북한에 계신 모든 여성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그분들한테 큰 희망이 되지 않을까”

앞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이란 감옥에 수감 중인 모하마디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그가 압제에 저항하며 이란인 등 우리 모두의 인권과 자유 신장을 위해 투쟁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51세의 모하마디는 이란 정부의 억압에 저항하다 13차례 체포됐습니다. 5차례 유죄 판결 등으로 총 31년의 징역, 154대의 태형 선고를 받았으며, 지금도 ‘반국가 선동’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테헤란의 교도소에 복역 중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모하마디의 “흔들리지 않는 용기를 기린다”며 이란 정부에 모하마디와 다른 인권 운동가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영국에서 북한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북한 출신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

중국에서의 인신매매 피해와 여러차례 강제북송의 아픔을 딛고 지난 2018년 영국의 ‘아시아 여성상’ 대상, 2019년 국제앰네스티의 ‘브레이브 어워즈’ 상을 받았던 박 대표는 노벨상 등을 받는 것보다 전 세계가 운동가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것보다 독재정권과 싸울 때 전 세계가 우리한테 힘을 모아주고 어떻게 우리를 바라봐 주는지 그런 것을 느끼지 않을까. 그만큼 전 세계적 이슈이고 전 세계가 모두 바라보는 문제잖아요. 그래서 북한 문제도 지금 탈북 여성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나 그분들에게 희망, 용기, 도전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이신화 한국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이날 VOA에 다른 분야보다 “탄압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인권운동가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은 지난 2003년 민주주의·인권 운동가인 시린 에바디에 이어 다시 여성 운동가가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이란보다 더 인권 상황이 열악한 북한은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이란은 여성 억압, 독재에 맞서서 이란 운동가가 이러한 상을 받을 만큼 이란은 그래도 우리가 들어가서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볼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블랙박스이고 직접 보여줄 수 없다는 게 너무 많다는 거죠. 지금 북한인권이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들을 좀 더 강조해서 노벨평화상을 줄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습니다. 독재정권의 탄압과 내부 시민사회의 투쟁을 비교적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많은 전체주의 국가와 달리 북한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노벨평화상 수상의 큰 걸림돌이란 것입니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NKFC) 의장

지난 2008년 탈북민 지원 등 북한인권 개선 운동에 대한 공로로 제9회 서울평화상을 받았던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NKFC) 의장은 과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등 탈북민 지도자들과 단체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지만 진전이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뉴스가 영상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의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영상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대표적 예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So much of the news relies on visuals and, you know, we haven't, we don't have visuals of the political prison camps. But we do have some videos of what's happening in Iran. And so I think that's definitely a problem. That's one of the things that the Kim regime has even succeeded in doing.”

숄티 의장은 “이는 확실히 문제”라면서 역설적으로 이는 “김정은 정권이 성공한 것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주민의 활동 대부분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감시하며 처벌하기 때문에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사회 활동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로버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 사진=Brookings Institution.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도 모하마디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환영한다면서도 북한과 이란은 국제 관심도에서 간극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란에서는 (반정부) 지도자가 감옥에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수감자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입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n Iran, you can have a leader who can be in jail but people know who the person is, and people know who the person is in other countries and they can focus in on this. Whereas in North Korea they're nameless. Nobody knows who they are. Nobody knows why they're there, what they did, and we don't have that kind of ability to have a better picture.”

코헨 전 부차관보는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이를 더 잘 알릴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벨평화상에 한발짝 다가가기 위한 차선의 방법은 북한 밖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운동가들이 조명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대표는 이와 관련해 탈북민들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우리가 과거에 살았던 북한을 계속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맞게 국제법, 유엔법 등을 함께 배워서 우리가 직접 정치가, 연구가, 학술계에서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소리가 계속 이 사람 저 사람 거쳐서 전달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은 지식이 없으면 모든 국제 운동가나 국제법률가들과 함께 일하기 힘들어요.”

과거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나 엘리 위젤 등이 북한인권에 관심을 호소하는 기고(뉴욕타임스)나 보고서를 발표했다면, 이제는 국제 지식을 무장한 탈북민들이 직접 영어로 목소리를 내는 노력과, 정부 등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신화 대사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비핵화에 쏠려있는 만큼 핵과 인권·민주주의가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노력이 노벨위원회의 관심을 끄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비핵화가 왜 필요한지 인권의 측면에서 밝힐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저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는, 지금처럼 안에 들어가서 관찰하지 못할 때는, 얘기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대사는 그러면서 최근 한국의 대북 시민사회단체들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인근 길주군 주민들과 군인들의 방사능 피폭 위험을 제기한 사례를 좋은 예로 꼽았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